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인류의 삶 상당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그야말로 패러다임을 바꾸어 버린 코로나19는 아직도 언제 종식될지 모른 채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의료계 그리고 과학계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데, 특히 기술의 융합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자체의 종식을 위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에 힘입어 가속화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이슈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ICT, VR/AR 등의 기술이 융합 접목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융합기술의 한 예로써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엔지니어링 교육용 가상현실(VR) 솔루션’을 들 수 있다. 디지털 인재 양상을 위한 가상현실 교육 솔루션인 본 연구 성과는 시공간 제약을 극복하고 체험자가 실제 플랜트를 경험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안전이나 보안,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하여 가속화된 비대면의 일상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도 일부 해외의 플랜트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이러한 솔루션을 개발한 적이 있었으나, 콘텐츠는 우수하지만 가상현실 그래픽의 구현도가 떨어져 3D 멀미를 유발하는 등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여 실제 교육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3D 구현 기술력이 뛰어난 게임회사와 에너지 기술 선두 연구그룹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힘을 합치게 되었고, 고도의 3D가상현실 구현과 양질의 콘텐츠가 조화롭게 접목된 기술이 개발되었다. 결합하기 어려운 두 가지의 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기술 자체의 융합뿐만 아니라 조직 그리고 사람 간의 융합도 필수다.

필자가 속해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플랫폼연구실은 2017년 신설되었다. 본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엔지니어링, 계산과학, 빅데이터, 공동활용분석, 연구품질 등 플랫폼 기술 연구는 국가의 다양한 에너지 환경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기술의 경우 개발된 핵심 에너지 기술이 플랜트와 같이 거대한 시스템에 적용되어 상용화에 이를 수 있도록 실용화 가치를 높여준다. 계산과학 기술은 수많은 소재 중에서 어떤 물질이 활용되면 기술의 성능이 좋아질지, 개발된 소재가 어떠한 물성과 특징을 가질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여 예측하고 개선점을 제시한다.

플랫폼 기술 연구 조직은 특정 기술을 집중하여 연구하여야 하는 연구 조직의 아쉬운 점을 해소해 주고 더 나아가 기술개발의 성과를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기술 그리고 조직 간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사실 사람 간의 융합이 가장 중요하다.

진정한 융합을 이루어내고자 한다면 소속, 분야, 학벌, 나이, 계급 등을 모두 초월하고 서로 존중하여야 한다. 특히 갑을 혹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일방적인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이 창출되기 어렵고 기존의 틀에 갇혀 쳇바퀴만 돌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어진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기보다는 함께 파이, 즉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키워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상호 이해와 소통을 한다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이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야말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가속화 할 수 있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