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헤럴드경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안보

  • 작성일 2022.03.03
  • 조회수 74317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한층 뜨겁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사회적 중대 과제에 걸맞게 다양하고 치열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코로나19 극복 과정의 세계경제 회복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국내 전기 생산가격 상승을 압박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므로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가 열리는 등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 확충을 위한 현황 점검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주종을 이루는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는 지정학적 요인이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끼치며, 경우에 따라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도 야기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구현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화석연료 사용을 적극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자연에너지만 있으면 어디서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물론 설치 위치를 비롯한 여러 조건에 따라 가격과 생산량 등이 달라지나 이는 기술 개발로 크게 개선 가능하며, 무엇보다 햇빛과 바람이 원료이기에 발전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원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로 전력망이 손실되더라도 가정용 태양광설비만 있으면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조건이 좋은 특정 지역에 집중 설치되는 재생에너지단지의 경우에는 대규모 면적을 요구하는 단점이 유사시에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장점이 된다. 이처럼 인위적 원료 공급이 필요 없고 분산자원으로서 유용한 재생에너지기술은 대외 정세나 재난상황 등 극한환경으로부터 독립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 가능하다.

 

반면 자연에너지로만 동작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라 할지라도 국산화율이 저조하다면 또 다른 의미의 공급 불안요소를 가지게 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경쟁이 첨예한 가운데 재생에너지산업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보유한 국내 태양광산업만 하더라도 중국의 대량 생산 체계로 인한 저가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가치사슬의 핵심인 소재 및 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분야 초격차기술의 조기 확보가 중요하며, 국내 보급 확대를 통해 내수시장도 꾸준히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2050년 전 세계 에너지믹스의 68% 전력비중을 전망하는 태양광 및 풍력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을 통해 기회를 창출할 방법이기도 하다.

 

예측이 어려운 국제 정세 변화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경제적 피해가 이어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인 재생에너지는 다행히도 지정학적 요소보다는 기술에 의해서 경쟁력이 결정되는 에너지원이다. 에너지 사용자와의 공감에 기반을 둔 재생에너지 확대와 혁신기술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연이 주는 햇빛과 바람으로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활용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에너지 안보를 생각해야 할 때다.


기사원문링크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0303000513

프린트 돌아가기

페이지 2/15

전체 285건의 게시물이 조회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지난 해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 못한 이유가 뭘까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시그널'을 잘못 준 탓이라고 봅니다.'어려움은 많지만 관계부처 …
2024.06.17
주영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AI·계산과학실 책임연구원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에너지, 화학 관련 학회를 다녀왔는데 미국 화학산업계의 관심은 온통 …
2024.05.28
“재생에너지 좀 팍팍 못 늘리나요? 어떻게 잘 좀 해봐요.” 며칠 전 한 위원회 입구에서 다른 분과위원이 웃으며 건넨 얘기다.“(아니, 그걸 왜 저한테...) 급식…
2024.04.29
‘어느 작은 마을에 시내까지 가려면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 할머니가 살았대. 그런데, 산 타기가 아주 힘들었나봐. 간절히 백일기도를 하면 원하는걸 이룰 수 …
2024.03.25
류승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ICT연구단 책임연구원1973년 세계적인 오일 쇼크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초래하며, 사회적 취약 계층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
2024.03.04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원천연구부터 상용화까지…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지원[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제조업 기반의 국내 산업 경쟁력은 고부가가…
2024.02.27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2024년 10대 혁신기술 중 두 번째 기술, 초고효율 태양전지 관련 삽화. [MIT 테크놀로지 리뷰 제공]“MIT 테크놀로지 리뷰(MIT Te…
2024.02.19
2023년 11월 30일에서 12월 13일까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다.지구 온도 상승 억제 1.5도 목표 …
2024.01.25
“목표 21.6%를 3배로 늘리면 60%가 넘는데, 웬일로 그런 야심찬 계획에 동참했을까요?”“그럴리가요. 우리나라 현재 재생전력 비중이 7.5% 정도이니 3배하면 203…
2024.01.08
이재용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효율연구본부장탄소중립은 쉽게 요약하자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의 활동으로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만들겠…
2023.12.05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에 한화큐셀이 10년 전인 2013년 준공한 5㎿급 태양광발전소 ‘칼레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전경 [한화그룹 제공]가끔 초등학교에 에너지 관…
2023.11.20
남해 관당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한화큐셀 제공]몇 년 전 한 학술행사 때 일이다. 영농형 태양광을 연구 중인 교수님이 A, B, C가 적힌 봉지 세 개를 내…
2023.10.16
어느 더운 날 도시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고가도로를 지나가다가 같이 있던 딸내미가 차창 밖을 보며 한 마디한다. “저 건물들 옥상에 태양광 깔면 에어컨 켤 때…
2023.08.30
스페인 거리예술가 이삭 코달이 2011년 4월 독일 베를린에 설치한 작품.[이삭 코달 제공]10여년 전 어느 국제 협력 관련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다. 기후변화 대…
2023.07.24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뜨겁다.작년에는 파키스탄에서 기록적인 홍수 피해로 무려 국토 3분의 1이 물…
2023.07.17
9 기후변화 해결사로 부상한 AIAI 통합진단 시스템로 패널 관리빅데이터·디지털 트윈 등 접목1분마다 전류 출력·전압 체크에너지 손실 줄이고 수명 연장"태양광…
2023.07.13
2021년 9월 유엔 에너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출범한 ‘24/7 CFE(상시 무탄소에너지 협약)’는 SDG7(지속 가능 개발목표) 달성 촉진을 위한 자발적 약속이다. 재생…
2023.06.15
이차전지 부흥기가 도래하고 있다. 현재 인류가 당면한 환경문제 때문에라도 앞으로 국제 이차전지 산업이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엔 이견을 가진 이가 …
2023.05.30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에너지연구본부 김희연 책임연구원연료전지 전극, 수소생산에도 촉매 사용 필수세계 촉매시장 규모 2030년 618억달러로 급증세계 시…
2023.05.18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등 G7 주요국은 지난해에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탈탄소화를 약속하고,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에너지·환경장…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