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레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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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도 이용한 해양에너지

  • 작성일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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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석(과학 컬럼리스트)


영화 <저스티스리그(Justice League, 2017)>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 아쿠아맨. 물고기와 대화할 수 있고, 물을 마음대로 다루는 능력을 가진 영웅이다. 아직까지 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인간에게 아쿠아맨의 능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장보고에서 이순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꾸준히 해상 강국의 지위를 유지했고, 그 이면에는 바다를 잘 알고 활용했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리는 이미 옛날부터 바다를 잘 이용할 줄 아는 민족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자원의 보고 바다를 이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인간의 고향, 바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승무원들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푸른 구슬이라는 뜻의 ‘블루 마블(The Blue Marble)’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구가 처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37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한 이래 수많은 별이 탄생하고 사라졌고, 우리은하의 변방에서도 이름 없는 별들이 죽어 갔다. 별의 죽음으로 우리은하에는 새로운 생명 탄생의 씨앗이 생겼다. 별이 죽을 때 우주공간으로 흩뿌린 잔해가 모여 조그만 행성 지구를 탄생시킨 것이다. 


46억 년 전 별의 잔해에서 갓 태어난 지구는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불지옥을 연상시키던 모습이었다. 이후 무려 2500만년 동안 뜨거운 비가 쏟아진 결과 대지는 식었고, 마침내 40억 년 전에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바다가 형성되었다. 바다가 생기자 그 속에서 유기물이 합성되었고, 오랜 진화를 거쳐 인류가 탄생하게 된다.  



바다는 인간에게 고향이나 마찬가지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영화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 2000)>에서 어부들은 목숨 걸고 거친 바다와 싸워야 했고, <더 임파서블(The Impossible, 2012)>에서는 거대한 해일이 일순간에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그렇다고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바다를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바다가 지닌 에너지의 양이 그 만큼 크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다가 지닌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인류에게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다면 바다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그건 바로 바다를 구성하는 물이 지닌 물리화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물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며, 비열이 크고 다른 물질을 잘 녹이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물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해류(바닷물의 흐름)나 조류, 파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달과 태양의 존재도 빼놓을 수는 없다. 


즉 물의 특성과 중력, 태양에너지로 인해 바다는 아주 복잡한 행태를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바다의 움직임이 혼란스럽다고 무질서 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바다의 변화 속에도 질서는 있었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해양에너지를 이용한 이순신




1597년 명량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이순신과 병사들의 심경은 사뭇 비장했다. 고작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 함대에 맞서야 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이 전투에서 조선 수군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지만 결국 이순신은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낸다. 


울돌목의 거센 조류를 이용해 왜선 31척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것이다. 마치 아쿠아맨처럼 조류가 지닌 해양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었기에 이순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순신이 왜군을 물리친 울돌목은 폭이 300여 미터에 최대 수심도 20미터밖에 되지 않는 좁은 해협이다. 폭이 좁아지면 물의 흐름이 빨라지기(베르누이의 정리) 때문에 울돌목에서는 13노트(약 24㎞/h)의 유속이 관측될 정도로 물살이 거세다. 유속이 크면 그 만큼 역학적 에너지가 증가하므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력량도 많아 울돌목은 조류 발전소 건설에 접합한 장소다. 



그래서 해양수산부에서는 2009년 울돌목에 1MW 용량의 세계최대 규모의 시험조류 발전소를 건설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 때 철거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현재 상용 조류발전을 위해 가동 중이다. 장죽수도, 맹골수도 등도 조류발전에 적지로 거론되고 있는데 시험결과에 따라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는 발전방식으로는 조력발전도 있다. 조류발전과 조력발전 모두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발전 방식이 조금 다르다. 조류발전은 물의 흐름을 이용하고 조력발전은 해수면의 높이차를 이용한다. 



따라서 조류발전은 울돌목처럼 해수의 속도가 빠른 곳에서 터빈의 회전을 이용하며, 조력발전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 댐을 건설하여 조수의 상승과 하강 시에 부력이나 압축 공기를 이용해 발전한다. 그래서 시화호 조력발전소처럼 해안선이 복잡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 조력발전에 적합하다. 


조류를 이용한 발전 방식은 일정한 주기성을 지니고 있어 신뢰성이 높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아쿠아맨의 능력을 가지다




울돌목처럼 조류가 흐르면서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밀물과 썰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그래서 해안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은 월터 크레인의 <넵튠의 말들>이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조류 보다는 파도가 더 위력적으로 느껴진다. 해안을 강타하는 거대한 파도를 배경으로 아쿠아맨이 등장하는 것도 파도가 그 만큼 위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파도는 조류와 발생 원리부터 다르다. 파도는 바람에 의해 형성된 표층해수의 움직임으로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 넓은 바다에서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 형성된 풍랑은 너울이 되고, 해안으로 접근하면서 점차 파고가 높아지는 파도가 된다. 


특정한 위치에서 바닷물의 운동을 연속적으로 관찰해 보면 원이나 타원에 가깝게 보인다. 해수의 상하 운동(위치에너지)과 파동의 진행에 따른 전후 운동(운동에너지)이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파도가 지닌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 것이 파력발전이다. 


파력발전은 발전원리에 따라 가동물체형, 진동수주형, 월파형으로 구분한다. 가동물체형은 바다에 띠워 놓은 물체가 수면 변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다. 



진동수주형은 파도 에너지로 공기를 압축 팽창시켜 터빈을 작동시키는 방식이며, 월파형은 파도가 칠 때 일정 높이에 물을 가둔 후 떨어질 때 위치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발전원리에 따라 각기 장단점이 있어 해역에 따라 경제성이 높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해수가 지닌 역학적 에너지뿐만 아니라 열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얻을 수도 있다. 바닷물은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온도가 낮아져 심층수 온도는 거의 4℃ 정도가 된다. 이때 해수면 부근의 표층수 온도와 20℃ 정도 차이가 나면 해양온도차 발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해양온도 발전은 온도차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므로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달리 염분차 발전은 양쯔강 하구처럼 해수와 담수가 만나 염분 차이만 있으면 가능하다. 아직까지 발전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염분차 발전의 전 세계 에너지 잠재량이 2.6TW(Tera watt)에 이를 정도로 매력적이다. 



염분차 발전을 위해 2015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KW(Kilo watt)급 염분차 발전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등 발전 단가를 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에서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아쿠아맨의 능력도 부럽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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