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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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트에서 네가와트 시대로

  • 작성일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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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석 (과학 컬럼리스트)


에너지를 한번만 공급하면 그 에너지로 계속 움직이는 영구기관. 고대 그리스에서 SF영화에 이르기까지 흔히 등장하는 영구기관은 인류가 처한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꿈의 장치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바대로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영구기관은 만들 수 없다. 에너지를 계속 변환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면 차선책은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에너지를 절약해서 사용했지만 이제는 IT기술과 접목되면서 과거에는 아낄 수 없었던 것까지 아껴 쓸 수 있게 되었다. 


엔트로피와 에너지



과학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이 될까 ? 아마도 그것은 에너지보존 법칙이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경험법칙으로 통용되는 인류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법칙이다. 


하지만 이것을 법칙으로 증명해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무를 태우고 나면 그 열은 곧 사라져 버렸고, 높은 곳의 물체가 떨어지고 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즉 에너지가 사라지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현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한 형태의 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되어도 그 양은 일정하다’는 에너지보존 법칙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에너지보존 법칙만으로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보존법칙이 성립한다면 에너지를 아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보존법칙이 성립할 경우, 전기 자동차를 한 번 충전하면 달리는 동안에는 전기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고, 정지할 때는 운동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에너지보존 법칙 따라 자동차는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기계가 바로 영구기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구기관은 만들 수 없다. 에너지는 보존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모든 에너지를 전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전환될 때 일부는 항상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열에너지로 전환된 에너지는 흔히 ‘낭비된 에너지’로 표현하는데 이것은 열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보다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에너지는 항상 쓸모 있는 형태에서 쓸모없는 형태로 전환되는데 이를 엔트로피 증가법칙이라고 한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의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변환된 후 정지할 때 회생제동을 통해 다시 배터리에 화학에너지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이때 자동차의 운동에너지 중 일부만 다시 화학에너지로 저장되고 나머지는 쓸모없는 열에너지로 전환되어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열에너지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만큼 중요한 일이다.    



메가와트에서 네가와트 시대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 가용 에너지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은 현대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에너지 과다 사용 구조가 지속된다면 계속 이를 지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제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세상이며, 낭비하는 전기를 절약해 보자는 뜻에서 생겨난 것이 ‘네가와트(Negawatt)’이다. 네가와트라는 말은 전력 단위인 메가와트(Megawatt)에 네거티브(negative)를 합성한 말로 ‘절약한 전기’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네가와트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전력이 생산과 동시에 소비를 해야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전소는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예비 전력을 생산해 정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이때 시간과 계절에 따라 최대 전력은 달라 최대수요전력에 맞춰 발전소를 건설 한다. 최대수요전력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필요이상 많이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네가와트는 소비자가 한전과 사전계약을 통해 전기를 절약하겠다는 약속을 하여 발전량을 줄일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수요자가 만들어 낸 수요자원인 셈이다. 




지금은 계약에 의해 전력수요 관리가 이뤄지지만 앞으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도입되면 네가와트 시장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다양한 품질과 가격의 전기를 소비자가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에 의해 네가와트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피크에 따라 다양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소비자는 가격에 따라 전기를 골라 쓸 수 있게 된다. 세탁기나 충전기, 전기자동차 등을 전기 값이 쌀 때 작동 또는 충전하도록 설정해 두면 소비자와 한전 모두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 바로 네가와트의 개념이다.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

 


일부 소비자의 참여로 전기를 아끼는 네가와트와 달리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 자체가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와 같이 전력망이 똑똑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이다. 혼잡한 도로에서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 듯 스마트그리드도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에너지를 절약한다. 그렇다고 스마트그리드를 단지 효율적인 전력망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스마트그리드는 화력이나 원자력과 같은 대형 발전소를 토대로 건설된 기존의 전력망과 근본 개념부터 다르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패러다임의 변화부터 일어나야 한다. 대형 발전소에서 일방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공유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소규모 분산 전력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의 발전과 송배전, 저장에 이르는 다양한 시스템이 신재생에너지에 맞춰져야 한다. 


특히 발전과 소비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생산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가 필수적이다. ESS는 배터리 형태를 많이 생각하겠지만 원리상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다. 관성바퀴(Fly foil)처럼 역학적 에너지로 저장하거나 축열기처럼 열에너지로 저장하는 등의 다양한 ESS가 있다. 저장된 에너지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전기에너지나 열에너지로 공급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연결한 단일 시스템뿐만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신재생에너지를 ESS와 결합한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NRE-H: New & Renewable Energy–Hybrids) 시스템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묶어 NRE-H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면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없는 날에도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는 울릉도와 같은 섬 지역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묶어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NRE-H와 홈 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등이 결합된 마이크로그리드가 서로 결합되어 스마트그리드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세상, 또한 그것이 가능한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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