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뭄바이로부터 동쪽 끝에 떨어진 씨팍.
인도 국영기업인 힌두스탄석유회사(HPCL)의 새로운 정유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분주한 이국의 엔지니어들 사이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연구원이 보인다.
손에는 새로 지어지는 공장에 설치될 수소 PSA 플랜트 설계도를 쥐고 있다.
수소 PSA 플랜트는 많은 양의 수소가 포함된 혼합가스로부터 불순물을 흡착·제거하여 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로 정유공장에 꼭 필요한 공정이다.
지금까지는 힌두스탄석유회사(HPCL) 정유 공장에 세계 최대의 가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독일 린데 사에서 사온 수소 PSA 플랜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수소 PSA 플랜트가 인도의 대지위에 최초로 세워지려 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조순행 연구원과 인도 연구원들의 15년을 넘어선 인연이 새겨져 있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며 인연을 맺다
조순행 박사와 인도 연구원들의 만남은 1995년 인도석유화학 회사(IPCL)에 근무하던 자스라 박사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시작되었다.
“편지로 서로의 의견과 연구논문을 나누다가 제가 직접 인도에 방문해 연구원들을 만나보았죠.
그 뒤 공식적으로 기관 MOU를 맺고 인도의 연구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함께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자스라 박사로 인해 시작된 인연은 추다리 박사와 바트 박사로 이어졌다.
1997년 에기연을 방문한 두 박사는 각각 6개월 동안 올레핀 선택흡착제 개발과 탄화수소 흡착분리 공정개발에 참여했다.
그 뒤로도 지속적인 교류는 이어져 1999년 프로필렌 Pilot Plant를 공동개발하고, 2000년 공동논문을 발표했으며, 2002년에는 한국-인도 국제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또한 5명의 또 다른 인도 연구원들이 방문하여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어요. 인도의 경우 기초 연구부분에 상당히 강해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들 또한 한국에서의 경험이 인도에 돌아갔을 때 하나의 연구실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자스라 박사는 릴라이언스 그룹 석유화학회사 총괄연구소장으로, 추다리 박사는 힌두스탄석유회사(HPCL)의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때는 다들 연구원일 뿐이었는데, 잘 되어서 너무 좋죠” 라며 허허 웃는 조순행 박사의 얼굴 위로 지난 15년의 세월이 스쳐간다.
인도에 세워지는 한국의 수소PSA플랜트
1997년 에너지연에서 연구를 수행했던 바트 박사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조순행 박사가 추진하던 CO선택성 흡착제 개발 및 수소 PSA 공정 개발연구에 참여한 것이다.
“바트 박사 덕분에 연구 결과가 잘 나왔어요. 결국 2010년에는 실제로 여수 덕양 공장에 수소 PSA 플랜트를 짓고 성공적인 운전을 했죠.
이 소식을 바트 박사에게도 알렸더니 기뻐하더군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 있던 바트 박사는 힌두스탄석유회사(HPCL) 연구소장인 추다리 박사에게도 이를 전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유 공장을 지을 계획에 있었던 추다리 박사의 제안으로, 에너지연은 인도 내 수소 PSA기술 보급 및 실증 플랜트 설치에 협력하기로 했다.
수소 PSA 플랜트는 현재 상세 설계 중에 있으며, 일의 진행을 위해 조순행 박사는 12월 다시 인도를 찾을 계획이다.
“인도에 가면 오랜만에 추다리도 만나고 바트도 만나고”라며 친근하게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조순행 박사.
그는 힌두스탄석유회사에서 한국의 수소 PSA 플랜트를 설치하는 것이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거라 말한다.
“한국에서도 국산 수소 PSA 플랜트를 잘 설치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물며 인도에서도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보통 미국이나 독일, 일본의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지, 한국의 기술을 적용할 이유가 없죠.”
결국, 조순행 박사가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가 지금 인도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힌두스탄석유회사에서 한국의 수소 PSA 플랜트를 설치하는 것이 사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거라 말한다.
“한국에서도 국산 수소 PSA 플랜트를 잘 설치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물며 인도에서도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보통 미국이나 독일, 일본의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지, 한국의 기술을 적용할 이유가 없죠.”
결국, 조순행 박사가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가 지금 인도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끝에 조순행 박사가 사진을 보여주면서 웃는다.
“이 사진은 자스라 박사와 계룡산 갔을 때. 이건 추다리 박사 우리 집에 놀러와서 가족들과 저녁 먹을 때” 사진 속 장면들을 머리 속에서 되살리고 있는 듯 하다.
어느 한 사진 속에서는 조순행 박사의 부인과 바트 박사의 부인이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있다.
바트 박사 부인을 생각하면 그녀가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석이 가득 든 핸드백을 잃어벼렸을 때 찾아주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조순행 박사가 인도에 가면 그들 역시 조순행 박사의 가족이 그러했듯 따뜻한 저녁을 함께 한다고도.
“이렇게 사진을 보고 있으면 예전 생각나죠. 인도 연구원들도, 우리 연구원 내 동료들도 다들 열심히 했어요.
협력해서 한 거지,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바탕이 만들어 진거죠” 15년의 인연이 대단한 일이 아닌 듯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이지만, 시간이 배어든 선물이란 것이 있다고, 그가 아닌 그가 이루어 낸 일들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