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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0


음악이 있어 즐거운 이즈를 만나다. 연구원의 다른 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 식당동 지하실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일곱 명이 둥글게 모여 이글스의 Desperado를 연주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 연구원 밴드 이즈의 연습실. 어두운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담담하면서도 깊은 목소리가 눈을 감고 귀를 열게 만든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만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 연주가 끝나고, 어둠 속에서 모두가 숨을 돌린다. '이렇게 불을 끄고 연습하면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그들을 바라보니 얼굴이 환하다.
좋아하고 열정만 있으면 괜찮아. 밴드 이즈는 2002년에 만들어졌다. 보컬 박석주 연구원과 기타 이덕기 연구원은 창단멤버로 벌써 11년 째 이즈와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보컬 김민정, 황혜미 연구원. 키보드 김상경 연구원. 베이스 임성엽 연구원. 드럼 주영기 연구원이 현재 밴드 이즈의 구성원이다. 삼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그들이지만 음악으로 함께 호흡하기에 즐겁다. '우리 밴드는 악기 잘 다루지 못해도 괜찮아요. 음악을 좋아하기만 하면 와서 배울 수 있어요.' 리더이자 보컬인 박석주 연구원의 말에 김민진 연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하고 혜미도 무조건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들어온거에요.' 음악이 좋아 우연치 않게 시작한 밴드는 이제 연습날이면 다른 약속들을 뒤로 하고 나갈 만큼 의미가 깊어졌다.
특히 베이스 임성엽 연구원은 밴드에 들어와서 베이스를 처음 쳤음에도, 제일 먼저 악보를 외우고 연주할 정도로 성실파이다. 대학교 때 통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가요대백과를 마스터했었다고 하는 그의 말에 모두 '역시! 성실파' 하며 웃는다. 임성엽 연구원이 성실파라면 밴드의 맏형 이덕기 연구원은 열정파이다. 파스를 붙인 채 기타 위를 뛰어다니는 그의 손가락이 열정의 증거이다. 그렇게 이즈는 즐거움과 열정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음악은 우리에게 꿈, 위로, 즐거움. 밴드 이즈는 일곱 명 모두에게 삶의 활력소이다. 연구를 하며 알게 모르게 받았던 스트레스는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동안 풀려버린다. 황혜미 연구원은 '전에는 매일 같은 일상이 너무 무료하고 지루했다'며 밴드를 한 뒤로 연구원 생활이 훨씬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생각하면 즐거워지는 게 있어서 일도 재미있어지고 표정도 밝아졌다는 것이다. 재미에서 더 나아가 이즈는 박석주 연구원에게 조금 더 각별하다. 그는 대학시절 밴드를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지만 결국 음악대신 연구원이라는 길을 택했었다.
'음악은 제게 못 다 이룬 꿈이에요. 미련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밴드라서 사실 꽤 진지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연구만큼이나 큰 의미를 가지죠. 퇴직할 때까지 쭉 이즈와 함께 갈겁니다.' 기회가 되면 음반도 내고 싶다는 박석주 연구원. 연구에 집중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품는 그를 무조건 응원해주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꿈, 누군가에게는 위로,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고 낙. 밴드 멤버들에게 음악의 의미는 조금씩 틀리다. 그렇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하고, 서로의 눈빛을 보며 합을 맞춰볼 때 그들은 모두 진지하고 뜨겁다.
밴드 이즈는 4월 25일 밤, 표준과학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과학마을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무대에서 Desperado, 낭만고양이, zoombia 세곡이 이어지는 내내 그들의 심장이 둥둥 울린다. 보는 이의 심장도 둥둥 울린다. 몸 속에 악기가 들은 듯 하다. 그만큼 그들은 멋졌고 다른 사람들 같았다. 순간,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던 박석주 박사의 말이 떠올랐다. 그 일이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위로가 되고 보람이 되어 줄 것이기에. Desperado의 마지막 가사처럼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그 밤, 이즈 멤버들에게 고맙다 말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