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막연한 과학적 경고나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산불, 해수면 상승,
가뭄, 극심한 강수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르며,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간이 실시간으로 체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Net Zero)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절박한 과제가 됐다. 산업, 에너지, 수송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항공 분야는 여전히 탈탄소 전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항공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2.8%를 차지하며, 항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2050년에는 전체 배출의 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항공기 연료는 아직도
대부분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어 탄소 감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기 항공기나 수소 항공기와 같은 기술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많고 특히 장거리 노선이나 대형 항공기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현재로서 가장 실현 가능한 대안은 바이오항공유 사용이다.
바이오항공유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유지, 목재 잔재물, 해조류 등 재생 가능한 자원을 원료로 사용해 제조되며,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항공 연료다.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은 기존 항공기 엔진이나 공항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별도 설비나 기술을 새로 도입하지
않고도 기존 시스템 위에서 연료만 바꿔 탄소 감축을 실현할 수 있어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미 전 세계는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은 'ReFuelEU Aviation' 정책을 통해 2025년부터 SAF 혼합 사용을 의무화하고, 2050년까지 SAF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SAF 생산에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며,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도 SAF 사용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책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 항공업계는 탈탄소 경쟁력 확보를 위해 SAF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바이오항공유를 포함한 SAF 생산 단가는 여전히 기존 항공유보다 높고, 국내 정유사의 기술력도 폐식용유를 일부 혼합하는 Co-Processing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항공사도
높은 연료비 부담과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자발적 도입에 소극적이며, 정부 차원의 SAF 사용 의무화나 인센티브 정책 역시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한국 항공산업은 글로벌 친환경 기준에서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이오항공유 도입을 본격화할 골든타임이다. 정부는 세제 혜택, 공공부문 우선 사용, 원료 확보와 연계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며, 정유사와
항공사 간 협력 모델 구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바이오항공유는 단순한 친환경 연료가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를 여는 열쇠이자 우리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하늘길은 준비하고 실행하는 자만이 열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단이 대한민국 항공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주영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기사링크 : [사이언스온고지신]지속가능한 하늘길,
바이오항공유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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