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한국경제] 공기로부터 쌀과 빵을 생산한 기술 '암모니아 합성'

  • 작성일 2021.03.15
  • 조회수 19916

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40) 석유화학산업의 이해

 

플라스틱 섬유 등 우리 소지품 70% 이상이 석유화학 산물

 

원유를 끓는점 차이로 분리·정제해 나프타, 휘발유, 경유, 등유, 아스팔트 등을 생산하는 것이 정유산업이라면, 정유산업에서 나온 나프타 또는 천연가스를 가지고 다양한 물성(물질의 성질)의 재료를 만드는 분야가 석유화학산업이다. 우리 소지품의 70% 이상이 석유화학 관련 제품이지만, 우리에게 석유화학산업은 낯선 느낌이다. 석유화학산업의 사업 범위가 넓고, 우리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명확한 이미지를 그리기 힘들 수 있다. 우리 삶에 가까이 있지만 멀게 느껴지는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새로운 재료를 만들다

 

정유산업에서 끓는점 100도 이하인 탄화수소 혼합물을 모아 경질나프타를 생산하며, 보통 석유화학산업의 원료로 사용한다. 석유화학산업에서 탄소 개수가 2~5개인 경질나프타를 높은 온도(800~850)에서 열분해해 수소 및 탄소 개수가 1~10개 이상까지 다양한 성분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열분해 생성물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중질유분 등이 있다. 혼합물을 정제해 각각 99% 이상의 순수한 물질(단량체·monomer)을 얻으며, 레고처럼 이들을 같은 혹은 다른 성분들과 조립해 더 분자량이 큰 물질(고분자·polymer)을 합성한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 이렇게 합성한 고분자들은 쌀 알갱이 형태로 다른 회사에 납품되기 때문에 산업의 쌀로 부르기도 한다. 석유화학제품은 소비자가 바로 사용할 수 없지만, 가공을 통해 우리 삶에 밀접한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 식품용기 재료로 활용된다. 천연재료(, 알루미늄, 목재, , 양모 등)를 대체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하고 물성이 좋은 석유화학제품이 개발·생산되고 있다. 앞으로 더 가볍고 튼튼한 자동차 소재, 1000배 질량 이상 물을 흡수하는 기저귀용 흡수제 등 다양하고 새로운 물질들이 석유화학산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다.


구원자 혹은 파괴자


상수도 시설이 개선되고, 방부제 도입 등 위생시설과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구가 점점 증가했다. 인구는 계속 증가하지만, 지구상에 경작할 수 있는 땅은 제한돼 있으며 토양의 생산력이 떨어진다면 대규모 기아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생체분자는 유기 화합물이며, 탄소, 산소, 수소, 질소가 약 96%를 차지한다. 탄소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을 통해 섭취되고, 산소는 호흡을 통해 유입되고, 수소는 산소와 함께 물을 통해 얻는다. 질소는 단백질에 꼭 필요하지만, 자연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없었다. 사실 질소는 대기 중에 78%가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비활성 기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이 질소 기체를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소 형태는 고정 질소이며 콩 식물의 뿌리에 사는 특정 박테리아나 번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밭에 고정 질소를 더 많이 넣어주면 작물을 더 많이 재배할 수 있었고, 농부는 경험상 고정 질소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밭에 고정 질소가 풍부한 썩은 식물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뿌렸고, 몇 년에 한 번씩 콩을 재배해 뿌리 박테리아를 통해 고정 질소를 공급했다. 풍작의 비결은 고정 질소지만, 기존 방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용할 수 있는 고정 질소의 양은 극히 적었다. 역사 책을 보면 일정 기간마다 흉년이 찾아와 굶주림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왜 반복됐는지 이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기근보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로 인해 비만을 걱정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일으켰을까?


지구에 20억 명 이상의 인구를 증가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하버-보슈 공장에서 찾을 수 있다. 천연가스(메탄)를 가지고 만든 수소와 공기 중 질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했다. 질소 기체는 비활성이기 때문에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촉매와 고온(450), 고압(100기압)의 반응 조건을 사용했다. 그래도 얻을 수 있는 암모니아 수율(소비된 반응물과 만들어진 생성물의 비율)15% 수준이지만 대규모 공장을 통해 암모니아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암모니아는 질소 비료(요소)의 원료로 사용되며, 풍부한 고정 질소의 공급은 식량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공기로부터 쌀과 빵을 생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처럼 석유화학산업은 수십억 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지만,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이끌기도 했다. 폭발물은 비료와 구조가 매우 비슷하며, 조금만 조작을 가하면 인류의 구원자인 비료를 화약으로 바꿀 수 있다. 하버-보슈가 발명한 기술은 폭탄 제조에도 활용돼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금도 여전히 폭탄 테러로 인해 인류는 고통받고 있다.


과학의 선한 활용은 우리의 몫


우리는 석유화학산업을 통해 풍부한 식량과 옷, 가전제품, 자동차 등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을 잘못 활용한다면 오히려 인류를 크게 위협할지도 모른다. 과학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 기억해주세요


원유를 끓는점 차이로 분리·정제해 나프타휘발유경유등유아스팔트 등을 생산하는 것이 정유산업이라면정유산업에서 나온 나프타 또는 천연가스를 가지고 다양한 물성(물질의 성질)의 재료를 만드는 분야가 석유화학산업이다석유화학제품은 가공을 통해 우리 삶에 밀접한 자동차전자제품섬유식품용기의 재료로 활용된다.


기사원문링크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21031256841

Print Back

페이지 12/14

전체 269건의 게시물이 조회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1. 개도국에 기후기술 전수 총력 [新기후체제.선진국-개도국 중재자로 나선 한국]     파리 COP21 중간 점검  2020년 신(新)기후체제를 둘러싼 국가 간…
2015.12.17
  [사이언스리뷰] CCUS 기술과 융합한 바이오 메탄 활용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여일 책임연구원                                               …
2015.09.08
 [ET단상] 혁신도시,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만들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기우 원장                                                              …
2015.08.06
  [사이언스온고지신] 메르스 사태가 에너지 정책에 주는 교훈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용진 책임연구원      (윤용진 책임연구원)       중동호흡기…
2015.07.06
  해양에너지연구로 자원빈국 해결책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는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해양기반 신재생에너지, …
2015.04.27
  인류 고민 '해수담수화' 기술 상용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해수담수화 기술을 개발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의 전경. 사진=한국에너지…
2015.04.27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어떤 곳인가…      ● 과학·정보통신의날 특집-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1977년 한국열관리시험연구…
2015.04.27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착한 CO2 에너지 강국 ON     ● 과학·정보통신의날 특집-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에너지기술연구원 전경 한국에너지기술연…
2015.04.27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CO2포집기술…세계가 '주목'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R&D현장]상용화 추진으로 해외시장 선점 '박차'] KIERSO…
2015.04.27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1977년 설립된 전국민 에너지 닥터     국내 최고의 효율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박막 태양전지, 독일 패시브하우스…
2014.06.23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기우 원장 “에너지 혁신기술 보급     “국가 성장엔진, 힘껏 돌리겠다”이기우 원장 프로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1977…
2014.06.23
    [기획] 대한민국 에너지기술 수준 앞당긴다     [에너지신문] 우리나라의 산업기술들은 날이 갈수록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분야도…
2014.06.09
[상상·도전·융합 이끄는 출연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년에는 모든 연구원들이 1개 기업 이상에 대해 에너지닥터(Energy-doctor)로 나설 수 있도…
2014.05.13
연구개발서 자금확보·기술사업화까지 패키지 지원   한국에너지기기술연구원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풀 패키지 지원을 투입하는 등 기술이전에도 적극적…
2014.05.13
창조경제 성장엔진,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학계의 화두는 단연 창조경제다. 특히, 창조경제의 성장엔진 창출이라는 구체…
2014.05.13
  미래 옥석 에너지 기술 한자리에       구슬은 꿰야 보배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시간·인원·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은 유용하게 활용해야 보배로 재…
2013.12.13
미래에너지기술 사업화 기회 ‘여기에’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최신 에너지기술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술이전을 타진하는 자리가 마련된다.한국에…
2013.12.13
  숨은 에너지기술 진주 찾는다         미래 에너지산업을 이끌 신재생 에너지기술을 소개하고 사업화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
2013.12.13
    에너지 위기...에너지효율로 극복         [앵커] ‘에너지 위기’시리즈, 마지막 시간입니다. 미국은 에너지 최대 소비국이면서 최대 강국입니다. 에너지…
2013.08.21
    에너지 위기...국제교류 강화         [앵커] 화석연료 고갈로 예견되는 '에너지 위기' 기획시리즈, 두 번째 시간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첨단기술과 신…
201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