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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흡입기 토양, 흙이 기후변화를 막는다고?

  • 작성일 2023.05.10
  • 조회수 168

예로부터 우리는 평평한 땅 위에 집을 짓고, 비옥한 흙에 자란 식물을 먹으며 살아왔습니다. 흙은 인류의 보금자리이자 농업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러한 흙이 탄소중립의 열쇠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기후변화를 막는 탄소 흡입기, 흙에 대해 알아봅시다.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 ‘흙’

흙은 인간의 문명을 발달시킨 원동력입니다. 이유는 흙의 어원에서도 드러나는데요. 한자어인 ‘토(土)’는 육상의 식물을 생육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 문자이며, ‘양(壤)’은 덩어리지지 않은 부드러운 흙을 뜻합니다. 그리고 영어인 ‘soil’은 고대 프랑스어와 라틴어 ‘solum’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장 아래에 위치하여 인간의 활동을 받쳐준다는 것을 의미하죠. 많은 고대국가에서는 흙을 물, 공기. 불과 함께 만물의 근원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인간은 오랫동안 흙 위에 터전을 잡아, 흙을 양분 삼아 자라온 식물들을 먹고, 흙 위아래를 누비던 동물들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요즘 세계 각국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여름 수도권 지역에 쏟아졌던 폭우부터 올해 유독 길어지고 있는 호남지역의 가뭄, 평년에 비해 유독 빨리 폈던 봄꽃까지 몸소 느껴질 정도니까요. 이러한 기후변화에 흙의 새로운 가치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로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흙의 탄소저장 능력,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거대한
탄소 저장고 ‘흙’

1cm 정도의 흙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200~500년 정도 소요되는데요. 지구 나이가 46억 살임을 감안하면 우리가 밟고 있는 흙의 두께가 꽤나 두꺼움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흙에 저장된 탄소량도 굉장히 많겠죠. 그래서 흙을 ‘탄소 저장고’라고도 표현하곤 합니다. 물론 지역, 날씨, 식생분포에 따라 저장 능력은 다르지만 약 2조 5천억 톤의 탄소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죠. 이 양은 공기 중에 떠 있는 탄소량의 3배에 달합니다.

흙이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하기 위해선 흔히들 알고 있는 ‘기름진 땅’이어야 합니다. 기름진 땅이란 ‘토양유기탄소*’의 농도가 높은 땅을 말하는데요. 토양유기탄소가 풍부한 땅에서 자란 식물은 잘 자라는 건 물론이고,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땅에 붙잡아 두죠. 또 생명을 다한 식물(유기체의 사체)은 탄소를 머금은 채 땅에 머뭅니다. 결과적으로 기름진 땅이 곳곳에 퍼져있다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답니다.

* 토양유기탄소(Soil Oraganic Carbon) : 유기체에 의해 생성된 물질의 일부가 분해된 후 토양에 남아있는 탄소

사라져가는 토양,
오염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 46억 년이 지난 지구에는 많은 양의 흙이 쌓였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흙을 보기가 힘듭니다. 질 또한 많이 떨어졌죠. 이 중심에는 우리, 바로 인간이 있습니다. 흙은 왜 사라졌으며, 오염됐을까요?

첫 번째 이유로는 급격한 도시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빠르게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중심도시로 모여들었는데요. 이로 인해 도시는 인간생활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공간 설계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아스팔트와 같은 불투수층 재료들은 도로 포장재로 활용되면서 토양의 표면을 덮었죠. 이렇게 점차 우리 주변에서 흙이 사라져갔습니다.

두 번째는 막 다뤄지고 있는 농경지입니다. 도시화와 함께 농경지 위에는 시멘트가 깔리고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좁아진 농경지에는 많은 양의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과한 비료와 농약이 사용되었고 환경오염은 점차 심각해졌죠. 수분 유지, 병충해 방지 등을 위한 비닐덮음도 흙을 썩어가게 했습니다.

이외에도 광산 개발로 인한 토양 훼손 및 오염, 산업 활동 과정에서 유출된 화학물질로 인한 오염, 매립된 폐기물에서 토양으로 섞여 들어가는 유해물질 등 모두 지구가 숨 쉴 수 있는 면적을 줄어들게 만들었죠.

사라지고 오염된 흙을 회복하기 위해선 우리가 오염시켰던 기간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흙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토양 유실과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저영향개발 기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토양 정화를 위한 생물학적 분해법, 토양경작법, 토양세척법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 및 적용되고 있답니다. 한국에너기술연구원에서도 폐비닐로 고품질 오일을 제조하고, 유용미생물을 이용해 악취 및 토양‧수질 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며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는 한 걸음을 보탰습니다.

많은 양의 박테리아와 균, 다양한 연체동물과 절지동물, 식물의 내린 뿌리까지. 흙 한 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한편에는 오랜 역사가 잠들어있기도 하죠. 정부에서는 작은 우주와 같은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 극복,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 ‘땅’에 희망이 있습니다. 흙이 선물하는 ‘탄소중립’, ‘생명유지’, ‘식량안보’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내용 출처]

환경부, 우리토양의 재발견, 2016.7.

에너지기술연구원 공식블로그, https://blog.naver.com/energium/222350739976

사이언스타임즈,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501479&memberNo=30120665&vType=VERTICAL

농림축산식품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8oILEX-7oG4&t=4s

농촌진흥청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Hej6bsI1x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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