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안녕하십니까. 김덕수 감사님. 바쁘신 와중에도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덕수 감사(이하 김): 바쁘진 않은데 너무 어려운 질문하면 안 됩니다. 준비를 좀 해올 걸 그랬어요.(웃음)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 살짝 당황한 눈치긴 했지만 간단한 농담이 이어졌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필자: 김덕수 감사님께서 쓰신 ‘조선의 프로젝트 매니저 이순신을 만나다’의 머리글을 보면 ‘충무공 정신’이라는 말이 나오고 “충무공 정신을 우리가 계승해야한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단어만 들으면 어떤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김: 충무공 정신에 대해서는 해군 사관학교에 있을 때부터 수 없이 들어봤는데, 충무공 정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필사즉생, 필생즉사(죽으려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흔한 말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런 말을 흔하게 할 수 있느냐.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빙산을 보면 빙산이 물에 떠있는 부분만 보고 ‘저 정도 크기구나’ 하지만 실제로 물 밑에 있는 빙산은 훨씬 크거든요. 그런 것처럼,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이룬 업적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신세계가 더욱 크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봤을 때 이순신이 갖고 있던 정직, 공명심 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임진왜란에서도 그러한 리더쉽이 나오지 않았나. 또 우리가 그런 정신을 체득해야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필자: 이순신이 이룬 업적보다 그 바탕이 된 정신세계가 더 중요하고, 또 더 많이 조명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김: 그렇습니다. 업적을 이뤄낸 동력인 정신세계가 더 중요하지요.
필자: 그럼 영화 ‘명량’에 나온 이순신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동아대 진중권 교수가 영화 ‘명량’이 졸작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는 졸작이지만 애국 마케팅에 기대어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는데요. 김덕수 감사님은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생각하시는 바를 말씀해주십시오.
김: 그거는 ‘명량’이 국민적인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역사적인 사례를 보고 평가했을 때는, 즉 영화가 아닌 부분에서 봤을 때는 진교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고 봐요. 그러나 ‘명량’은 영화기 때문에, 극의 재미를 위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진형을 ‘일자진’을 사용했다든지, 회오리에 끌려가는 큰 배를 어선으로 끌어낸다든지, 배 위에서 갑옷을 입고 싸웠다든지 이런 것들은 사실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며, 국민들이 해전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역사적 고증이 좀 더 잘 되어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필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영화가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그 부분도 약간 아쉽죠. 이순신이 해군 장수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육군 장수와 같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해군은 육군과는 다르기 때문에 해상에서 전투를 하는 그런 고민들에 대해 조명을 많이 해줬으면 좋았을 탠데, 그런 고민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고, 또 이순신이 그 당시에 굉장히 피폐한 상황이었어요.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너무 일차적으로만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자: 네. 영화 속의 전략적인 부분과 내면적 고뇌의 표현 등이 아쉽다는 말씀이신데, 영화라는 매체는 만들어지는 시대의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는 매체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명량’이 성공한 것은 시대적인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시대적인 요구, 즉 현재 국민들이 ‘이순신’에 기대하는 모습들은 무엇일까요?
김: 지금 우리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 않습니까. 안전 문제, 특히 세월호, 군대문제 이런 문제들로 인한 혼돈이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아쉬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았던 임진왜란 시기에도 어려움을 정면으로 극복한 이순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영웅적인 모습이 시대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자: 맞습니다. 저도 ‘명량’을 그런 마음으로 보러 갔거든요.
김: 그러나 ‘명량’의 성공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지속성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내면에 흐르고 있는 이순신의 도덕, 정신세계를 잘 답습해야 합니다. 그러한 답습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작은 이순신’이 되어 일익을 담당한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필자: ‘작은 이순신’이 되어야한다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게 들립니다. 굉장히 이순신에 대한, 또 군대와 나라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끝으로 저희 에너지움 블로그 독자 분들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자랑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우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우리 미래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그중에는 아무래도 에너지가 제일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순신이 전쟁을 걱정하여 거북선을 만들었듯이, 그러한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기관입니다. 원장님 휘하 직원 분들도 굉장히 훌륭하시고 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계시고요.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