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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헤럴드경제] 영농형 태양광, 똘똘한 모범사례 만들자

  • 작성일 2024.04.29
  • 조회수 234663

“재생에너지 좀 팍팍 못 늘리나요? 어떻게 잘 좀 해봐요.” 며칠 전 한 위원회 입구에서 다른 분과위원이 웃으며 건넨 얘기다.


“(아니, 그걸 왜 저한테...) 급식비도 안 내주고 1등 해오라는 부모 같은데요.”라고 대답했지만, 급식 준다고 1등 하는 게 아니듯 돈만 있다고(물론 돈도 없지만) 재생에너지가 늘진 않는다. 비용이 수반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나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비용편익을 고려한 정책과 전략을 고민한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을 심의·의결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작물과 전력을 함께 생산하는 개념으로 농촌 태양광과 다르다. 패널을 농지 높이 설치하여 상부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아래에서 경작기계를 움직이며 농사를 병행한다.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은 농가소득 증대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본인 소유의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 한해, 농업진흥지역이 아닌 비우량 농지에만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용한다. 안정적 운영을 위해 농업인 대상 관련 교육도 지원하며, 시설 파손 등에 대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보험 상품도 개발 예정이다.


영농형 태양광 도입전략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발전사업 허가기간의 연장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일시사용 허가기간이 최장 8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태양광 발전 설비를 모두 철거해야 했다. 일시사용 허가기간이 시행령 개정으로 23년까지 늘어나면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비용편익이 높아진다. 25년 내외의 태양광 모듈 내구연한을 고려하면 합당한 일이다.


농식품부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제대로' 하는 농업인에게 공익직불금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사후관리 강화 등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으로 부실 영농도 방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산업부와 협의해 정책적 인센티브를 마련하여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라 설정한 재생에너지지구로 영농형 태양광 시설의 집적화를 유도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행 농지법 시행령부터 개정하고 내년까지 관련 법제화 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적용 시점이 2026년이다. 발전 공기업도 주체가 될 수 없고 농업진흥지역에는 적용할 수 없다. 그러면 영농형 태양광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인구 감소 위기의 농촌이 식량안보에 기여하고 농업 기반의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면서 우리 사회 숙명 과제인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영농형 태양광’의 연구개발·현장 적용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농지법 등 사업 관련 규제를 합리화해야 할 것"이라고 국회입법조사처가 올 2월 발간한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전략’ 보고서는 강조한다. 농민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원래 도입 취지에 맞게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해결책도 제시한다. 영농형 표준모델 개발, 농업진흥구역 포함 일반농지를 고려한 농지법의 과감한 개정, 인센티브 도입, 전력망 보강·스마트 인버터 의무화·무효전력보상장치 설치 등 기술적 보완, 인근 기업 활용을 위한 직접 거래·중개 거래 등에 대한 ‘전기사업법’ 규정 정비 등이 그것이다. 간단하지 않다.


영농형 태양광은 재배작물 및 장소적 특징을 고려하여 농작물과 전력, 양자의 생산성을 최적화하는 발전사업이다. 고령화한 농촌사회의 주체적 추진으로 취지에 맞는 성과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60% 이상이 산지인 좁은 국토현실에서 농업진흥지역을 제외한 비우량 농지만으로 대규모 집적화를 꾀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염해 간척농지는 예외다. 농업진흥지역이라도 태양광 발전사업이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 도입을 위한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일반 태양광 사업의 난개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자체의 우려가 크다. 국가관리 간척지 등에 모범사례 도출을 위한 정부-지자체 주도의 대규모 시범사업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의 해결 방안처럼 표준모델 개발과 전력망 연계, 기술적 보완과 생산전력의 인근 산업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전문가 및 발전사, 전력사용 기업을 포함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참여와 수익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설계하고 기술적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나 한화솔루션의 영농형 태양광 모듈 등 국산제품과 '기업 재생에너지 펀드' 활용도 함께 고민해보면 더 좋은 시범사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1등은 못하더라도 성적은 오를 것이다. 정부부처의 적극적 추진을 통한 지자체의 활발한 협력을 기대한다.


기사원문링크 :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4290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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