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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
2019.05.09 28


by 최원석 (과학 칼럼리스트)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생사를 넘나드는 탄광에서 석탄을 캐야했던 조선인의 모습을 그렸던 영화 <군함도>. 이 영화는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 문제로 인해 기대한 만큼의 흥행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또한 ‘하시마 섬(군함도)’에 대한 역사적 문제를 제기하려는 뜻도 미처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남겼다. 


영화에 대한 평이 어찌되었건 분명한 것은 일본이 조선인 강제 노역을 통해 전쟁 물자인 석탄을 얻고자 했다는 사실이다.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전쟁필수 물자였던 석탄은 전쟁이 끝나자 석유와 천연가스에 밀려 사용량이 감소했고, 환경오염 문제까지 겹치면서 결국 추억의 연료 신세가 되는 듯 했다. 이처럼 한때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석탄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석탄, 그 애증의 역사




지질시대의 식물이 매몰된 후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된 가연성의 흑갈색 광물 석탄. 석탄은 석유와 비교하면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편이고, 채굴이 상대적으로 쉬워서 이미 기원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사용될 만큼 인류의 친숙한 연료였다. 


대장간이나 난방용으로 사용되던 석탄은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석탄은 증기기관차나 증기선처럼 수송용에서부터 산업용 기계, 철강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증기기관은 자연력이나 동물의 힘에서 벗어나 기계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18세기말에서 19세기 이르는 시기에 수많은 발명가들은 증기기관을 이용해 세상을 변화시킬 기계를 만들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자연은 영화 <원령공주>의 산골마을처럼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속하게 훼손되어 갔다.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지구가 병들어간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폐해가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산업혁명을 태동시킨 영국이었다. 증기기관이 소비하는 엄청난 양의 석탄으로 인해 도시 주변은 온통 검은 먼지로 뒤덮였고, 비가 오면 탄가루가 섞인 검은 물이 하천을 검게 물들였다. 또한 석탄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분진, 황산화물은 공기를 뿌옇게 오염시켰다. 



산업혁명은 자연환경도 변화시켰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도시 주변에는 흰색 지의류를 배경으로 흰색 나방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나무와 지면이 온통 검은색으로 바뀌자 흰색 나방은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원래 흰색이던 나방이 검게 변하는 이른바 ‘공업암화’ 현상이 생겼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불행의 서막에 불과했다.



탈(脫) 석탄의 시대? 




1952년 12월 4일 영국 런던의 날씨는 상쾌하게 시작 했다. 잠시 후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감싸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날씨였다. 하지만 이날로부터 일주일간 런던에서 발생한 스모그(연기와 안개가 합해서 만든 합성어 ‘smog=smoke+fog’. 오염된 공기가 대기의 운동이 잘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안개가 낄 때 잘 형성된다.)는 무려 1만2천여 명이 목숨을 앗아갔다. 


최악의 환경 재난으로 기록된 런던스모그는 석탄이 연소 할 때 발생한 아황산가스가 안개와 뒤섞여 스모그가 되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런던 스모그 사건은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석탄의 문제점을 전혀 모른 것은 아니었다. 영국 정부는 이미 17세기부터 매연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석탄을 제외하면 산업혁명의 수요를 대체할 뚜렷한 자원이 없다는 거였다. 


산업혁명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석탄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은 증기기관을 작동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철강 산업용 코크스(탄소의 성분이 80% 이상으로 제철이나 주물용으로 사용하는 물질)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철광석에 포함된 철은 모두 산소와 결합된 산화철이다. 따라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켜야 각종 철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는데, 이때 산소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것이 석탄으로 만든 코크스다. 전쟁 당시 일본이 군함도에서 석탄을 캐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하지만 석탄을 캐내기 위해서 점점 깊은 갱도로 들어가듯 석탄 산업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등장으로 날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석탄은 <응답하라 1988> 같은 드라마처럼 연탄과 난로용 조개탄 등 서민의 연료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왔지만 정부의 탈(脫) 석탄발전 정책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듯 했다. 하지만 막장(갱도의 끝)에 도달했다고 느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6년에는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정부지원을 받아 충남 태안에 380MW의 세계 최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 플랜트를 건설했고, 경남 남해의 동서발전에서도 400MW급 IGCC를 건설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탈 석탄발전 정책을 펴는 정부에서 석탄 발전을 그대로 용인한다는 것은 언뜻 납득 안 되는 일처럼 보인다. 어차피 석탄 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IGCC도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석탄 화력발전소와 IGCC는 원료로 석탄을 사용한다는 것은 같지만 발전 원리는 다르다. 



석탄의 무한도전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석탄을 미세한 가루(미분탄)으로 만들어 연소시키는 미분탄 화력발전을 한다. 미분탄 화력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황화합물(SOx), 질소화합물(NOx)와 같은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이와 달리 IGCC는 석탄을 직접 연소시키지 않고 가스화 시켜 발전한다. 가스화 과정에서 미세 분진, 황화합물, 질소화합물 등 환경오염물질을 제거 한다. 그래서 태안 IGCC가 황화물 배출량을 1ppm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석탄 화력발전에 비해 효율도 2%정도 높다. 효율이 높은 만큼 석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그만큼 환경 친화적이며, 고효율 가스터빈을 도입하면 10% 이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집진장치를 설치하여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키고,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적용하면 석탄 화력발전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시설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IGCC는 지금은 석탄을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중유나 잔사유 및 바이오 가스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석탄의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석탄에서 가스뿐 아니라 액체 상태의 연료인 석탄액화석유(CTL: Coal-to-Liquids)를 얻을 수도 있다. 석탄에서 석유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석탄액화석유를 만든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화학적으로 본다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석탄이나 석유 모두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탄화수소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석탄과 석유는 단지 탄소와 수소의 구성 비율이 다를 뿐이다. 즉 석유가 석탄에 비해 탄소에 대한 수소의 비율이 높다는 것 밖에 차이가 없다. 따라서 석탄에 수소를 첨가하거나 탄소를 제거하면 액체상태의 CTL을 만들 수 있다. 


CTL은 석유와 성질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석유가 부족했던 독일에서는 수요의 90%를 석탄 액화를 통해 충당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이 화학공업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발명이었던 셈이다. 


어쨌건 독일의 패전과 함께 석유화학 공업이 발달하면서 대량의 석유가 거래되는 상황에서 석탄을 액화하는 방법도 관심 밖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남아프리카와 중국에서는 여전히 상용으로 CTL 플랜트를 가동시키고 있다. 


바로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석탄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석탄은 계륵이 아니라 이용하기에 따라 아직도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는 에너지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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