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탄소 중립이란 사회· 경제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최대로 줄이고 산림·수목 등으로 흡수하거나 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또한 2020년 12월 10일에는 청와대에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도 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비전을 담은 연설문도 발표했다. 특히 혁신 기술 확보가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강조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신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정부는 그린 뉴딜에 약 8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재생 에너지 시장과 산업 개척, 일자리 창출, 노후 건축물과 공공 임대 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친환경 건물 확대와 도시·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전기차·수소차 보급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영국,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통한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이에 동참했는데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이며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인 우리나라로서는 탄소 중립 선언이 늦은 편이다. 아무튼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연적인 사명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탄소 중립은 어느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의 체질과 구조 개선으로 새로운 사회 생태계를 구축해야 실현가능하다. 즉 화석 연료를 에너지의 기반으로 사용하는 현재 사회·경제·문화 등 전체 시스템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전면적으로 재구축해야만 탄소 중립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기술(ET)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은 핵심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직접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측면에서 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그 효과를 확대할 수 있는 기술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협의의 범위로만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즉 에너지 소비 기기의 개별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로만 국한시키고 있는 것이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인식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주기를 통합하는 시스템 운영 효율 개선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범위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에너지 생산 부문과 소비 부문을 분리해 개발해 온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은 발전원과 소비원 모두를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고 필요에 따라 발전과 소비의 역할을 변경하며, 변동성이 높은 재생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개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세대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디지털화, 즉 사이버 물리 시스템으로의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센서 및 AI 기술을 활용한 발전 및 수요 예측과 분산 에너지 자원의 통합 운영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최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사회적 구조에 기인한 급격한 변화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 또한 필요하다. 이런 안전장치에도 에너지 효율 기술은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즉, 에너지 단위 기기의 개별 효율 향상 기술, 에너지 전주기 시스템 효율 향상 기술, 에너지 디지털화 기반의 효율 향상 기술 등이 새로운 미래 사회로의 진입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핵심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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