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화력발전에 CCS 기술 접목 이산화탄소 90% 이상 잡아낼 것”
[인터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재구 FEP융합연구단장
석탄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오염 물질이 나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FEP융합연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면서 발전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석탄 화력발전과 기후변화 대응 기술 분야 전문가로 이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재구 단장을 만났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상치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해양대기청(NOA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표면 온도가 1951~80년 평균보다 0.87도, 20세기 평균치보다 0.90도 높았다. 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11년간만 봐도 지표면 연평균 온도가 2005년, 2012년, 2014년, 2015년 각각 네 차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다른 기후 문제도 있나. “기록적인 혹한과 폭염뿐 아니라 강수량 패턴이 변해 가뭄과 폭우가 자주 발생하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신종 전염병이 유행하고 바다 자원이 산성화되는 데다 생태계 이상으로 멸종하는 동식물도 생겼다. 모두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 해결을 위해 각국이 바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95개 파리협정 협약국은 앞으로 5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3년부터는 각국이 이를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국제기금 지원을 받는다. 정부와 연구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축 해법을 찾고 있다.”
-이번 연구도 그 일환인가.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는 전체 전력 발전량의 70%에 육박하는 화력발전을 이른 기간 내에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효율을 높이면서 석탄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대부분의 온실가스 관련 기술이 연소 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방향이었다면 우리는 공기 대신 순수한 산소를 공급해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나.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원천 분리하고 질소화합물·황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다른 대기오염 물질까지 함께 잡아내려고 한다. 동시에 고온·고압의 ‘초임계 발전 기술’을 이용해 발전 효율까지 크게 올린다. 대규모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으로만 지목되던 석탄 화력발전 분야에 첨단 CCS 기술을 접목했다. CCS 중 포집 기술과 관련 있다.”
-누가 참여하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관하에 한국기계연구원·한국표준기술연구원·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협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각 연구기관과 참여 연구원 개개인의 기술이 서로 융합되고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모든 인력이 모여 일한다.”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후 어떻게 처리하나. “일부는 발전설비 내에서 다시 사용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순산소 연소’ 과정에서 설비가 심하게 뜨거워지거나 비정상으로 연소하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연료와 함께 다시 넣어 순환시킨다. 재활용인 셈이다. 이 연구는 이산화탄소 포집 후의 과정을 포함하지 않지만 원천 분리된 나머지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CCS 기술을 활용해 처리할 수 있다. 바다 혹은 땅속 저장소에 묻거나 건설·건축 자재 혹은 식물을 배양하는 데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향후 연구단의 계획은. “연구단이 추구하는 ‘초임계·순산소·순환유동층’ 연소 기술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자체 기술을 갖게 되면 세계 무대에서도 기술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올해 고유 기술과 시험 설비를 마련하면 내년부터 최적화된 조건을 찾아 운전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실험과 실증을 통해 체계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기술이 성공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완성된 결과와 기술을 국내외 많은 기업과 설비로 파급 또는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300㎿급의 고효율 발전 플랜트(발전소)를 수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이후 해외에 활발하게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와 관련 기업의 부담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윤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