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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한국경제] 치킨 '양념 개발'이 화학이면 '조리실 건설·운영'이 화학공학

  • 작성일 2021.01.19
  • 조회수 20685

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33) 화학과와 화학공학과의 차이

화학은 물질단위 변화와 합성, 화학공학은 공학적 접근법 다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조화가 잘 이루어질 때 '케미가 맞는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케미라는 말은 '화학적 성질', '화학반응'이라는 뜻을 가진 chemistry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사람 혹은 어느 분야와 케미가 잘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관심을 두고 대상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른 화학과와 화학공학과 중에 어느 분야와 케미가 잘 맞을지 살펴보자.

어떤 과목을 배울까

화학과에서는 물질의 작은 단위에서 일어나는 화학 변화 및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학문을 배운다. 반면 화학공학과는 화학뿐만 아니라 수학, 물리, 생명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응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화학과에서는 유기화학, 무기화학, 생화학, 고분자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계산화학 등 다양한 화학과목을 배운다. 유기물, 무기물, 고분자와 같이 다양한 물질이 존재하다 보니 그 물질을 다루는 화학과목도 다양하다. 화학공학과에서도 화학 혹은 화학적인 현상에 대해 많이 배울 것 같지만, 실제로 화학적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다. 화학공학과에서는 열역학, 유체역학, 반응공학, 열전달, 물질전달과 같은 학문을 배우며, 화학적인 현상보다 물리적인 현상을 더 많이 다루게 된다. 고등학교 때 화학을 좋아해서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학생 중 일부는 화학보다 물리와 수학을 더 많이 접하게 되어 일명 ‘멘탈붕괴’에 빠지기도 한다.

오해와 진실

화학공학이라는 단어는 화학(chemical)과 공학(engineering)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종속합성어인 ‘황소개구리’에서 황소보다 개구리가 주요한 의미를 담고 있듯이 화학공학도 화학보다 공학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공학이란 말은 ‘인간의 창조물’이란 어원적 의미를 가진 엔진(engine)에서 파생된 말이다. 현실적으로 엔진은 동력기관을 지칭하고 공학은 ‘동력기관을 다루는 일’이며, 더 확장하면 화학공학은 ‘동력기관이 포함된 공장’을 다루는 학문이다.

공학이라는 단어가 더 강조되더라도 화학공학은 화학이라는 단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화학을 이용한 학문”, 즉 화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에 대해 경북대 화학공학과 여상도 교수님의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해가 생긴 이유는 chemical이란 단어가 ‘화학의’ 혹은 ‘화학적’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이 번역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학공학에서 의미하는 chemical을 좀 더 올바르게 풀이하기 위해서는 chemical을 ‘화학의’가 아닌 ‘물질’ 혹은 ‘물질의’라고 번역해야 한다. 화학공학은 물질의 공학, 물질을 다루는 공학이다.”

화학공학에서는 물질의 이송, 혼합, 분리, 에너지 계산 및 화학반응을 주로 다룬다. 물질의 이송, 혼합, 분리는 물리적인 현상이며, 화학공학에서 다루는 화학반응은 분자 수준에서 결합이 끊어지고 생성되는 화학적 요소보다 반응물의 전환된 양과 생성물의 수율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방법에 더 집중한다. 그러므로 화학공학 분야에서는 화학적인 현상보다 오히려 물리적인 현상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치킨 생산을 맡긴다면

이해를 돕기 위해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두 친구가 치킨 공장을 운영하는 상황을 가정해보기로 한다. 화학과 친구는 새로운 맛을 내는 치킨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하고 결합하는 실험을 한다. 치킨의 표면구조를 분석해 치킨에 양념의 흡수량을 증가시키는 표면 처리법을 제안하거나, 숯불 향을 낼 수 있는 합성 양념을 개발할 수 있다. 재료에 대한 이론과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최상의 치킨 요리법이 만들어진다.

화학공학과 친구는 이 요리법을 기반으로 공장을 설계 및 운전한다. 조리용 닭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과정을 도입하고, 하루 100마리의 치킨을 만들기 위한 튀김기의 크기를 계산한다. 그리고 열이 잘 공급될 수 있도록 튀김기 구조를 설계하고 요리가 끝난 뒤 치킨과 기름을 효율적으로 분리한다. 갑자기 치킨의 인기가 치솟아 하루 120마리로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면 공장의 어느 부분이 병목(bottleneck)인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두 친구 모두는 치킨을 다루지만, 치킨 공장에서 하는 일은 명백히 다르다. 화학과는 물질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며, 화학공학과에서는 화학공장을 설계하고 효율적인 운전방법에 대해 배운다.

사실 현대에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점점 개별 학문의 영역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학문에 대한 정의를 한마디로 내린다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특정 학문의 고유영역과 주된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성은 있다. 이 글을 통해 간략하게 화학과와 화학공학과라는 두 학문을 살펴봤다. 앞으로 더 관심을 두고 어느 분야와 ‘케미’가 잘 맞을지 고민해 본다면 조금 더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기억해주세요

김두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김두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화학과에서는 물질의 작은 단위에서 일어나는 화학 변화 및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학문을 배운다. 반면 화학공학과는 물질의 이송, 혼합, 분리, 에너지 계산 및 화학반응 등 물리적 현상을 주로 다룬다. 화학과는 물질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며, 화학공학과에서는 화학공장을 설계하고 효율적인 운전방법에 대해 배운다.







기사원문링크 :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101155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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