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란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한 단어입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존재로 활동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의미하죠.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는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Avartar)로서 활동하게 되는데요. 이때 아바타의 외모를 원하는 대로 바꾸고 성격도 새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속에서 다른 아바타들과 만나 함께 게임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쇼핑도 할 수 있죠. 이 모든 것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든지 메타버스에 접속만 하면 가능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설명한 것만 보자면 우리가 이미 즐기고 있는 게임이나 SNS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요. 앞으로 더욱 발전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회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가 메타버스 속에 살게 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그 시간이 훨씬 앞당겨지게 되었죠. 사람들은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디지털 기기와 보내게 되었습니다. 영 불편할 줄만 알았던 원격 근무와 화상 회의, 그리고 각종 비대면 서비스들이 점차 익숙해졌죠. 가상 세계는 현실의 활동을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접촉, 관계, 인정 등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발전된 가상현실 장치를 이용하면 컴퓨터나 핸드폰 화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한 디지털 세계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마치 인터넷과 모바일이 각각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메타버스도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눈앞에 와버린 메타버스가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지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메타버스가 태어나고 성장해온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2년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은 스노 크래시(Snow Crash)라는 SF 소설을 발표합니다. 바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처음 세상에 나오게 한 책이죠. 소설 속 주인공은 컴퓨터에 연결된 고글을 쓰고 3차원으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 메타버스에 접속합니다. 현실에서는 마피아를 위해 일하는 피자 배달부지만, 메타버스 안에서는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이용해서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 되죠. 사람들은 메타버스 속에 사무실을 만들어서 일하거나, 꿈에서나 그리던 자신만의 집을 짓고 살기도 합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요. AI들이 아바타 비서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당시 인터넷과 컴퓨터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세한 기술적 묘사들이 놀랍습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그리고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NVIDIA의 창업자 젠슨 황까지 모두 자신들의 작업이 이 책의 영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스노 크래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로 삶을 살 수 있는 가상현실을 꿈꾸게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2003년 미국에서 개발된 PC 기반의 가상현실 플랫폼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가장 먼저 소환되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깔고 접속하면 모니터에 수많은 아바타가 활동하는 세컨드 라이프의 공간이 보입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린든 달러(Linden Dollars)라는 자체 화폐가 있었는데요. 현실 세계의 돈을 환전해서 쓰는 이 화폐를 이용해 옷이나 패션 아이템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판에 광고를 하고, 땅을 매매할 수도 있었죠. 현재의 메타버스 개념을 가장 근접한, 당시로선 혁신적인 시스템이었는데요. '두 번째 삶’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용자들은 현실 아닌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족한 컴퓨터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가 발전에 발목을 잡았습니다. 또한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듯 도박, 폭력, 사기, 탈세 등 불법적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그 명성이 현재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쇠락하고 말았습니다.
제페토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 할아버지만을 생각하신다면 아직 메타버스의 세상 바깥에 계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 Z가 만든 이 앱은 사진을 찍으면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주고, 그 아바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현재 사용자만 2억 명이 넘고, 그중 90%가 해외 이용자라고 하네요. 특히 10대 사용자의 비율이 80%를 넘어서 Z세대의 놀이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의 아바타를 꾸며서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제페토 스튜디오란 것이 있어서 이용자들이 직접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는데요. 이미 아바타용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서 월 천만 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디자이너가 있다고 합니다. 패션 브랜드 구찌는 디지털 구찌 컬렉션을 론칭했고,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 브랜드도 제페토에 입점했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아이돌을 제페토 아바타로 만들어서 공연과 팬미팅을 열고 있는데요. 이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전 세계 몇십만 명이든 동시 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 세상도 현실과 완벽히 분리될 수 없습니다. 가상의 세계를 구동하는 에너지는 온전히 현실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더 빠른 네트워크와 더 높은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 그리고 강력한 처리 장치를 사용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메타버스의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앞으로 메타버스가 확장되고 사용자들의 연결 시간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게 됩니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동시 접속한다고 가정한다면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회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체의 3.7%. 2025년에는 약 8%로 예측되는데요.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전자 통신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감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를 보면 화려한 가상 세계에 빠져든 사람들이 실제로는 컨테이너로 된 좁은 집에서 슬럼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주인공은 현실이 비참할수록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어간다고 자조적으로 말합니다. 미래의 메타버스가 현실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는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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