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금융 시리즈 下]①윤기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출연연·지자체·기업 연결해 '윈윈 구조' 만들자" 기술 보유자인 연구자, 기업이전·창업 참여 중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은 약 5조원(2020년 기준) 규모다. 이 돈으로 나오는 특허, 논문 등 연구개발(R&D) 성과가 시민과 연계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왜? 기업풀(pool)이 약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전을 해도 기업의 상당수가 당장 사용하지 못한다. 상용화 자금도 없을뿐더러 이전받은 기술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태껏 기술사업화에 가장 큰 허들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창업사업화'다. 출연연과 지자체, 기업을 연결해 윈윈구조를 만들자. 그 뒤 기업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으로 창업생태계를 이식해오자. 이 모든 구조의 최적지가 바로 대전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기술창업·사업화를 담당하고 있는 윤기동 박사는 "대전에 출연연이 있는데도 대전시민이 이에 대한 메리트를 못 느낀다"며 "대전시에서도 느끼는 출연연의 기여도가 낮고 출연연의 성과가 대전시에 안 쌓인다"고 이처럼 말했다. 그는 출연연의 기술과 대전 내 벤처, 기업가를 이어주는 '창업사업화'를 돌파구로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려면 기간과 상용화 연구개발 자금이 지속적으로 주입돼야 하는데, 현재의 연구개발 자금 중 상용화를 위한 R&D 자금은 상당히 부족하다. 기술창업 전후 단계에서 민간 기술금융이 유입될 수 있는 연계 또한 열악한 게 사실이다. 그는 창업기업의 신속한 기술 수용성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때 기술보유자인 출연연 연구자의 자발적 참여 동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윤 박사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일반 아이디어 스타트업보다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미국 하이테크 산업 내 일자리 증가분의 60%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이 기여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전이 기술기반 스타트업 육성에 가장 적합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선순환이 안 되고 있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원 규모=한국>미국, 그러나 과유불급? 미국의 창업 프로그램 SBIR은 1단계 기술개발 과정에서 6개월간 과제당 15만 달러(약1억7000만원)를 지원, 2단계 제품화에선 2년간 과제당 100만 달러(약 11억2500만원)를 지원한다. 마지막 3단계는 민간펀딩을 받는다.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미국 연방정부의 중소기업 R&D 육성 프로그램으로, 11개 부처를 통해 혁신기술 보유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의 연구 자금과 기술상용화를 지원. 한국은 어떨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민간투자형 R&D 지원사업'은 사업화 R&D 부분에서 2년 6개월간 16억원을 지원한다. 오히려 개별 지원당 규모로 보면 한국도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이다. 산업부, 과기부, 중기부 등 기관별·규모별로 프로그램이 분산돼 있다 보니 유사 자금이 산재돼 있는 형국이다. 또 잦은 사업내역 변경으로 사업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체계적인 운영과 지속성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실제 SBIR은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프로그램이 개설되면 단기평가를 거쳐야 하고, 매년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뿌리 깊은 제도가 없는 게 사실,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다. 윤 박사는 "미국 창업생태계가 한국보다 우수해 보이지만 기관지원 프로그램만을 보면 한국도 모자란 게 없다. 하드웨어인 기관과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은 미국에 비해 한국이 오히려 더 다양하게 구비돼 있는 것 같다"며 "문제는 OS(컴퓨터를 움직이는 기본 소프트웨어)다. 컴퓨터 사용할 때 OS에 따라 윈도우가 되고 안 되는 게 있듯이, 그 OS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게 창업사업화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 창업사업화, 어떻게? "출연연 소속 연구자는 현실적으로 기업 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잡은 게 창업사업화다. 창업사업화는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가와 기술보유자, 투자자, R&D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부유관기관 등과 연계돼 있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개발한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할 수도, 직접 창업할 수도 있다. 이전되거나 출자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잘 돼야 페이백 받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기술보유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내는 게 중요하다. 이 모든 관계를 만들어 갈 매개체가 창업기업이다." 윤 박사는 '창업사업화 플랫폼 구축'을 창업사업화의 핵심으로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벤처창업생태계 구성의 3요소인 '창업-투자-회수'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신성장사업을 발굴·육성하자는 의미다. 그는 창업생태계 조성은 쉽지 않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플랫폼 구축과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놓으면 돈이 돼 플레이어들이 모일 거라 했다. 윤 박사는 "의도하는 창업사업화의 첫 단계는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거고, 두 번째는 글로벌 벨류체인 조성"이라며 "한국의 제조업 생태계는 미국과 같은 글로벌 제조 생태계와 연결돼야 한다. 즉 기업을 탄생시키면 그 기업을 글로벌 현지법인화·인수합병(M&A) 등 해외시장에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거래 생태계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은 '기술기업 생산 공장'이 되는 거다. 이는 결국 우리한테 오게 돼 있다. 대전을 시작으로 창업사업화를 조성해 글로벌 생태계를 한국으로 이식해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출연연 창업사업화의 중요 고려사항으로 기술창업 지원의 용이성, 효과성, 지속적 업무추진 가능성, 현재 출연연 운영체제와의 부합성 등을 기준으로 초기 투자를 연계한 전주기적 창업지원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컨트롤타워가 출연연의 기술과 지역·민간 혁신주체의 역량을 결합한 기술창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벤처캐피탈, 전략적투자자, 엑셀레레이터 등과 창업초기 투자를 연계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제고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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