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주에 온지도 벌써 4년이 되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제주도가 세계적인 유명한 관광지로 잘 꾸려져 있다는 입소문을 들은 바 있는 저는 “하나원”을 수료하고 제주도를 선택하여 이곳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생활해보니 정말 폐쇄적 국가인 북한에까지 입소문이 날 정도로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제주도의 곳곳을 여행하고 있고 그때마다 그 매혹에 흠뻑 빠져 들곤 한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북한에 있는 저의 가족과 함께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제주를 북한에 있는 저의 가족과 함께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오게 될 통일의 그날 암흑의 땅에서 고생만 하면서 살아온 저의 가족을 꼭 모셔와 제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행복을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글 - 김상철
초등학교 시절, 학기 초가 되면 의례히 하게 되는 가정조사. 언제나 저는 어머니의 학력을 ‘고졸’이라 대답했습니다. 어머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손을 들게 되었던 것이었죠. 하지만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어머니께선 어느 날 부턴가 침침한 눈으로 중학교 참고서를 보기 시작하셨고 저는 얼마 안가 그것이 검정고시의 준비단계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제가 친구들에게 창피 당할까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어머니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합격이라는 거대한 성벽에 오르기 위해 7년이란 세월을 고군분투 하신 어머니. 작년에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게 되셨습니다. 집안 살림 하랴, 자궁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통원치료 받으랴, 바쁘고 고달픈 나날 속에서도 수험서를 놓지 않으시더니 결국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내셨네요.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으시다는 우리 어머니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제게도 무척 큰 귀감이 되곤 합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제주의 길을 걸으며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아름다운 지혜를 쉬엄쉬엄 그리고 소중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글 - 박준영
"엄마! 친구들은 여름방학때 가족들하고 해외여행 간다고 자랑하는데 우린 언제쯤 비행기 타볼 수 있어? 제주도라도 가보고 싶다.“ 4년 전부터 저와 함께 살게 된 우리 아이들의 소원은 비행기란걸 타고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가보고 싶은 거랍니다. 이혼이라는 부모들의 선택으로 인해 편부 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오다가 이제야 꿈처럼 제 품안에 둥지를 틀게 된 눈물겹게 소중한 제 새끼들이지요. 어린이집교사로 근무하는 엄마의 주머니 사정이 결코 넉넉하지 않은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아이들은 올해엔 제주도에 꼭 데리고 가겠노라는 제 약속을 매년 기대에 찬 눈으로 기다려 주고 있습니다. 붓 끝에 노란 물감을 담아 수 만개의 점을 찍어놓은 듯 아름다운 유채꽃밭에서 그보다 더 화사한 웃음으로 저를 바라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담아간다는 푸른빛의 제주바다에서 그 맑은 물속에 발을 담그고 폴짝폴짝 뛰어다닐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매달 조금씩 저축해놓은 그리 많지 않은 돈으로 올 해 여름에는 꼭 제주도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셋이 함께라면 추억만큼은 유채꽃보다 화사하고 제주의 바다보다 눈부실 테니까요. 글 - 송경희
이 남자를 알게 된 지는 35년 그리고, 남편이란 부른지는 17년. 남들은 그 긴 시간 보아오면서 무슨 재미가 있냐고 하지만 그래도 내겐 아직 가슴을 설레게 할 때가 많은 사람입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소꿉친구이고 초등학교 동창이고 나를 잘 아는 친구이자 내겐 고향인 사람.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아직 제주도를 가본 적이 없는 저는 제주도 이야기만 나오면 괜시리 주눅이 들곤 합니다. 아이가 생기고 결혼을 하여 신혼여행도 다녀오지 못했고 사는 게 바뻐 내년에 가자 내년에 가자 한 것이 벌써 17년이나 되었습니다. 조금은 남편을 원망한 적도 있지만 큰 녀석 대학 보내고 나면 길게 갔다오려고 합니다. 어려서 코 흘리던 남편은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늘 피곤함을 숨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항상 가족이 먼저이고 제가 먼저인 남편에게 제주의 아름다움 속에서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 사람이 좋아하는 북어찜 매큰 하게 해서 저녁상 잘 차려주어야겠습니다. 글 - 이윤정
여덟 살 소녀의 발은 토끼발이 되어 고무줄을 뛰어 넘습니다. 열세 살 여중생의 발은 매일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 교문에 들어섭니다. 열여덟 살 여고생의 발은 친구의 발에 이끌려 읍내에 있는 극장이란 곳에 가봅니다. 스물세 살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신부의 발이 은빛 구두를 신고 결혼식장에 입장합니다. 스물일곱 살 농번기에 마을 사람들의 참을 챙기는 시골 아낙의 발이 동동거립니다. 마흔두 살 엄마의 발이 아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종일 식당 주방에 서 있습니다. 마흔아홉 살 한 여인의 발이 하루를 마치고 잠이 듭니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은 여인의 발이 고무줄을 뛰어 넘습니다. 높이 오른 여인의 발이 제주도까지 닿을 듯합니다, 그 옛날 소녀의 발처럼. 쉰두 살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인,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의 푸른 아름다움을 보고 싶습니다. 글 - 이탁연
장인과 사위로 만난 지 만 6년도 안 돼 이별을 해야 했던 당신, 당신께서는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십이지장 암이라는 생소한 암에 걸리셔서 6개월여의 고통 속에 고생만 하시다 가족의 품을 떠나셨기에 더더욱 당신이 그립습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집안 일, 마을의 대소사까지 챙기시던 당신의 빈 자리는 너무 커 보였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렇게 수고만 하셨던 당신께 멀리 여행 한 번 못 보내드린 이 못난 사위는 마음의 짐을 지고 삽니다. 지금이라도 하늘이 당신께 일주일간 지상에 내려와 저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더불어 제주의 싱싱한 해산물과 감귤 등 맛난 음식들을 당신께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허락된 일주일이 끝날 때 당신께 따님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꼭 올리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장인어른! 글 - 최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