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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경향신문] ‘K-수소’ 어디까지 왔나…핵심 기술 현장을 가다

  • 작성일 2021.01.01
  • 조회수 22646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국산 수전해 기술로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전| 강윤중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국산 수전해 기술로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전| 강윤중 기자


수소는 인류가 만든 혁신기술에 늘 동반자가 되어줬다. 1783년 프랑스 몽골피에 형제가 만든 최초의 기구에 수소를 채웠고 또 액화수소는 1953년 아폴로 우주선의 동력이 된 이래로 지금까지 우주탐사에 중요한 연료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언을 하며 수소는 전기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정부도 한국판 뉴딜을 본격화하며 그린뉴딜의 정점인 ‘수소 경제’에 힘을 실기 시작했다.

K-수소, 그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그린수소를 위한 수전해 연구 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에너지연구원을 찾았고 수소연료전기차(이하 수소차)의 연료전지 저장 기술력을 선점한 현대자동차의 현황도 엿보았다.


한국에너지기술원은 수전해에 이용되는 셀 전극, 분리망 등 다양한 부품의 재질을 연구하며 그린수소 생산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전| 강윤중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원은 수전해에 이용되는 셀 전극, 분리망 등 다양한 부품의 재질을 연구하며 그린수소 생산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대전| 강윤중 기자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전해 핵심 부품 국산화 성공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는 국내 과학 기술력이 집약된 대표 연구단지다. 정부출연 연구원과 대기업 연구소가 즐비한 단지는 발 내딛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고즈넉했다. 그중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수소 연구를 시작했으며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원 내에서도 김창희 단장이 이끄는 ‘알칼라인 수전해 핵심기술개발 연구단’의 수소 연구는 세계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전해(electrolyzer)란 물을 전기 분해해 친환경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미래 에너지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실험실 문을 두드리자 두 연구원이 취재진을 맞았다.

‘수전해’ 연구실이라면 응당 커다란 물통에 음극, 양극 전기판이 담가져 있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지극히 1차원적인 상상이었다. 설명을 듣지 않고는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각종 도구가 놓여 있었다. 뽀글뽀글 나오는 기체로 ‘이것이 산소고 저것이 수소구나’ 정도만 짐작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이다. 수전해의 셀 속에 장착된 분리망과 전극의 재질에 따라 수소 생산 효율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연구단은 수전해 핵심부품과 제작기술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 국산화를 이뤘고 또 완성 단계의 수소생산효율로 일컫는 82%(에너지 대비 수소 생산량)에 도달했다. 연구단을 향한 국내 기업의 기술 이전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희 수소연구단 단장. 대전| 강윤중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창희 수소연구단 단장. 대전| 강윤중 기자


김 단장은 “연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만 해도 연구 과제를 따는 것조차 어려웠을 만큼 수소에 대한 관심이 미미했다”며 “당시는 수전해 기술을 대한 인식이 너무 없어서 정부 부처에 가서 설명하려고 해도 어떻게 물에서 에너지가 나오나? 만화에서만 있는 일 아니냐?’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회상했다.

과학자들이 미래 에너지로 지목한 그 수소가 열어갈 미래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전해 설비는 수력발전 등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력을 사용한 1세대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2세대로 나뉜다. 수력 자원이 풍부한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은 1세대 수전해 역사가 120여 년에 달한다.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2008년부터 2세대 수전해 설비를 개발해왔다. 우리나라가 본격 본격적으로 2세대 수전해 기술 개발에 나선 지는 약 5년이 됐다.

김 단장은 “그린수소 생산 관련 기술력은 현재 유럽이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연구진의 저력으로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NEXO)’ 기술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넥쏘는 일본 도요타사 ‘미라이’를 제치고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후발주자인 넥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가 될 거라고는 김 단장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현대차가 오랜 기간 끈기를 갖고 투자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요처가 존재해야 생산이 활성화될 수 있으니 수소에너지의 수요처로서 모빌리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시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그린뉴딜엑스포’ 중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넥쏘’의 실제 내부 엔진과 수소연료전지를 공개했다. 사진 강윤중 기자

지난 10월 서울시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그린뉴딜엑스포’ 중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넥쏘’의 실제 내부 엔진과 수소연료전지를 공개했다. 사진 강윤중 기자


■ 세계가 인정했다, 우리 수소차

우리는 왜 수소차에 주목해야 할까? 수소차는 공기에 23% 정도 함유된 산소와 전지의 수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구동시킨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를 내뿜는 데 반해 수소차는 물만 배출한다. 또한 수소는 에너지 저장능력이 용이하다. ‘수소에너지를 만들 때 쓰는 전기에너지를 그냥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전기는 저장성이 없는 물질이다. 전기연료전지가 있지만 용량과 방전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잉여 전력을 수소 생산에 이용하면 저장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전지연료 기술력에 관해서는 세계 1위를 선점하고 있다. 연료전지사업기획팀 김완승 책임매니저는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소차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고압 저장 능력이다. 현대차는 이런 연료전지 기술력에 세계적 선점을 이뤄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수출하며 유럽시장 공급을 본격화했다.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수출하며 유럽시장 공급을 본격화했다. 사진제공 현대자동차


선진 주요국들은 기후 변화에 대비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선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는 2025년부터 내연 기관차 퇴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2035년부터 이 정책 추진을 검토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에이치투에너지(H2Energy)와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XCIENT)를 50대 수출하며 유럽시장 공급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스위스 운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트럭 운전자들의 자부심도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수소연료전지는 미래 수소 사회를 이끌 핵심 기술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도 응용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연료전지 기술력 뿐 아니라 대량 양산을 위한 생산노하우, 수소저장시스템과 공기압축기 등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정부의 수소 공급 로드맵에 맞춰 다양한 차종의 수소차를 개발하고 이를 양산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 정부는 ‘수소 경제 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소차, 수소 충전소 기반(인프라)을 보급하고 수소의 생산과 공급을 위한 유통 시스템을 조성하는 등 보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승용, 버스, 화물 등 수소차 20만대 보급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인 충전소를 450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全)주기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수소도시도 조성한다. 2022년까지 울산, 전주 및 완주, 안산까지 3개 수소도시를 만들고 2025년까지는 3개 도시를 추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소관련 예산을 약 35% 증액한 7977억 원으로 편성했다.


기사원문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1011554001&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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