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정부출연硏 R&D 전략, 기업에서 배워야
곽병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개발에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어떤 조직 형태가 연구개발에 이상적인지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 출연연의 연구개발 생산성은 기업 연구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평가되는 시점에서 출연연과 기업 연구소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민간 기업 연구소와 출연연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조직 가치지향성 부족이다. 초일류 기업들은 구성원들에게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우리 조직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며 비전에서 조직시민행동양식에 이르는 일련의 가치체계를 만들고 이를 철저히 교육한 뒤 실천 여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일부 출연연에서도 유사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구성원들에게 철저히 교육해 체화시키고 실행 정도를 평가에까지 반영하는 곳은 없다. 조직 가치지향성은 조직 효율성으로 바로 연결된다. 조직 효율성은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의 효율성이 향상되면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의식을 갖고 몰입도, 협동심이 높아지며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세계를 선도하는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생산성을 조사해 보니 조직 효율성이 뛰어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3배 이상 생산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작년에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바 있다. 또 하나 차이는 연구개발 체계다. 현재 출연연 대부분은 개별 과제 단위로 연구개발이 수행되며 전 주기적인 과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 이전이 잘되지 않거나 투입 비용 대비 현저히 낮은 기술료를 받고 기업에 이전돼 정작 국가 연구개발 생산성은 낮아진다. 이에 반해 기업 과제는 전사 전략 또는 단위 사업 전략에 의거하여 기획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업, 생산, 연구개발 부서가 협업하여 과제 완료 시 기술적 목표뿐만 아니라 상업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단계-관문 체계(Stage Gate System)로 설계한다. 과제는 5, 6단계(Stage)로 진행되며 매 단계가 완료되기 직전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중간 관문(Gate)을 통과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연구를 중단하거나 추가 연구 기간을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에 비해 연구개발 생산성이 2.5배 높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다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중단돼도 불이익이나 실패 낙인을 찍지 않는다. 오히려 ‘과제를 조기에 중단시켜 매몰비용을 최소화했다’며 ‘잘된 의사결정’으로 간주한다. 과제가 중단돼도 예산과 인력은 연구개발 예산 풀로 돌아가 다른 과제나 새롭게 기획하는 과제에 사용할 수 있다. 요즘 빈발하고 있는 특허 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연구개발은 총칼 없는 전쟁이다. 이 전쟁 속에서 기업들은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문화를 굳건하게 세우고, 고객과 시장에 초점을 맞춰 전사 전략과 연구개발 체계에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출연연의 설립 목적 또한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업 연구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여기에 언급한 기업 연구소와 출연연의 차이점을 줄여 국가 연구개발 체계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곽병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byongskwak@kier.re.kr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70827/86031907/1#csidxe6f36433b6df552b0562d027dea2cc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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