호모 우루바누스(Homo Urbanus)는 도시가 우리 호모 사피엔스 삶을 관통한다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문명은 우리가 건설한 도시에 모두 반영되어 우리 삶의 근간이 되었고,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에는 도시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르죠. 신석기 시대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수메르인의 도시 예리코(Jericho)부터 런던, 파리, 뉴욕, 도쿄, 상하이, 그리고 서울과 같은 오늘날의 도시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속에는 마르두크(Marduk)라는 신이 도시인 에리두(Eridu)를 만들고 나서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죠. 인류의 역마살 본능으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아시아와 남아메리카로 퍼져나갔으며, 이제는 지구 밖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이주 본능은 사실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도시화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홍진규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호모 우루바누스 신석기 시대 정착 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도시 문명은 환경 변화로 인한 질병의 창궐 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18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도시의 인구 집중이 일어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화는 세계 곳곳에서 유례없이 진행되고 있죠. 현재는 지구 육지 면적의 1%에 불과한 도시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게 되었으며, 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는 ‘메가시티(megacity)’의 등장은 도시화의 규모와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대부분의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가 이루어지고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를 효과적으로 건설하고 설계하고 디자인한다면, 우리의 기후변화 적응 정책은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삶까지 생각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후위기 지구온난화는 이제 위기라는 인식을 낳을 만큼 심각해져, 몇몇 선진국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전체의 변환을 시도 할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6차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명백하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죠. 현재 우리는 단순히 북극곰의 멸종을 안타까워 해야 할 게 아닙니다. 후손의 후손이 영향을 받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세대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상황이죠. IPCC 6차 보고서는 새로운 사회경제 시나리오를 담았습니다. 이전에 기후 모형을 위해 사용했던 대표농도경로(RCP :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농도를 지정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사용된 공통사회경제경로(SSP :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죠. 즉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의 적응 및 완화 정책을 반영한 시나리오를 통해서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말합니다.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 가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시대 속에서도 우리 후손이 살아갈 수 있으며,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기후 민감 도시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구조와 기능에 따라 주변지역과 매우 다른 기후 및 환경 특성을 가집니다. 도시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은 열섬 현상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배출된 먼지와 부유 물질로 인하여 강수량과 대기오염도가 다른 특성을 보이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건물의 배치, 높이, 면적, 숲의 특성 등과 같은 구조 및 기능에 따라 기후가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의 밀집도나 건축 재료 등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이 달라지며, 폭염의 강도나 열섬 현상의 빈도가 다르죠. 특히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폭염 강도와 열섬 현상 빈도가 함께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도시 재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도시를 어떻게 건설하느냐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을 더욱더 쉽게 할 수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그림 3). 도시를 만드는 일은 우리 삶을 기후 재난으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하는 기후변화 적응 문제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기후학으로서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기과학의 한 분야인 도시 기후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시 기후학은 미기상학(micro-meteorology)과 미기후(micro- climate)에 근거하는데요. 지난 몇십 년간 대규모 연구가 수행된 기후 과학은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과 이를 유발하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의 인과성을 밝히는 데 있었습니다. 지구 전체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도시와 같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제외해 왔지만,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정책을 지원하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기후학은 태풍 진로를 예측하고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학이나, 엘니뇨 및 북방 진동을 연구하는 대규모 기후학과는 다르게 도시의 구조와 기능에 따른 환경 변화를 살피는 학문입니다. 태양광 발전의 영향, 대규모 개발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빌딩풍이나 조망권 등과도 연관된 학문이죠. 기초 학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폭염, 미세먼지, 신재생에너지, IoT 기술의 접목을 통한 다양한 응용분야를 가지는 기초 과학이자 응용과학인데요. 도시의 건축물을 활용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열섬 현상을 줄이는 방법이나 태양광 발전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주목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에 과학 기반의 정책이 가지는 강력함을 목격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지속 가능한도시, 스마트 도시를 만들때 과학적성과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정책이 같은 효과를 낼수없는 도시의 다양성을 고려 해야하는데요. 우리나라의 도시는 유럽 도시와는 다른 구조 및 기능의 복잡함을 가집니다. 우리나라의 건물 수명은 30년 정도로 유럽이나 미국 도시보다 매우 짧습니다. 경제 부흥과 함께 건설된 아파트가 노후화 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재개발은 초고층 아파트의 등장과 함께 녹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방식으로 변화했죠. 지금의 기후위기 시대에는 녹지가 넓어지는 것이 가져오는 기후적 측면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주변 도시 기후 및 환경 변화 등을 전체 도시 규모에서 조망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재개발에 대한 욕구와 스마트 시티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기후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죠. 지금이 우리나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류가 유발한 기후변화는 급격한 도시화와 맞물려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를 만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대비책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시스템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어려운 일입니다. 에너지 전환, 물과 식량 확보, 안전한 거주 공간 유지,전염성 질환 억제 등을 해내야 하죠. 이 노력이 부족하다면 인류 문명은 결국 1800년대 중반에 일어난 아일랜드 대기근과 같은 도끼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강타한 폭염은 110년 만의 더위라고 하는데요.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폭염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의 도시 설계와 개발은 기후변화가 인류에 가하는 압력을 완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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