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 대한민국 ⑥]과학기술로 대응하는 기후변화 해양 에너지 천혜 입지···바닷물 염분 차이로 '전기생산' 빅데이터로 풍력 발전기 실시간 모니터링 '정확도 95%' 매년 6000톤 갈파래 피해 심각···해양환경 연구 박차 기후변화 영향이 제주도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수온상승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그름=이미지투데이] 제주도의 요즘 날씨는 한겨울에 제비가 날아다니고 봄꽃까지 만개한다.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는 지표인 계절변화 지표를 보면 최근 10년간 제주 겨울이 매우 짧아지고 있다. 봄·가을은 길어졌다. 서귀포의 경우 겨울이 완전히 사라지고 여름과 봄·가을만 존재한다. 4계절에서 2계절로 급변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차 계절과 절기가 뒤죽박죽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은 제주도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제주 대표 어종이었던 방어는 바다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다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제주 방어축제에 강원도 방어가 등장할 정도다. 제주 명물 자리돔도 수온 상승으로 제주를 떠났다. 해수면도 상승하고 있다.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우도, 외도, 한림, 애월, 옹포 등의 포구와 주변 도로가 물에 잠기고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용머리 해안은 특정 시간에 출입금지 팻말까지 붙는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전국에서 제주가 가장 빠르다. 국립해양조사원 연구 결과 1990~2019년 제주 해수면 상승률은 연평균 4.2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도 최근 10년(2009~2018년)간 연평균기온은 16.6℃로 최초 10년(1961~1970년) 15.4℃에 비해 1.2℃ 상승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2030년대에는 약 1.6℃, 2060년에는 약 3.4℃, 2090년대에는 약 5.5℃가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제주 환경이 변하는 가운데 섬마을 연구팀들이 팔걷고 과학기술로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바닷바람과 바닷물이 주는 선물인 '풍력발전', '염분차 발전' 등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연구부터 매년 6000톤 이상 발생하는 해조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해양환경' 연구까지. 제주를 넘어 글로벌 기후변화에 맞서 대응하는 연구팀들을 현장에서 만났다. ◆ 인공지능이 '풍력발전기' 고장 시기 미리 알려준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팀이 해상풍력발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신재생에너지 대표주자에 풍력발전이 꼽힌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연구팀도 해상풍력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기 고장 시기를 미리 알려주는 '스마트 해상풍력 유지보수 플랫폼' 개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풍력터빈을 모니터링하는 셈이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상태 예측 정확도가 95%를 넘어섰다. 국내 최초의 풍력 고장 진단 기술이다. 고장시간 단축으로 해상풍력단지 가동률이 증대된다. 불필요한 유지보수 인력이 축소되고 작업시간도 단축된다.
풍력터민 상태예측 및 고장진단 프로그램. 상태 예측 정확도는 95%를 넘어섰다. [그림=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풍력연구팀은 최근 풍력에너지 보급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인증시험 기술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해외 기관에 의뢰했을 때보다 비용이 절반가량 절감되고 시간도 줄어들어 보다 원활한 풍력에너지 확산이 가능하다. 대형 풍력발전기 제작사는 KS인증 확보를 위해 설계평가·형식시험 등을 수행해야 한다. 실제 풍력발전기로 시험하는 형식시험은 최근까지 모두 해외 기술로 진행됐다. 이는 시간적·비용적 불편함을 초래할뿐더러 상세 측정에 따른 국내 풍력발전 기술 유출의 우려도 상존한다. 총 38개의 KS인증을 받은(19년 10월 기준) 중대형 풍력발전기 형식시험은 모두 해외 기술을 이용해 수행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국산시험기술을 활용해 해상용 5.5㎽급 풍력터빈의 출력·기계 하중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적합확인서를 발급받았다. 형식시험은 풍력발전기가 설계된 대로 운전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험으로 이를 통해 풍력발전기 성능을 인정하는 KS인증을 확보할 수 있다. 곽성조 에너지연 박사는 "인증시험 기술을 넘어 해상풍력, 부유식풍력 등의 풍력 연구영역이 무궁무진하다"라며 "미국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기술인력 100~200명에 비해 국내 풍력연구팀은 12명 이내로 소규모이지만 국가 신재생 에너지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계획. [사진=KEPCO 제공] 연구팀은 풍력발전기의 에너지 출력예측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기 위함이다. 연구팀은 출력예측 기술이 슈퍼그리드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퍼그리드란 단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가 이어진 대규모 에너지 전력망이다.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에서 생산된 전력자원을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인 슈퍼그리드를 통해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다른 나라에 상호 공유하는 것. 곽 박사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동북아 국가간의 전력계통을 연계하는 슈퍼그리드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라며 "한 국가에서 전기를 얼만큼 생산하는지 예측하고, 예측되면 남은 전기도 다시 팔 수 있다. 출력예측 기술이 큰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다에서 '전기'를 낚는다···미래 에너지원 주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해양융복합연구팀은 바다에서 '전기'를 낚는 염분차 발전 연구에 한창이다. 보통 바닷물 염분은 3% 정도이며 강물 염분은 0.05% 이하다. 이 염분 농도 차이를 이용해 삼투압 현상으로 얻어지는 에너지로 전력을 만드는 것이 염분차 발전이다.
염분차 발전 개념도. [그림=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염분차 발전은 다른 신재생에너지와는 다르게 일정한 전력 생산을 보장한다. 태양광 발전은 흐린 날에는 생산량이 감소하고,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의미가 없기 때문. 반면 염분차 발전은 해수와 담수가 존재하기만 하면 24시간 내내 일정한 전력을 생산한다. 또한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발전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염분차 발전의 잠재량은 2.6TW(테라와트)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가장 활발하게 개발에 나선 국가는 네덜란드다. 김한기 에너지연 박사팀에 따르면 염분차 연구가 2015년부터 시작됐다. 2030년까지 상용화를 앞두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염분차 발전 기술력이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염분차 발전이 제주도 자연 생태계에 어떠한 역할을 할까? 바로 '백화현상'을 막는다. 백화현상은 바다 밑바닥에 생긴 사막화 현상을 말한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제주 곳곳에 들어오고 있다. 처리장에서 민물을 바다로 방류한 탓에 바닷물이 묽어지며 백화현상이 발생한다. 염분차 발전을 하수종말처리장에 설치하면 민물과 바닷물을 섞어 전기를 생산하고 그 물을 그대로 방류한다. 완전한 민물이 아닌 바닷물과 섞인 물을 방류하며 백화현상을 일부 해결할 수 있다. 김한기 에너지연 박사는 "하수종말처리장에 들어가는 염분차 발전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상용화를 위한 후속과제가 필요하다"라며 "전세계 인구 70%와 10대 도시가 해안가에 있다. 염분차 발전이 전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제주 '파래의 습격'···해양환경 연구로 해결한다 갈파래가 제주도 해변을 습격했다. [그림=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제주시 조천읍 함덕 해변이 온통 초록색으로 덮여있다. 갈파래가 해변을 습격했다. 갈파래는 항만과 방파제 건설 등으로 조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제주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갈파래는 해안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썩으면서 악취가 발생한다. 또한 미끌미끌한 촉감으로 움직이는 데도 위험할 수 있어서 지역의 골칫거리로 불린다. 제주도 차원에서 수년째 갈파래 제거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번식력이 강한 갈파래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갈파래는 1년에 6000톤 이상 발생하지만 인력의 한계로 200톤 수준으로 수거된다. 수거 예산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해상에서 깨끗하게 수거하면 퇴비로 가능한 괭생이모자반과 달리 절반 이상이 모래와 섞여 있어 재활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염분과 질소·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농작물에 해롭다.
신양 방두만 드론 기반 녹조 누적 발생 지역 분석 영상. [그림=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제주특성연구센터 연구팀은 올해 3월부터 제주 연안 해양환경 연구에 돌입했다. 갈파래의 대량 번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연구팀은 해양환경 유해인자 관측자료를 분석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체계를 분석하고 있다. 제주의 해조류 발생 취약지를 선정하고 지역별 해조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이태희 박사가 해양환경 연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이태희 한국해양과기원 박사는 "갈파래로 인한 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다량 번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하겠다"라며 "과학기술이 지역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처럼 제주도는 기후변화가 실제적으로 체감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연구팀들은 제주도의 기후변화에 과학기술을 무기 삼아 대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주연구원, 국립기상과학원, 아시아기후변화교육센터 등에서도 기후변화에 맞서고 있다.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은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R&D들이 추진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제주도민에게 다양한 기회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과학이 기후변화 공공정책 결정에 중심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3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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