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팽창하며 성장만 해 나갈 것만 같았던 전 세계의 도시들이 최근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여 그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및 한정된 자원에 대한 위기감 고조로 인해 도시계획에 있어서도 종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모든 국가 및 각 도시들에 있어서 온실가스 감축, 탄소 저감형 공간구조, 신재생에너지의 적용과 같은 사항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적 사안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이를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산업분야로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관련 분야의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관련 신기술 및 시스템 개발과 더불어, 도시공간에 대하여 보다 종합적인 차원에서 저탄소 녹색도시의 새로운 모델들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화하기 위한 경쟁과 노력들이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석유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세계 최초의 제로카본도시(Zero Carbon City), 마스다르의 새로운 도전 과정과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마스다르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 도심으로부터 약 2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약 6㎢의 면적에 상주인구 4만 명, 유동인구 5만 명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신도시이다. 지난 2008년 2월 착공하여 2016년까지 7단계를 거쳐 완공될 예정으로 계획된 이 도시는 토지이용계획 측면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의 도입, 녹색 교통의 개발과 적용, 에너지 절감형 건축과 설비의 도입 및 녹지 조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하였다. 구체적으로 토지이용 측면에서는 복합용도 및 저층 고밀도 개발로, 대중교통시스템은 마스다르 시티의 외부와 내부를 LRT((Light Rail Transit system))체계를 통해 결합하고, 내부교통은 PRT((Personal Rapid Transit system)과 세그웨이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계획되었다. 또한 도시 내 자동차 사용을 배제하기 위해 도시 외곽에 주차 빌딩을 설치하여 도심에서는 보행을 기반으로 하는 자전거, 자기부상열차, 신개념 1인승 이동수단인 ‘세그웨이’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로서 액티브 솔라 시스템과 풍력에너지가 선택되었고, 에너지 저감을 위해서 냉난방 시스템과 에너지 계량기가 활용되는 한편 빗물과 오·하수에서 정화된 물을 화장실과 옥상정원의 관수용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 또한 자원저감을 위해서 친환경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으며 건축자재들은 반경 56km이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소재와 재활용 가능한 자재들을 이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마스다르가 위치한 서남아시아의 기후적 조건을 고려하여 바람길 조성에 중점을 두었으며, 기온이 높고 바람이 많은 지역적 특색을 최대로 이용하고 도시 북동에서 남서로 난 대로와 윈드 타워(wind tower), 좁은 가로 등 자연통풍을 최대로 이용하여 건물 냉각을 도모하도록 계획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재진행형인 마스다르는 아직 완공되지 않아 그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을 이끌어 가는 대표 아이콘으로 명실상부 자리매김하였다. 뿐만 아니라, 도시가 조성되는 동안 해당 도시 및 건설과정에 대해 홍보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브랜딩 및 마케팅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당초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계획된 도시였지만, 다소 모험적이고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진행과정에서 경제적 여건 변화와 기술의 발달 등을 경험하면서 함께 변화하고 진화해 나가고 있다. 즉, 도시가 조성되는 동안에도 현재의 기술적, 경제적 측면을 반영하여 지속적인 평가와 수정을 거듭하며 이상적인 도시계획안을 현실화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마스다르의 현실화가 도시계획에서의 패러다임적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