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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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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에너지 도시 하마비 허쉬타트 (Hammarby Sjöstad)

올 여름 극심한 폭염에 의해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 하락으로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했다.
이는 비단 여름만의 문제가 아닌데, 겨울철 한파에 의한 난방기기 사용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력부족 문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끊임없이 논의되면서 당장 에너지 절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나, 실제 생활에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
이는 우리의 도시구조가 에너지 절약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직면하게 될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친환경적 도시건설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도시구조뿐만 아니라 자원과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친환경 또는 에너지 절약형 도시를 표방한 여러 계획도시 중 스웨덴의 하마비 허쉬타트(Hammarby Sjöstad)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쇠퇴한 도시에서 친환경 재생도시로 변화

하마비가 처음부터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도시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 개발이 이루어지기 이전 이 지역은 아름답고 조용한 호숫가 마을이었다.
그러나 항만산업과 고속도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도시 쇠퇴와 환경오염으로 황폐한 모습이 되었다.
1990년대 들어 수도인 스톡홀름의 외연적 확산으로 도심 인근의 주거단지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주거공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친환경 재생도시로서의 하마비의 목표는 이렇듯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하마비는 계획 초기부터 엄격한 환경조건에 따라 건설되었다.
특히 총환경영향에 있어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타 도시의 절반가량을 요구하였고, 공사 시작 전에 지반을 철저히 소독하여 오염원을 제거하였으며,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하여 건물을 건설하도록 유도하였다.
환경도시로서 하마비의 모습은 특히 교통계획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을 통하여 대기오염을 줄이고 연료의 절약을 꾀하였다.
하마비 교통계획의 목적은 대부분의 이동을 대중교통이나 도보,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유도하여 차량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지 전체에 지하철역과 연계된 트램과 버스노선을 연결하였고, 임대차회사가 운영하는 카풀과 페리선이 도입되었다.
카풀 차량의 75%는 휘발유와 천연가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바이퓨엘(Bifuel) 차량을 사용하여 대기오염 감소를 도모하였다.

에너지와 상하수, 폐기물의 통합적 관리

교통체계나 건물 등에서 하마비의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모습은 타 도시에 비해 출중하다.
하지만 하마비의 환경목표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에너지와 상하수, 폐기물의 도시 3대 기능이 완벽하게 순환되도록 하는 에코 사이클이다.
이른바 하마비 모델로 불리는 이 사이클을 통해 단지 전체가 환경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스톡홀름 시는 살기 좋은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서 항상 새로운 에너지원이나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흔히 버려지는 자원이라고 생각되는 하수와 폐기물이 하마비에서는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단지 내 필요한 에너지원의 절반 정도를 자체 생산하도록 하는 에너지계획에 의한 것이다.
하수처리장에서는 하수처리 잔해를 분해하여 바이오 가스를 생산, 버스와 차량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가연성 폐기물은 자체적인 열병합발전소에서 냉난방 및 전력생산에 이용된다.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 건설을 위해 여러 신기술이 시험장으로서의 하마비에 적용되었다.
각 건물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Solar Panels)과 연료셀(Fuel Cells), 태양셀(Solar Cells) 등을 통하여 전기 에너지를 얻고 있으며, 자연으로부터 얻은 천연연료도 지구 내 에너지원으로 전환되어 사용된다.
에너지와 상하수, 폐기물의 통합적인 관리는 열병합발전회사와 수도회사, 폐기물관리소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가능했다.

아직도 하마비에서는 더욱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마비는 더 이상 버려진 항만지역이 아니라 호숫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정원 내 빗물받이를 통해 수집된 우수를 단지 중앙의 호수로 흘려보내기 위해 주택 사이로 좁은 물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따라 조용한 단지를 걸으며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녹색지붕과 반짝이는 태양열 집열판을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된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 글 글_이진희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