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연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앵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죠. 그런데 미생물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줄이면서 바이오 연료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매진하는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변화연구본부 이수연 선임연구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연구원님, 안녕하세요. 인간의 에너지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인지 가장 먼저 궁금한데요. [인터뷰] 현재 범지구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입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신에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온실가스의 국내 배출량은 약 7억1만 톤 이상으로 국민 1인당 배출량으로 환산했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의 2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비준한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나라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였는데요. 국내의 경우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인 5억3600만 톤에 도달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전체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대안으로써 탄소를 자원화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기술을 마지막에 말씀해주셨는데,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경제적인 이익까지 줄일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방법 같습니다. 어떤 기술인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연구팀에서는 미생물 반응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연료나 화학물질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뜻하는 electro와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연료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바이오리파이너리를 조합해 'e-바이오 리파이너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e-바이오 리파이너리를 설명해 드리기 전에 먼저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오리파이너리란 식물 자원인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여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인데요. 기존 석유가 담당하던 역할을 바이오매스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바이오매스는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는 식물, 동물, 미생물을 모두 포함하는 재생 가능한 유기물질로 사탕수수나 나무, 바닷속에 사는 조류도 모두 바이오매스에 포함됩니다. 한정적인 화석연료와 달리 태양광이 존재하는 한 무한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인데요. 그래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도 줄이고 온실가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바이오리파이너리에 대한 단점도 존재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바이오매스로부터 유용한 자원을 생산한다는 얘긴데요. 말씀하신 단점은 어떤 건가요? [인터뷰] 바이오매스는 생산 시 넓은 토지가 필요합니다. 넓은 영토를 가진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산이 많고 영토가 좁은 지형적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는 바이오매스 확보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바이오매스 원료를 대부분 수입했는데요. 그렇기에 기존 바이오리파이너리는 우리나라에 그리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존 바이오리파이너리의 단점을 보완하여 최근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e-바이오리파이너리'입니다. 바이오매스 대신 이산화탄소와 전자를 미생물의 먹이로 삼는 기술인데요. 그러니까 바이오매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오히려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니까 비용은 줄이면서 친환경적으로 자원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영토가 좁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e-바이오리파이너리'라는 기술인데요. 어떤 기술이 적용된 것인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이산화탄소와 전자를 먹는 미생물을 배양하는 기술을 '생물전기합성'이라고 부릅니다. 이산화탄소가 유용물질로 바뀌려면 미생물에게 전자와 수소이온을 공급해줘야 하는데요. 전해전지 시스템을 보면 음극과 양극이 있습니다. 주로 양극에서 미생물이 자라는데요. 음극에서 물이 분해돼 만들어진 전자가 도선을 따라 양극으로 이동하고, 이때 생성된 수소이온은 분리막을 통해 미생물이 있는 양극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미생물이 연료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것이죠. [앵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미생물과 전자, 수소이온이 만났을 때 이산화탄소를 넣어주면 어떤 유용한 자원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얘긴데요. 그럼 어떤 미생물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인터뷰] 세균 또는 박테리아라고 하는 미생물은 크기가 1㎛ 정도 수준의 매우 작은 단세포 생물체입니다. 이들은 성장이 빠르고 생화학적인 역할이 다양하며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특징이 있어요. 최근 연구진의 보고에 의하면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속의 전자를 끌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미생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자색비황세균'류로 전기를 먹이로 하는 미생물인데요. 이 미생물은 수소를 생산하는 능력도 있고, 그 수소로부터 전자를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이 미생물을 처음 접한 것은 2008년이었는데요. 그 당시에는 당을 원료물질로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전기화학이라는 학문을 접하면서 이산화탄소 전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미생물 반응을 전기화학 시스템에 연결하면 고부가물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바이오매스가 필요 없고,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는 'e-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 지금까지 설명을 들었는데, 상용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사실 미생물 전기합성을 이용한 이산화탄소 전환 콘셉트가 소개된 것은 약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이산화탄소로부터 개미산이나 아세트산 등 탄소수가 낮은 화학물질들을 생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3~4년 사이에, 이산화탄소로부터 긴 사슬 탄소화합물을 생산하기 위한 시도가 하나씩 보고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도 그들 중 하나고요.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향후 10년 이내에 기술 이전을 하고 사업화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바이오 연료나 화학물질 생산 공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원료물질로 제철소나 산업체 부생 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면 생산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연구 초기라서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저희 연구원의 가장 큰 장점이,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e-바이오리파이너리 기술을 함께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앵커] 환경과 함께 경제적 이익까지 노릴 수 있는 좋은 기술에 대해서 지금까지 설명을 들었는데, 앞으로 연구원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연구원님께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인터뷰] 작년 초 즈음에 한 기사를 읽었는데요, 그 내용은 '스웨덴의 한 16세 소녀가 노벨 평화상 후보로 언급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그레타는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했는데요. 이 파급효과가 매우 컸습니다. 물론 이 행동에 대해서 일부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저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전쟁이나 분쟁, 난민 문제는 계속해서 우리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레타는 이러한 점에서 본인이 느끼는 바를 최선을 다해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향후에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에너지 기술들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영향력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꿈입니다. [앵커] 한 개인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어도 기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친환경 자원을 생산하는 연구원님의 기술이 세상을 바꿀 날을 기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수연 선임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31&key=2021012116423923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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