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장
“현재 판매되는 태양전지의 95% 이상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실리콘 태양전지는 만들기 복잡하죠. 값싸고 만들기도 쉬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조만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겁니다. 넉넉잡아도 2025년 안에는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동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장은 태양전지의 전환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태양전지의 역사는 꽤 오래된 편이다. 실리콘 태양전지가 1950년대 처음 고안돼 1980년에 광전환 효율이 20%를 넘으며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광전환 효율은 태양광에너지가 얼마만큼의 전기에너지로 변환됐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태양전지의 성능을 가장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이후 실리콘 태양전지는 30년 넘게 태양광에너지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한계도 꾸준히 지적됐다. 김 센터장은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천 도의 높은 열이 필요하고, 이후 공정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광전환 효율도 1990년대 중반 이후 20%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태양전지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수십 년 동안 이어졌다. 2010년대 이후 유기 태양전지, 양자점 태양전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등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인 기술은 아직 없다. 이런 가운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유력한 차세대 태양전지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실리콘을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 물질”이라고 말했다. ○ 최적의 첨가물 찾아 샘플만 1만 개… 최고 효율 달성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인공 태양광을 비춰 광전환 효율을 측정한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5.6%로 논문 보고된 효율 중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화합물의 결정이 단순입방구조(simple cubic), 쉽게 말해 정육면체 모양으로 생긴 물질을 일컫는다. 그중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한 유기물(A)과 무기물(B), 그리고 할로겐화물(X)이 결합한 화합물이다(ABX3). 그래서 페로브스카이트를 유무기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라 부르기도 한다. 페로브스카이트가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선보인 건 2009년,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된 건 2013년 이후다. 김 센터장은 “유무기 하이브리드 물질이 거론된 것은 오래전부터였으나 태양전지에 적합하지 않은 물질로 여겨졌다”며 “2013년 획기적인 연구결과(광전환 효율 16~17%)가 연달아 발표되며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화학연구원, 성균관대, KAIST 등 한국의 연구진이 전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차세대 태양전지로서 페로브스카이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2015년 김진영 UNIST 교수팀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처음 목표한 광전환 효율은 15%였지만 지금은 첫 목표를 훌쩍 넘어 25% 이상의 효율을 내는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김 센터장팀은 광전환 효율 25.2%(0.1cm2 면적)를 공식 인증 받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142쪽 그림 참고). 이론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최고 광전환 효율은 31%인데 이 효율에 한층 다가갔다. 최근에는 페로브스카이트에 약간의 첨가제를 넣는 연구가 활발하다. 김 센터장은 “연구 초기에는 유기물이나 무기물 또는 할로겐화물 자체를 바꿔보는 시도를 계속했는데, 이제 주된 물질 자체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적절한 첨가제를 추려내 적정한 양만큼 추가하는 연구가 대세”라고 말했다. 말은 쉽지만 숱한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가령 UNIST에서 첨가제 후보 물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면, 김 센터장팀은 그 첨가제를 각각 다른 양으로, 그리고 다른 조건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과 결합시킨다. 그렇게 만들어진 태양전지 샘플을 일일이 테스트해보고 눈에 띄는 효율이 나타나는 것을 추려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첨가제를 넣었을 때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샘플만 족히 1만 개는 만들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8월 세계 최대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 착공 이런 부단한 노력 덕분에 국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조기술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광전환 효율은 이론상 효율의 80%를 넘겼지만, 내구성이 아직 부족하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20~25년의 수명을 갖고 있는 데 반해, 페로브스카이트는 물질 자체가 불안정해 분해되기 쉽고 수분과 열에도 약하다. 빛을 받아야만 하는 물질임에도 빛에 의해 손상되기도 한다. 수분은 태양전지 자체를 밀폐해 막을 수 있지만, 나머지 문제는 적절한 첨가제를 찾는 것이 답이다. 김 센터장은 “효율과 내구성은 별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첨가제를 사용해 동시에 타개해야 한다”며 “연구가 꾸준히 진전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현재의 실리콘 태양전지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면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실리콘이 넓은 파장 대역의 빛을 흡수하지만, 짧은 파장 대역은 페로브스카이트가 훨씬 잘 활용한다”며 “이 둘을 결합하면 35% 이상의 효율도 낼 수 있어 태양광에너지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페로브스카이트와 탠덤 태양전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자 올해 8월 대전에 세계 최대규모의 ‘태양광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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