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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시

KIER에서 들려주는 쉬운 에너지 이야기

최초의 에어컨, 실은 ‘공기 조절 장치’였다?

  • 작성일 2021.08.12
  • 조회수 3711


2021년 여름, 전 세계적으로 폭염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북반구에 폭염은 물론이고, 겨울인 남반구에서도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죠. 우리나라 또한 7월부터 폭염 특보가 내려졌고, 열대야가 빠르게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극악무도한 더위가 찾아올 때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발명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에어컨’입니다. 아마도 에어컨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극한의 폭염이 찾아올 때마다 여름을 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대학 졸업 뒤 1년, 회사 실험 개발 팀장이 된 남자


하지만 사실 에어컨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용도로 발명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의 한 남자,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는 코넬대학교에서 전기공학석사 학위를 받고 버펄로 제철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02년, 한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한 인쇄소의 의뢰를 받았는데요. 인쇄소에서 종이를 무사히 인쇄해야 하는데, 인쇄소가 여름이면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용지가 변형된다는 것입니다. 인쇄소는 여름에 겪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이나 장치를 요청했습니다. 그 후 캐리어는 우연히 피츠버그 기차 승강장에 낀 안개를 바라보다 공기 중의 습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에 관한 영감을 얻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뜨거운 증기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기존의 온방 시스템의 원리를 뒤집어, 냉매를 채운 코일 사이로 공기를 내보내 온도를 낮추는 방식을 구상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캐리어는 공기 중의 열과 습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었죠. 이것이 바로 에어컨의 시초가 된 ‘공기 조절 장치’의 첫 등장입니다.



그리고 캐리어는 한 번 더 이 원리를 통해 성과를 이뤄냅니다. 미국 남부지역 한 직물 공장에서 한 의뢰가 들어왔는데요. 공기 중에 습기가 부족하여 정전기가 심하게 일어 보풀이 일고 직물이 짜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캐리어는 공기 조절 장치를 통해 습도를 안정시켜 보풀을 방지할 수 있었죠. 캐리어가 개발한 공기 중의 열과 습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1907년 처음으로 일본의 비단 공장으로 수출되기 시작했고, 1915년 캐리어는 더 나아가 에어컨의 대중화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리어 공학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 후 이 장치는 냉방 분야에 활용되어 극장, 백화점, 호텔, 병원으로까지 뻗어 나가 인류는 쾌적한 여름을 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전이’ 현상을 이용한 에어컨과 제습기, 어떻게 다를까?


이렇듯 에어컨은 사실 공기를 시원하게 해주는 장치를 넘어 공기의 상태를 쾌적하게 조절해주는 장치입니다. 먼저 에어컨의 원리는 기적으로 ‘상전이’라는 현상을 이용하여 물체를 냉각하는데요. 상전이란 어떠한 물질이 압력이나 열과 같은 특정한 외부 조건에 의해 다른 형태나 상태로 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을 가열하면 액체에서 기체인 수증기로 변하고, 냉각할 경우 고체인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 상전이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어컨에는 기체 상태인 냉매가 들어있는데요. 원래 가스인 이 냉매는 에어컨 속 압축기에 의해 액체로 변합니다. 바로 이 액화된 냉매를 에어컨의 증발기가 기체로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공기가 차가워지고 기화열을 발생시키는데요. 기화열은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주변으로부터 흡수하는 열을 뜻합니다. 이렇게 냉매가 기화되어 주변 열이 흡수되기 때문에 실내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에어컨은 이렇게 흡수한 열을 실외기를 통해 바깥으로 배출해 뜨거운 열이 생겨납니다. 실외기 곁을 지나가면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름철, 에어컨의 제습과 제습기의 성능 차이와 이를 따로 두어야 할지 고민이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원리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에어컨과 제습기의 원리는 동일합니다. 냉매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제습을 하며 열을 발생시키는 것은 같지만, 실외기가 있는 에어컨은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반면 실외기가 없는 제습기는 실내를 따뜻하게 한다는 단점이 있죠. 여름철 더위와 습기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장마철과 같은 습기가 엄청난 시기에는 제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에어컨과 제습기의 작동조건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에어컨은 온도를 기준으로 작동하는 장치지만, 제습기는 습도를 기준으로 작동하는 장치이기 때문이죠. 에어컨의 제습 모드 또한 온도를 기준으로 작동하기에, 사실상 습도를 빠르게 줄이기 위해서는 제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에어컨은 설정한 온도를 기준으로 작동을 멈추지만, 제습기는 여름철 적정 습도인 40~50%까지 습도를 낮출 때까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습기는 가동하는 동안 실내가 오히려 더 더워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겠죠. 그리고 제습기를 이용하면 빨래를 한 후 옷을 말리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겨울철 결로 문제로 고생을 하고 있다면 겨울철에도 제습기를 이용하여 이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큰 공헌을 한 캐리어의 발명품, 에어컨. 앞으로도 인류는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수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할 것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또한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 기술과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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