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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수소사회, 안전은 법대로 합시다, 수소법!

  • 작성일 2025.05.13
  • 조회수 223719

"우리 동네에 수소충전소가 생긴다는데, 안전할까?"

 

수소차가 도로를 달리고, 도시마다 연료전지 발전소가 세워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주변에서 수소충전소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소사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수소에너지가 과연 안전할지 걱정한다. 이는 대게 '수소폭탄'이라는 단어가 만든 오해 때문이다. 최근 수소충전소 사고 소식까지 더해지며, 아직은 낯선 수소라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소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수록, 수소 안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수소폭탄을 떠올리며 수소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수소폭탄과 우리가 사용하는 수소에너지 기술은 전혀 다르다.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라는 특별한 수소 동위원소를 태양처럼 수천만 도의 극한 환경에서 핵융합시켜 폭발을 일으킨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수소는 일반적인 수소 분자로, 연료전지 발전 시 전기, , 그리고 열을 만드는 전기 화학반응을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수소도 인화성 가스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소가 폭발하려면 수소, 산소, 점화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수소는 공기 중 농도가 약 4% 이상 75% 이하일 때만 폭발 가능한데, 이는 너무 적거나 너무 많으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수소는 공기보다 14배나 가벼워 누설되면 금세 위로 퍼져나가 폭발 위험이 줄어든다. 휘발유나 LPG처럼 바닥에 고여 위험을 키우는 연료와는 다르다. 그래서 적절한 기술과 관리만 있다면, 수소는 오히려 더 안전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19년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와 최근 버스 충전소 사고는 수소에 대한 불안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은 수소 그 자체보다 허술한 관리 체계에 있었다. 당시 연구용 수소 저장설비는 기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처럼 법의 빈틈이 사고로 이어짐에 따라 이를 계기로 정부는 수소 산업을 키우는 동시에 수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법을 통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법적 관리가 시작되었다.

 

수소법은 기존의 법률과 함께 수소를 생산하는 장비나 가정용·산업용 연료전지 같은 '수소용품', 그리고 수소를 사용하는 건물이나 공장 시설인 '저압 수소 사용시설'을 안전하게 제조·관리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수소용품은 제작 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지켜야 하며, 사용 전에 반드시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압 수소 사용시설도 설치 후 정기적인 점검과 검사를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수소법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품과 시설이 국가 기준에 맞게 설치·운영되는지 검사소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이를 사용하는 우리들이 수소에너지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렇게 수소법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다양한 수소 장치들이 안전하게 쓰이도록 지켜주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류를 위한 수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뛰어넘어 우리의 실생활에 스며들고 있는 수소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넘어서 신뢰를 쌓는 일이다. 다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며, 결국 법과 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 수소법이라는 든든한 안전망과 함께라면, 수소는 두려움이 아닌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소사회 속 우리의 일상은 법과 기술 덕분에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다. 최윤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사링크 : [생활속 과학이야기] 수소사회, 안전은 법대로 합시다, 수소법! < 생활속 과학이야기 < 사외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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