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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헤럴드경제] 탄소중립과 섹터커플링

  • 작성일 2021.08.05
  • 조회수 12028

수송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 독일·덴마크·스웨덴 등에 이어 영국·중국 등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 세계적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인 에너지 시스템의 전기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다 해도 장거리 수송이나 산업 공정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고에너지밀도의 청정연료 사용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부문별 탄소배출량을 거론하나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도모할 때 각 부문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는 없다.

 

일찍이 에너지전환정책을 가속화해온 독일은 한국보다 평균 일사량이 적음에도 2019년 최초로 태양광이 최대 발전원으로 기록됐다. 1990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2019년 말 기후보호법을 공표, 2020년에는 탄소감축 목표치 40%를 초과 달성했다. 급속한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독일은 고도의 공급안정성뿐 아니라 전력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유연한 전력 시스템에 기반한 지능적 에너지 통합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 섹터커플링이 있다.

 

‘Power-to-X(P2X)’로 표현되는 섹터커플링은 간헐성·변동성을 갖는 재생에너지의 효율적 보급·활용을 위해 재생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사용·저장하고 발전·난방·수송 부문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전기-연료-열의 균형적 탈탄소화를 통해 비용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 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히트펌프 등으로 전기를 열로 변환·사용하는 냉난방 전력화기술인 P2H·P2C, 전기차로 대표되는 운송 부문 전력화기술인 P2M, 전기를 수소·암모니아 같은 가스·액화연료로 생산·저장해 타 부문에서 원료로 사용하게 해주는 P2G·P2L 등 최적의 섹터커플링이 분산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이뤄질 때 탄소중립 구현에 다가갈 수 있다. 최근 95% 이상의 시간에 주차되는 승용차 특성을 고려해 전기차 내 배터리를 ESS처럼 활용해 전력계통에 연계하는 기술인 V2X(Vehicle-to-Grid·Home·Building)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피크 절감효과뿐 아니라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 전력 보조 서비스와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는 신산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가 기후위기에 직면해 에너지정책과 산업구조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재생에너지 보급 후진국인 우리나라의 투자와 지원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섹터커플링, ESS, 수소 활용,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기술은 주지하다시피 가변성있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그 단점을 극복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공격적 목표가 존재할 때 그 팬시한 이름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섹터커플링기술의 탄소중립 기여를 위해서는 모든 단계에서 섹터 간의 연계와 비용최소화를 고려한 투자 및 전력요금을 포함하는 관련 정책들에 대한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확대 역시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에너지는 연료가 아니라 기술이라는 독일 어느 전문가의 발언은 확대 방향 및 규모에 맞는 집중 투자를 기반으로 주요 기술에 대한 전략적 연구·개발이 이뤄질 때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위기대응도 가능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제26차 회의(COP26)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공격적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잘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명한 대책 마련과 기술 개발 투자가 매우 시급하다.


기사원문링크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080500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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