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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헤럴드경제] 폭염 속 전력공급의 절대강자

  • 작성일 2023.08.30
  • 조회수 201002


어느 더운 날 도시 경관이 내려다보이는 고가도로를 지나가다가 같이 있던 딸내미가 차창 밖을 보며 한 마디한다. “저 건물들 옥상에 태양광 깔면 에어컨 켤 때 도움되는 거 아닌가? 왜 안 하지?”라고 해 “태양광 패널은 햇빛 없으면 전기를 못 주잖아. 밤이나 비 오는 날엔 전기를 못 만드니까”라고 했더니 “어차피 오늘 같이 햇빛 쨍쨍 나는 여름 낮에 제일 덥잖아. 그럼 이럴 때라도 많이 쓰는 게 좋은 거 아니야?”라는 지당한 질문이 되돌아온다. 수년 전 꼬마 시절 얘기인데 실제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급증한 올여름 전력 수요를 태양광이 크게 감당했다고 한다.


5년 전 6.44GW에 불과했던 태양광 국내 누적 설치량이 2022년 현재 24.08GW로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태양광이 여름철 전력 수요의 20% 이상을 책임지기도 했는데 에어컨 등 냉방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에 안정적 전력 공급에 기여한 것이다. 특히 여름철 태양광 발전이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2017년 이전에는 오후 2~3시였던 전력 수요 정점이 최근 오후 5~6시로 이동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여름철 최고치를 경신하고, 오후 2∼3시 한 시간 평균 전력 총수요가 역사상 처음으로 100GW를 돌파했다. 이는 전력시장 외 수요까지 합친 추계치로, 태양광 발전은 전력시장 외 수요가 전력시장 내 수요보다 높다. 태양광 전력의 거래 형태는 전력시장 참여, 한전과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용 등으로 나뉜다.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경우 전력공급량에 계량되지만 한전PPA나 자가용 태양광은 직거래되거나 자체 소비된다. 전력시장 밖 비계량 태양광으로 분류하며 실제 수요를 상쇄한다. 전력시장만 고려하면 7일 정점은 93.6GW로 오후 5시였는데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이 한낮 전력 수요에 기여해 정점을 늦춘 결과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가장 큰 8월 공급예비율은 대부분 20%를 넘었으며, 사상 최대 수요에도 11%대로 안정적이었는데 원자력 발전에 더해 태양광이 크게 증가한 덕이다. 특히 전력시장 외 비계량 태양광의 영향이 크다.


반면 해가 지고 나면 기여도가 급감하는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은 누구나 아는 한계다. 밤낮의 변화는 날씨의 변동성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 지난봄 태양광 발전 비중은 4월 한때 40%에 육박했으나 집중호우기간에 3%대까지 떨어졌다. 폭우로 태양광 출력은 적은데 습도가 높았던 탓에 전력 수요도 높았는데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은 전력계통에 불안을 유발해 안정적 전력 수급을 저해한다고 아우성이다. 제한적 송·배전망 환경에서 특정 전원의 감발운전을 야기하고 초과 생산된 전력들의 출력 제어가 불가피해진 것을 태양광 발전 탓으로만 돌리는 게 온당할까.


2017년 태양광 발전 비중은 1.3%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4.8%의 전력을 감당했으니 꽤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급속한 보급으로 겨우 세계 평균 4.55%를 살짝 웃도나 OECD 평균인 5.84%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게다가 우리를 제외한 전 세계는 지금까지보다 더 빠르게 태양광 확대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집중 투자 대상에는 전기차·에너지저장 등도 있으나 태양광·풍력·전력망이 무엇보다 최전선이다. 우리가 소홀한 사이 미국, 유럽연합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도 태양광 보급과 기술확보전쟁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수출 지향도 중요하나 일정 규모의 내수시장 없이는 전략 수립조차 어렵다. 탄소중립을 논할 때 우리나라에는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다며 더 부족한 수단을 거론하거나 경제성이 없다며 더 비경제적인 수단을 거론하는 오류를 자주 본다. 고작 연간 평균 4.8%의 발전 비중으로 한여름 전력 수요 정점에서 발전량의 20%를, 봄철 정점에서 40%를 감당하는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이 이슈일지언정 더는 자원 부족을 논한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의아한 일이다. 태양이 24시간 떠 있지 않고 날씨가 변덕스러운 게 새로운 일인가. 그간 간헐성을 두고 숱한 논의와 기술 개발을 해왔다. 지능형 전력망, ESS, 그린수소, 섹터커플링, 분산전원, 스마트시티, 모두 재생에너지 없이는 무의미한 것들이다. 글로벌 흐름의 핵심을 직시해야 한다.


‘2022 세계에너지전망(WEO)’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세계 재생전력 비중은 28.4%로, 우리나라의 2030년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2030년 세계 전망은 43.3%다. 영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엠버(Ember)는 한국은 재생에너지 부문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2022년 풍력과 태양광이 차지하는 전력생산 비중은 5.4%(32TWh)에 불과해 전 세계 평균 12%보다 훨씬 적다.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6%와 21% 성장에 그쳤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풍력 및 태양광 성장이 느리다는 것은 한국의 청정전력 전환이 세계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늦은 대응은 도태를 의미하고, 외면해도 시간은 간다. 적극적 대응 없이 해결은 불가하다.


기사원문링크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8280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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