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영역
본문으로 바로가기

로고

vol.230


황교식 연구원, 제주에서의 또 다른 시작

제주 김녕의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 주위가 고요하다. 인적이 없어 파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밤이 되면 그 고요함이 어둠과 함께 짙어지고, 빛이라고는 밤하늘의 총총 별 뿐이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달리고 있다. 런닝머신 위를 열심히, 그리고 묵묵하게. 얼마 전만 해도 서울의 낮같은 밤 속에서 친구들과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거리를 거닐었던 그였다.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던 지난 1월, 그는 이 고요 속으로 들어왔다. 사랑하는 이와 친구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서울에 두고. 제주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지 이제 4개월째인 황교식 연구원, 그를 만나 김녕에서의 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도전과 설레임으로 선택한 길

황교식 연구원은 박사과정 때 기계공학 중에서도 열전달을 전공하며 이론적인 연구,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제주 김녕에 실증단지인 글로벌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가 세워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주도에 가면 박사과정 때 한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실증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어요. 그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지원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쭉 서울에서 생활해 온 그가 연구에 대한 꿈을 안고 도착한 제주 센터. 하지만 센터가 개소한 것은 작년 11월, 그가 입사한 것은 올 해 1월. 3개월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제주 센터의 연구시설은 완전하게 갖추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처음 대학원 갈 때도 제가 교수님 첫 제자 였습니다. 연구실에 처음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심지어 드라이버 하나도 없어서 드라이버 빌리러 다니고 그랬죠. 그렇게 6년 공부하고 졸업을 했는데, 6년 동안 다른 연구실 부럽지 않게 많은 시설을 이루어놓고 왔습니다. 센터에 처음 도착했을 때도 느낀 게, 나는 뭐든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보다, 내가 해야 할 게 많겠구나였죠,(웃음)”

하나하나 준비해나가면 나중에는 대전 본원만큼의 큰 연구실을 꾸리고,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표정이 즐거워보인다. 제주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는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시작이다. 분명, 새로운 길이기에 지금 당장은 힘들고 벅찬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교식 연구원이라면 충분히 잘 해내리라. 그는 시작을 여는 것이 두렵지 않다.

바다와 함께 여는 하루하루

센터 기숙사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열고, 센터 식당에서 아침과 점심과 저녁을 먹고, 센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는 황연구원의 생활은 얼핏 보면 지루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루하기보다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그다. “제가 제주도 오기 전에는 굉장히 활동적인 생활을 했어요. 친구들과 술도 많이 먹고.(웃음) 덕분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죠. 그런데 여기 오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었죠.” 만약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더라면 전혀 할 수 없는 일 이었을 터였다. 그가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것은 내적으로 충만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서울에 두고 왔기에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은 일부러 안다니고 있어요. 결혼해서 와이프가 제주도에 오면 같이 다니려고요.” 좋은 것을 혼자 보면 분명 쓸쓸해질 것이기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려고 아껴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황 연구원이 보려고 하지 않아도 매일 보게 되는 아름다운 것은 김녕 바다. 에메랄드 빛과 코발트블루가 부드럽게 섞여있는 물빛이 매일 아침 그의 눈앞에 펼쳐진다. “아침에 기숙사에서 내려오다보면 눈앞에 바로 바다가 보여요. 특히 날씨 좋은 날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죠.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 일할 맛 난다!” 그의 얼굴이 물빛처럼 맑아진다. 그리고 그 얼굴 너머로 오래도록 제주 센터와 함께할 그의 푸릇한 모습 또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