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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축적의 시간' 그후

  • 작성일 2021.08.10
  • 조회수 12364

[주영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몇해 전 서울대 이정동 교수의 '축적의 시간'이라는 강연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현장에 적용 가능한 완성도 높은 기술은 여러가지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과연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수행되고 있는 연구개발이나 기술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선진기술의 모방이나 이를 따라잡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이나 기업이 원하는 완성도 높은 상업기술 개발이나 이를 적용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현장적용할 설계기술 전문가 육성을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세가지 전략을 제안해본다. 첫째, 스케일 업(Scale-Up) 및 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의 육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개발해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대형 스케일로 구현하는 방법, 즉 설계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정 및 장치설계 기술은 화학·에너지·환경 분야 전반에 걸쳐 실제 설비를 제작·설치하기 전 꼭 필요한 것이다. 특히 기본설계 기술은 오랜 기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야 확보할 수 있다. 이들 기술은 실험에 기반을 둔 기초 연구나 랩 스케일(Lab Scale) 연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관련 분야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육성한다면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의 성공적인 이전이나 상업 스케일로의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기술경제성 분석(Techno-Economic Analysis)이나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에 대한 체계를 수립하고 과제선정 시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해당 기술의 상업적 환경적 잠재력을 미리 평가해보는 것은 기술개발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한 기술개발의 성과품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환경 개선에 실제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유기술, 축적의 시간 후 만들어져

 

셋째, 황당무계할 수도 있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지영역 기술을 개발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선발자들이 개발한 기술 일부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연구개발을 수행해 기술 선도자가 되어보자는 것이다.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과정들이 모두 경험과 역량으로 축적되어 어느 순간에는 우리의 기술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는 좀 더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해야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 기존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다른 각도에서 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기술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경험, 실패의 교훈으로부터 배양된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기술을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엔지니어링 개념과 접목해 장기간 육성·특화시켜 우리만의 기술과 노하우로 축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축적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실패의 경험(Lessons Learned)도 소중히 간직한다면 결국 고유한 기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 기술업체들이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기술 보유로 장기간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일찍부터 보고 배워오지 않았던가.


기사원문링크 :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39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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