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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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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몽환적 세계

이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아있다면, 어떤 작품을 선보였을까? 이런 질문에 그럴싸한 모범 답안으로 제시할 만한 인물이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1967년생)이다. 그의 작품은 건축과 과학 기술이 예술과 결합한 동시대미술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자신도 아티스트가 안됐다면, 물리학자가 될 것이라고 답한 적도 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예술에 더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1980년대 브레이크 댄서로 활약한 바 있으며, 아버지도 역시 예술가였다고 한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재현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1990년대 중반부터 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 작품은 간단한 물리적 장치를 활용해 인공 자연 현상을 만들어, 전시장을 시적이고 초월적 공간으로 전환했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무지갯빛 오로라를 상상해보자. 1993년 발표한 <아름다움(Beauty)>에서 그는 암흑의 전시장에 분무기로 인공비를 뿌리고 특수 조명을 비췄다. 빛과 물, 그리고 무지개의 상관 관계를 교육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했을 법한 실험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꽤 아름다웠다. 관객은 손에 잡힐 듯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몽환적인 무지개빛의 환영에 눈을 떼지 못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의 신비로운 자연 현상과 관련이 깊다. 그는 자연이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회구성원이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한다. 그를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움시킨 작품은 2003년 영국 테이트미술관에서 발표한 <날씨 프로젝트(Weather Project)>이다. 따스한 햇볕이 간절한 영국의 겨울철, 테이트의 거대한 터빈홀을 노란빛으로 가득 채운 그의 ‘가짜 태양’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미술관을 찾았다. 2008년 여름에는 뉴욕 허드슨 강 하구에 네 개의 초대형 인공폭포를 설치하기도 했다.

현대판 르네상스식 공방에서 펼치는 다양한 실험

올라퍼 엘리아슨은 노을, 안개, 무지개와 같은 흔한 자연 현상의 물리학적 원리와 인간의 시지각 능력과 한계를 과학자처럼 연구하고, 이 둘의 관계를 예술가의 시각에서 조형적으로 결합한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전진기지로 1995년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규모가 점차 커져 현재 이곳에는 도예가, 특수 효과팀, 건축가, 예술가, 아카이비스트, 미술사가, 과학자, 요리가 등을 포함해 45여 명의 인원이 팀을 이루고 있다. 그는 이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실험을 펼치고 있다. 작가의 아이디어 창고이자, 예술-공동체의 유토피아적 공간이자, 현대판 르네상스식 공방인 셈이다.

스튜디오의 같은 건물에는 그가 2009년 설립한 공간 실험 연구소(Institute for Spatial Experiments)가 있다. 미술 창작뿐 아니라 교육에 관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기 위한 곳이다. 2014년까지 베를린예술대와 협약을 맺고 리서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수학, 과학, 건축, 자연 현상 등이 복잡하게 결합한 그의 작품에는 항상 주목할만한 파트너가 함께 했다. 1996년부터 기하학과 건축 원리를 응용해 작품의 뼈대를 설계해준 건축가 아이너 톨스타인(Einar Thorsteinn)을 비롯해, 건축가 세바스티안 베흐만(Sebastian Behmann), 건축 이론가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 태양열 엔지니어 프레데릭 오트센(Frederik Ottesen), 소설가 스벤 아게 맷슨(Svend Aage Madsen) 등이 대표적이다.

빛의 변화와 색채의 스펙트럼이 주 특징인 작품들은 ‘보기에 좋더라’는 ‘말씀’을 연상케 할 만큼 종교적이 면서 시적이고, 대단히 육감적이다. 대게 그의 작품은 시간을 들여 감각의 미묘한 변화를 몸소 체험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2008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 성격의 전시 제목은 이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혹은 작품 속에서 어린아이처럼 신기해하며 즐기는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 완성의 '결정적 순간'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작고 노란 태양열 램프 ‘작은 태양(Little Sun)’

그는 최근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은 태양(Little Sun)>이라 명명한 이 프로젝트는 전기 없이 생활하는 전 세계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날씨 프로젝트>를 함께 작업한 프레데릭 오트센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해바라기를 닮은 작고 노란 태양열 파워 램프.로 5시간 동안 태양에 노출하면 밤새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선보였다. 그는 전시장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알고 느끼고 행동하기/ 우리는 많은 것을 안다/ 하지만 지식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안다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어떻게 당신의 느낌을 느낄 수 있지?/ 당신은 느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