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사회'란, 우리가 쓰는 전기·난방·이동수단의 에너지원이 석유나 석탄 대신 수소에서 만들어지는 사회. 즉, 수소가 전기처럼 일상 속 기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사회다.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듯, 머지않은 미래에는 수소 없는 사회도 상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수소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억울할지
모르는 수소의 단짝이 있다. 바로 '수소를 담는 그릇' 암모니아(NH3)다. 암모니아는
우리에게 비료와 청소용품, 그리고 코를 찌를 듯한 불쾌한 냄새로 매우 친숙한 물질이다. 이런 이유로 암모니아를 수소라는 친환경 에너지와 연결 짓는 일은 쉽지 않다. 수소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서 가치가 뛰어나지만, 공기보다 14배나 가벼워 쉽게 새어 나가고, 부피가 커서 저장·운반이 어렵다. 상온·상압에서 수소 1㎏이 차지하는 부피는 무려 1만
1000ℓ로, 이를 운송·저장하려면 약 350-700기압의
고압으로 압축하거나,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해야
한다. 압축이나 액화에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면서,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려다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수소 저장·운반
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해답이 바로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질로, 높은 수소 밀도가 장점이다. 1톤의 암모니아에는 176㎏의 수소가 들어 있다. 영하
33℃에서만 액체가 되기 때문에 수소에 비해 저장 및 운송 과정이 훨씬 간단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같은
부피의 용기에 담으면 액체 수소보다 1.5-1.7배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운송에 매우 유리하다. 이미 산업용 비료 등으로 널리 사용되어 온 덕분에 별도의 인프라 없이 기존의
저장·운송 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전 세계 각국은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된 암모니아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운송하고, 도착지에서 다시 수소로 분해하여 발전, 모빌리티,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한국, 호주와
중동 등에서도 암모니아 기반 발전 실증, 저장 시스템 확충, 수소
모빌리티 개발 등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울산항은 연간 125만 톤 규모의 암모니아 처리 인프라를 갖출 예정이며, 2030년에는
세계 최초 수소항만에서 연간 32만 톤 이상의 수소를 암모니아로부터 분리·공급할 계획이다. 세계 수소 시장의 물류 혁신이 '암모니아'라는 한 단어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암모니아의 역할은 수소를 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태워 전기를 생산하려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에는 탄소가 없어, 연소해도 이산화탄소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다만 질소산화물(NOx)이 생길 수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한 연소제어와
촉매 기술개발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의
발전소에서는 이미 암모니아 혼소 실증이 진행 중이다. 물론 암모니아는 특유의 냄새와 독성으로
인해 안전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오랜 산업 경험과 기술발전 바탕으로 대형 저장탱크, 밀폐 운송 등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아가 암모니아의
강한 냄새는 위험 상황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경보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암모니아는 수소 사회의 '조연'이 아니라 '또다른
주연'이다. 수소를 품고 멀리까지 안전하게 옮겨주며, 필요할 때는 스스로 연료가 되어 에너지를 만든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 국제 수소거래의 절반 이상이 암모니아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지금보다도 더 자주 암모니아를 접하게 되는 날이 비로소 수소 사회가 완성된 날일지도 모른다. 최윤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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