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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붙였다 뗐다" 스티커처럼 활용하는 배터리…

  • 작성일 2021.03.26
  • 조회수 14453

■ 윤하나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휴대전화부터 전기차까지 배터리는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플렉서블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휘어지는 배터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스티커처럼 탈부착이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한 분이 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배터리의 두껍고 딱딱하다는 편견을 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변환저장소재연구실 윤하나 책임연구원을 만나봅니다. 어서 오세요.
우리는 전자기기에 둘러싸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많은 전자기기에 배터리가 들어있는데, 보통 휴대폰,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에는 어떤 배터리가 들어있나요?

[인터뷰]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것은 주로 2차전지입니다. 1차전지와 2차전지의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1차전지는 시계나 리모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로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이 불가합니다. 하지만 2차전지는 1차전지와 달리 방전 후에도 다시 충전해 반복 사용이 가능합니다.

2차전지의 종류로는 납축전지와 리튬이온전지가 있는데요. 납축전지는 납과 황산의 전기화학반응을 이용하는 2차전지로 다른 전지에 비해 경제적이지만 용량에 비해 무겁고 납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수명이 길고, 카드뮴이나 납 등 환경 규제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리튬이온전지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타 금속 이온보다 가볍고 고용량의 전지를 만드는 데 유리해 휴대용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차나 로봇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리튬이온전지는 휴대용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차나 로봇 같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거군요.

그런데 요즘에는 휘어지거나 몸에 착용하는 기기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런데 리튬이온 전지는 이런 기기에 적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뷰]
네, 맞습니다. 차세대 플렉서블·웨어러블 기기는 유연하게 변형도 가능해야 하고, 이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역시 필요합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작동도 가능해야 하는데요. 리튬이온전지는 보통 원통이나 각형, 파우치형 등으로 형태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면 구부리는 게 쉽지 않았고, 또 구부리다 보면 액체 상태인 전해질이 새어 나올 수 있는데, 그럼 불이 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나 휘어지는 기기에는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앵커]
리튬이온전지는 가볍고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양을 바꾸기 어렵고 화재 위험도 있다는 말인데요. 몸에 착용하는 기기에 들어가려면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인터뷰]
다양한 기기에 사용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특성이 바로 소형화와 유연성이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로 슈퍼커패시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리튬이온전지의 약 10배가 되는 높은 출력밀도를 갖고 있고, 안정성은 물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무게당 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전지의 10분의 1수준으로 낮아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응용 분야에만 사용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극초단 레이저 공정 기술을 응용해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와 변형에서도 에너지 보유 성능이 유지되고, 전력 밀도를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기존의 '슈퍼커패시터'는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문제를 개선해서 만든 것이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라는 말씀이신 거죠? 어떤 원리로 개발하게 된 건가요?

[인터뷰]
극초단 레이저 공정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저희는 전극으로 그래핀을 사용하는데요. 특히 산소가 많은 그래핀 옥사이드를 사용합니다. 이것을 레이저로 조사하면 이산화탄소나 수분이 날아가면서 광적으로 환원됩니다. 그럼 내구성이나 우수한 전기전도성이 확보된 그래핀이 만들어지는데요.

이런 장점에 탈부착이라는 특성을 더해 어떤 곳이든 자유롭게 붙였다 뗄 수 있는 스티커 형태로 개발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이차전지는 플렉서블한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창문이나 컴퓨터 스크린, 안경, 명함 등 다양한 재질의 물체 표면에도 반복적인 탈부착이 가능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스티커도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면 접착력이 떨어지잖아요. 이 스티커 배터리도 자주 사용하면 접착력과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어떤가요?

[인터뷰]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데요. 얼마나 접착력이 있는지 200번가량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는데, 전극의 성능 자체에 큰 변화는 없었고 97% 이상 성능 유지율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먼지가 쌓이면 부착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이럴 때는 물이나 에탄올을 사용해 한번 닦아주면 됩니다.

[앵커]
물이나 에탄올로 한번 닦아주면 접착력도 회복된다고 하니 활용성이 굉장히 높을 것 같은데요. '스티커형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의 개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
입는 전자기기나 신체에 부착, 이식 가능한 전자기기 같은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으로 되어야 하고, 수명이 길고, 플렉서블하거나 손쉽게 탈부착이 되는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한 요구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는 기존의 리튬 기반의 이차전지 대비하여 안전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디자인 유연성이 뛰어나고, 장수명, 고출력 특성을 가지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어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초소형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성능과 안전성 둘 다 갖춘 에너지저장장치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조금 더 보완해야 할 부분,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저희가 현재 개발한 스티커형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는 아직 초기 연구 단계로,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전극의 3차원 집적도를 높여 단위 면적당 전극 용량을 증대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 저희 디바이스에 사용한 전해질은 고분자 겔 전해질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전압 범위가 낮아 높은 구동 전압 범위를 갖는 전해질 도입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할 생각입니다.

[앵커]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되는 모습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거든요?

[인터뷰]
제가 가지고 있는 계획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고요.

두 번째로는 저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학생 연구원들, 공동연구자분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스티커형 마이크로 슈퍼커패시터 기술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과 KAIST, 부산대 연구팀이 함께 공동 개발을 통하여 이룰 수 있었는데요.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좌절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협력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었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탄소 중립이나 친환경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데,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바이오매스 등 폐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의 에너지저장 소재 및 소자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차세대 에너지저장 기술 개발을 통해 이공계 연구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미래세대를 위하여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앵커]
과학자로서 우리 사회에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민하고 계시다, 이런 말씀 들어봤는데요. 추가로, 우리나라의 배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우리의 배터리 기술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은 아마도 많이들 아실 텐데요.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고요, 세계 1, 2등을 하는 굉장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또한 연구진 분들도 우수한 연구진 분들이 많은 좋은 연구 결과를 내고 있어서 굉장히 밝은 미래를 갖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오늘 설명해주신 스티커형 배터리 같은 기술, 그런 기술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부분에서도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나요?

[인터뷰]
물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에서 이런 웨어러블 디바이스용 저장장치도 있고, 전구체 기반으로 하는 전구체 배터리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앞선 기술을 가졌습니다.

[앵커]
오늘 설명해주신 배터리 기술이 우리 사회를 조금 더 편리하게 바꿔주길 기대하겠습니다. 상용화가 빨리 되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하나 책임 연구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31&key=20210325161533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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