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 메르스 사태가 에너지 정책에 주는 교훈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용진 책임연구원
(윤용진 책임연구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세가 꺾였다.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민을 불안케 한지 50여일 만이다. 초기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 못 한데다, 관련 기관이나 행정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금은 수그러들고 있지만, 여전히 누구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남아 있다.
정부와 의료진, 언론, 국민이 힘을 모아 대처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상호 신뢰도 많이 잃었다.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 또 다른 숙제로 남았다.
앞으로도 예측이 어려운 재난이나 감염 질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정부 대책을 안심하고 따라도 되는지 등 잃어버린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계 지혜와 진심 어린 노력이 요구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 때마다 중구난방 여러 대책을 쏟아내다가 시간이 지나면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다시 유사한 사태에 봉착하면 허둥지둥하길 반복하는 후진국적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사실 이는 질병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분야도 고민거리가 있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나 고유가 대책, 대체에너지 개발 등도 위기 때 국가 생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다. 최근 들어 비교적 저유가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에너지 문제를 등한시하게 될 수 있으나, 갑작스런 고유가나 화석연료 고갈 시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문제처럼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요즘 셰일오일에 대응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세로 한동안 고개를 숙이던 유가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채굴 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기반으로 생산량이 급증하며 채산성을 확보한 셰일오일로 인해 예전만큼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75~85달러 선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유가 영향으로 유럽 금융위기로 촉발된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투자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OECD 국가 투자 정체로 인해 전체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던 1차 산업혁명, 전기, 석유 등을 이용한 2차 산업혁명을 거쳐, 재생 가능 에너지가 핵심이 되는 3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고 있다. 미래는 친환경적이고 분산, 협업적 경제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신재생에너지가 접목돼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는 획기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을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셰일오일 생산 증가, 에너지 효율향상 및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 등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진입 중이다. 새로운 에너지기술로서 사물인터넷80, 스마트자동차, 에너지저장, 재생에너지 등 혁신적인 신기술에 기반 한 신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할 전망이며, 3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사회, 시장,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래성장동력 확대를 목표로 성장동력 19대 분야를 설정한 바 있다. 지능형로봇 등의 미래신산업, 스마트자동차 등의 주력산업 분야와 아울러 신재생하이브리드, 초소형 발전시스템 등 에너지산업을 주요 성장동력 분야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예전 경험으로 보면 유가가 낮을 때는 에너지기술 개발이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유가가 올라가면 그제야 기술 개발의 낙후성에 대해 질책하며 대책 수립에 골몰하던 일이 반복됐음을 기억한다. 유가가 안정적이고 에너지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시점일수록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전반적 로드맵의 검토와 기술개발을 차분히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방송이나 여행기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에 의해 1883년 착공된 이 성당은, 현재까지도 미완성인 상태로 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우디가 1926년 세상을 떠난 후로도 근 90년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완공 예상 시기인 2026년까지 앞으로도 10여 년간 공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130여년 전, ‘신념의 인간’ 가우디에 의해 이루어진 설계가 꾸준한 투자(후원)와 전문가의 끊임없는 협력을 통해 세계적인 걸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정신을,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이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윤용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yjyoon@kier.re.kr
원본기사 - http://www.etnews.com/2015070300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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