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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경주용 전기차들이 서울을 달린다. 포뮬러E, 2022 서울 그랑프리

  • 작성일 2022.09.19
  • 조회수 2921

수많은 차들과 신호등 때문에 꽉 막힌 시내 도로를 마음껏 속도를 내어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8월 13일과 14일, 서울 시내 도로 한복판을 시속 280km로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바로 포뮬러E 서울 그랑프리가 개최하는데요. 비록 우리가 직접 차량을 모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가 알던 우리나라의 도심을 최고속도로 내달리는 차들의 모습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뻥 뜷릴 것 같은데요. 포뮬러E는 모터와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들의 레이스입니다. 전기차 기술이 미래를 위한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포뮬러E의 경주차에는 최첨단 기술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럼 이번에 열릴 서울 그랑프리와 포뮬러E의 기술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포뮬러E, 무엇이 다른가

포뮬러E는 국제자동차연맹(FI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의 경기차 경주대회입니다. 지구촌의 온실가스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기존의 F1 경주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공해와 배기가스 때문에 비난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었죠. 이에 자동차 연맹은 석유를 연료로 하는 엔진이 아니라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로 레이스를 벌이는 포뮬러E를 대안으로 내놓게 됩니다. 포뮬러E의 경주차들은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도심 안에 서킷을 만드는 것이 좀 더 자유로워지게 되었죠.

포뮬러E의 경주용 자동차

포르쉐, BMW. 르노, 재규어, 벤츠, 아우디, 닛산 등 전기 양산차를 만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포뮬러E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들에게는 포뮬러E가 자신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전기차 성능의 이미지를 높일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F1의 가장 큰 매력인 심장을 울리는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레이스가 흥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는데요.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트랙이 좁아서 차량 간의 접촉과 충돌이 자주 발생하고, 게임처럼 전략적인 부분까지 가미되면서 관객들에게 점점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포뮬러 E] 챔피언십 4라운드, 지난 시즌 충돌 모음.ZIP https://youtu.be/zfws2ElJMAc

경주차가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달린다!

포뮬러E는 2014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첫 대회가 열린 후 매년 시즌제로 개최되고 있는데요. 이번 8월에 열리는 서울 경기는 뉴욕, 런던, 로마 등 세계 유명 도심을 돌며 열렸던 2022년 세계대회의 마지막 대전으로, 이번 레이스를 통해 올해 챔피언이 결정됩니다. 이번 겨울 경기는 원래 2019년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년이나 연기된 것인데요. 코로나19의 상황이 많이 좋아지면서 올해는 약 6만 명의 관객이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뮬러E 2022 레이스 지역

이번 서울 그랑프리의 서킷은 서울의 잠실 종합운동장 주변의 일반 도로와 잠실 올림픽 경기장의 트랙을 개조하여 설치되는데, 총길이 2.760m에 22개의 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잠실 주경기장을 지나는 부분은 서울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인데요. 운동선수들이 달리던 트랙 위를 차량이 달릴 수 있도록 아스팔트로 보강하고 벽과 안전펜스를 설치하게 됩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관람객석에 편안하게 앉아서 짜릿한 레이스를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게 되었죠. 이는 포뮬러E가 전기차 경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차들은 남직문을 통해 경기장을 통과하게 되는데요.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차량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S자 형태로 커브가 연속된 구간인 시케인(Chichane)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남직문으로 들어가는 곳에 낮은 턱이 있어서 고속으로 달려온 경주차들이 살짝 점프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그랑프리 서킷의 모습 https://youtu.be/CF6MX7kkQBk

최고의 전기차 기술이 집약된 포뮬러E

아우디(AUDI)의 포뮬러E의 2세대 경주용 챠량 모습

레이싱 경기의 매력 중 하나는, 현세대의 최신 기술을 모두 집어넣은 메카닉을 만들고, 그 기계를 인간이 조종하여 경쟁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포뮬러E의 차량 역시 각종 첨단 전기차 기술들을 모두 집약하여 제작됩니다. 현재 사용되는 전기 경주차는 2세대 모델인데요. 풀스로틀 시 최고속도는 내연기관 F1 경주차의 최고속도인 시속 350km에는 살짝 못 미치는 시속 280km 정도입니다. 그러나 전기 모터가 가속력에 있어서 강점이 있는 만큼, 100km까지 순간 가속하는 시간은 약 750마력의 F1 차량과 비슷하게 2.8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포뮬러E 차량의 파워트레인 모습

경주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배터리 관리

현재 사용되는 2세대 포뮬러 경주차들은 1세대 대비 에너지 저장능력이 2배로 올라가면서 단 한 번의 완충으로 45분간 경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포뮬러E 대회에서는 배터리 기술이 지금보다 덜 발달했을 때라 차량이 달리다가 배터리가 방전되면 드라이버는 완충된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타야 했죠. 배터리는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구조와 셀 기술을 사용하고, 더 많은 원통형 배터리 셀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충전과 경주에서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2세대 차량에서는 더 큰 전압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포뮬러E 2세대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팩

포뮬러E에서는 차량의 출력을 마력이 아닌 kW(킬로와트)로 표시하는데요. 1세대에 비해 최대 출력량이 50kW가 늘어나서 총 250kW이 되었습니다. 드라이버가 트랙에 익히고 경주차를 점검할 때는 출력이 110kW로 제한되고, 본 경기에서는 200kW를 기본으로 하여 부스트를 통해 250kW까지 올릴 수 있게 됩니다. 포뮬러E 드라이버들은 레이스 중에 배터리 관리를 잘하는 것이 핵심 능력이 되었는데요. 주행에 사용되는 배터리 사용량을 잘못 계산해서 주행 도중 차량이 멈춘다든지, 결승선을 앞두고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때가 관객들에게는 가장 짜릿하고 재밌는 순간이 되고 있습니다.

포뮬러E에서는 배터리 관리 전략이 승패를 좌우한다.

게임처럼 전략이 필요한 부스트 모드

만화 ‘사이버 포뮬러’를 아시나요? 만화 속에서는 최적의 타이밍에 “부스터 온”을 사용한 차량이 극적으로 역전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요. 전기를 사용하여 움직이는 포뮬러E 차량도 이런 부스트 모드를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포뮬러E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스트 모드는 2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어택 모드(Attack Mode)로, 차량이 서킷 위에 설치한 액티베이션 존(Activation Zone)을 통과하면 35kW의 추가 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택 모드(Attack Mode)가 발동되는 액티베이션 존(Activation Zone)의 모습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각 코스에는 경주차의 주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적의 주행 라인이 존재하는데요. 액티베이션 존은 바로 이 경로에서 벗어난 곳에 있습니어서, 부스트를 얻으려면 주행시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죠. 또한, 액티베이션 존은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발표되어, 사전에 팀들이 전략을 세울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어택 모드에 들어간 차량은 드라이버를 감싸고 있는 헤일로 부분에 LED가 하늘색으로 빛을 내어 관객들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헤일로는 4mm 두께의 최상급 고강도 티타늄으로 만들어 125톤의 힘을 견딜 수 있습니다.

부스트 모드에서 LED가 점등되는 헤일로 디자인 https://youtu.be/3k-kPwUlmYU

팬과 소통하는 팬부스트

또 하나의 부스트는 팬부스트(Fanboost) 모드입니다. 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팬 서비스 제도로, 이름 그대로 팬과의 소통이 레이스 결과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하였죠. 포뮬러E 홈페이지를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들에게 투표하면 상위 5명의 선수는 5초간 15kW의 추가 출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헤일로의 LED가 붉은색으로 빛나게 됩니다. 두 부스트는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며, 두 기능을 합해서 경주차는 대회 중 250kW의 최대 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단 이런 부스트 사용에는 제약이 있는데요, 어택 모드는 세바퀴를 돌고 나서 사용 가능하며, 팬부스트는 레이스 시작 22분부터 단 1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이버들이 언제 어느 코스에서 부스트를 사용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됩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투표하여, 추가로 부스트를 줄 수 있다.

미래에 더 앞선 전기차 기술과 드라이버의 선택을 돕는 인공지능까지 결합한다면, 만화 사이버 포뮬러에서 나왔던 장면들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지 기대하게 되는데요. 아쉽게도 이번 서울 서킷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언젠가 한국자동차 회사의 전기 경주용차량이 서킷을 힘차게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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