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문제에 진지한 경우라면 1992년 기후변화협약 이후 2015년 파리협정을 거쳐 그 목표에 대한 과학적 근거까지 마련한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승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30여년 논의 끝에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사회 전반의 변혁이 필요한 현실을 마주하고도 일각에서는 아직 탄소중립을 단순한 선언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조금의 희망은 역설적이게도 탄소중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있다. 요즘 기업의 화두는 ESG경영인데, 최근 SK 8개 계열사가 선도적으로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이래 한화큐셀, 엘지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가입이 줄을 이어 온 것은 주목할 일이다. ‘재생전기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2014년 다국적 비영리기구의 제안으로 시작, 기업의 사용 전력량 전부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BMW, GE, 이케아 등을 비롯한 300개 이상의 기업이 동참 중인데, 이미 RE100을 달성한 구글, 애플 등이 협력업체에도 이행을 독려하면서 ESG경영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 국내 기업은 2030년 RE100을 목표로 미국과 폴란드에 가동 중인 공장에 이어 신규 투자공장 역시 RE100 운영계획을 밝혔는데, 우리가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여건을 탓하며 에너지전환의 국제정세를 묵과하는 사이 주요 산업의 일자리들이 ESG를 위해 국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그 재생전력의 생산수단은 어떠한가? 전 가치사슬 기술을 보유하고 경쟁력을 가져왔던 국내 태양광산업이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어려움을 겪어 오던 와중에도 한화큐셀과 엘지전자는 2020년 하반기 미국 주거용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였다. 우리 기업의 독보적 기술에 기반을 둔 고품질 제품이 고부가가치시장에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인데, 연구·개발의 전략적 투자를 비롯한 국가 주도의 체계적 지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면 국내 기업의 ESG경영이 산업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 기후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은 ESG경영이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경제성이 있음을 안다. 지속가능투자의 일환으로 RE100에도 실천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국가적 위기대응이 늦어지면 수천억원을 탄소국경세로 지불하게 되어 수출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IEA는 최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최종에너지믹스로 총에너지 공급의 3분의 2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는 전망을 발표하였다. 최종 에너지 중 50%가 전기인데 그중 태양광·풍력 68%를 포함하는 재생전기가 88%를 충당하게 된다. 고부가가치 태양광기술을 보유한 4대 기업 등 국내 재생에너지산업체들이 아직은 고군분투하며 버텨내고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에너지시장 전망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보유한 우리가 에너지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핵심 요인이 비용이나 기술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 재생전력 비중이 20%를 훌쩍 넘은 2017년에 뒤늦게 RE3020 정책을 표방하고 추진해왔으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더 공격적인 목표가 요구된다. 간헐성 및 입지, 수용성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시대정신에 부응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부터 인식의 전환을 기반으로 집단지성을 모을 때다. 기사원문링크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624000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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