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최원석 (과학 컬럼리스트) 영화 <배트맨과 로빈>에서 닥터 프리즈(아놀드 슈왈제너거 분)는 냉동광선으로 고담시를 얼려버린다. 배트맨은 얼어버린 고담시를 녹이기 위해 인공위성과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태양광선을 반사시켜 얼어있는 고담시를 녹인다.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은 빛을 반사해 지구로 보내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은 영화 속 상상에 불과한 일이다. 또한 냉동광선에 의해 지구가 차디찬 얼음의 세계로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를 보면 그렇게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층이나 빙하에 남아있는 과거의 흔적을 조사해 보면 열수지에 따라 지구는 차디찬 얼음의 세계가 되거나 무더운 세상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골디락스 영역의 지구 태양광 발전에서 했던 헬리오스의 이야기를 좀 더 이어서 해 보자. 태양신 헬리오스에게 어느 날 자신의 아들이라 하는 파에톤이 찾아온다. 친자임을 확인한 헬리오스는 파에톤에게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마차를 몰아보고 싶다고 졸라서 4마리의 천마가 끄는 태양의 마차를 몰고 나간다. 불안했던 헬리오스는 아들에게 하늘의 중간으로 날아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마차를 모는데 서툴렀던 파에톤이 마차를 몰고 땅에서 멀어지자 땅에는 추위가 몰아쳤다. 이번에는 파에톤이 말을 돌려 지상으로 너무 다가가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그만 피부가 그을렸고, 땅은 불길에 휩싸일 위기에 처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제우스가 파에톤에게 번개를 던졌다. 번개를 맞은 파에톤은 마차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헬리오스가 아들의 안전을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인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디락스 영역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궤도를 뜻한다. 즉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것은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열에너지를 공급받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태양으로부터 빛에너지와 열에너지가 별도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에서 지구를 향해 방출된 전자기파가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한다. 태양빛은 물체와 충돌한 후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의 전자를 움직이게 하거나 분자를 진동하게 만든다. 태양전지는 물질에서 움직이는 전자를 이용한 것이며, 태양열에너지는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의 진동속도를 증가시켜 내부에너지를 증가시킨 것이다. 즉 태양열을 이용해 물체의 온도를 높인다는 것은 태양에서 방출된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의 운동속도(온도)를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태양열을 이용한 난방
태양복사에너지를 받은 물체는 계속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물체도 자신의 온도에 해당하는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 결국 태양복사에너지와 물체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가 복사평형에 도달하면 물체는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따라서 태양열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열 처리된 축열기 장치가 필요하다. 열을 저장하는 축열 장치에는 태양열 주택에서 볼 수 있는 보일러처럼 생긴 소형 축열기에서부터 수천 ㎡ 크기의 태양연못(solar ponds)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다. 태양연못의 경우에는 이스라엘과 같이 소금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막지역에서 활용하고 있다. 태양연못은 소금물의 농도가 다른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생긴 모양만 다른 뿐 태양열 주택의 축열기와 원리는 같다. 단열재 대신 연못물의 대류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열을 저장한다는 개념은 태양열 주택이 등장하면서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한옥의 처마 각도를 조절해 동지에 햇빛이 최대한 집안으로 길게 들어오도록 만들었고, 로마인들은 공용목욕탕에 유리창을 설치했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장으로 사용된 수정궁은 마치 거대한 온실처럼 생긴 구조로 되어 있어 햇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오늘날 고층빌딩의 필수적인 건축 재료로 사용되는 거대한 판유리가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비를 절약하는 등 건축에서 태양열의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사항이 되었다. 이와 같이 태양열을 이용해 건물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면 얼어버린 고담시를 녹이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 물론 가능하다. 단지 문제는 영화처럼 순식간에 녹이기 위해서는 아르키메데스의 지혜가 필요할 뿐이다. 뜨거운 열로 만든 전기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아르키메데스는 수많은 청동방패를 이용해 적함을 불태웠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1973년 그리스 과학자 로아니스 사카스는 아르키메데스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모형 목선에 불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실험은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이 기록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청동방패가 아니라 반사율이 높은 거울을 사용해야 하고, 많은 거울을 빠르고 정밀하게 조종하여 한 지점에 빛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가 사실은 아닐지라도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에 그와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면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바로 태양열 발전이다. 많은 거울을 잘 조절한 초고온 태양로의 경우 2000K 이상의 온도까지 올릴 수 있으니 아르키메데스가 태양열 발전소를 봤다면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모하비 사막에 건설된 이반파 태양열 발전소(ISEGS, Ivanpah Solar Electric Generating System)은 여의도 보다 큰 면적에 173,500개의 반사거울(Heliostat)을 가지고 있어 가히 장관을 이룬다. 거울에서 반사된 빛이 40층 높이의 3개의 탑에 비치면 수신부의 온도가 537 ℃까지 올라간다. 이 열로 열기관을 작동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열 발전소는 물을 끓여 발전을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클수록 효율이 높아서 사막과 같은 넓은 땅에 건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접시형 반사경과 외연기관을 사용한 접시 스털링 (Dish-Stirling) 발전시스템의 경우에는 소규모 발전도 가능하다. 외연기관인 스털링 엔진은 효율이 높고 소음이 적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태양열 발전에 안성맞춤이다. 그 외에도 프레넬 렌즈를 이용한 홈통 모양의 태양열 발전 시스템 등 다양한 태양열 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시험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태양전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소외에도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태양열 발전을 하는 이유는 뭘까 ? 태양광 발전의 경우 빛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는 것과 달리 태양열 발전은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태양열 발전은 해가 진후에도 발전이 가능하다. 이는 낮에 태양열을 이용해 물질을 녹여 용융염 상태로 만들고 이것을 이용해 물을 끓이거나 공기를 고온고압의 상태로 만들어 터빈을 돌리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효율은 20%정도 된다. 이는 태양복사에너지 중 80% 가량 되는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손실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태양복사에너지 중 전기로 전환되고 일부는 열에너지로 사용하게 되면 그 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태양빛은 전기로 변환하건 열에너지로 사용하건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정말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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