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호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앵커] 수소는 탈 탄소 시대를 앞당길 친환경 에너지인데요. 진정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이른바 그린 수소, 즉 암모니아 수소 분해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과학의 달인, 오늘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 정운호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박사님은 암모니아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는 수소가 어떤 방식으로 생산돼왔는지를 설명 부탁합니다. [인터뷰] 네, 수소는 공기를 구성하고 있는 질소, 산소와 같이 냄새와 색깔이 없는 기체입니다. 우주 질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흔한 물질인데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석유화학 공정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부생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유 공장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휘발유, 경유 등을 뽑아내고 남은 부산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얻는 방식입니다. 또한, 수소는 LNG와 LPG 같은 천연가스에 화학적 자극을 가해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화학 반응을 통해 수소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도시가스와 수증기를 섞어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촉매 반응기를 통과시키면 도시가스에 있는 수소가 떨어져 나오는 방식입니다. 다음으로 물에서 수소를 떼어내 생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기를 가해주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로 구분하기도 한다던데, 그 내용도 함께 짚어주시겠어요? [인터뷰] 네, 앞으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에너지원의 비중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 문제는 없어야 한다는 게 세계적 트렌드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처럼 수소에 색깔명을 붙여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색깔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면, 일단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수소를 그레이 수소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부생 수소나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방식이 포함이 되겠고요.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를 만들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게 별도로 포집하여 생산하는 수소의 색깔입니다. 그레이 수소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블루라는 깨끗한 색깔을 붙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린 수소는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 자체를 깨끗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린 수소는 물을 원료로 만드는데요.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장 깨끗한 수소라고 말할 수 있지만, 물을 전기 분해해서 생산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을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 수소나 블루 수소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앵커]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네, 저도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수소 1㎏를 생산하는데 1만 원 이상의 전기료가 들어간다는 계산이 있을 정도입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그린 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려고 노력 중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박사님께서는 특별히 암모니아로 수소를 생산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인터뷰] 네, 지금까지는 저처럼 대규모 수소 경제를 원하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만든 값싼 그린 수소를 우리나라로 가져와 사용하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호주나 중동 지역에서는 풍부하고 저렴한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상대적으로 싸게 만들 수 있는데요. 향후에는 수소 1kg에 1,000원 이하로 만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려면 수소를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 기체 상태의 수소로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저장하고 운송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수소를 액화시키면 부피가 1/800 로 줄어들기 때문에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바꿔주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를 액화시키기 위해서는 무려 영하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상용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액체수소 이외에 다른 방법을 고민하였고 암모니아를 해결책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수소를 질소와 결합하면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는데 암모니아를 이용해서 수소를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암모니아를 수소캐리어 또는 수소운반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암모니아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에는 어떤 이점이 있나요? [인터뷰] 암모니아는 액체 수소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영하 33도에서 쉽게 액화가 가능한데요. 화학 비료의 원료로 사용되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대량 운송이 이루어지고 있고,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도 액체 수소 대비 70% 정도가 더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물에서 만드는 수소처럼 암모니아 역시 수소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이점이 있습니다. 향후에는 해외에서 생산된 값싼 수소가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많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앵커] 암모니아하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연상 되는 독성 물질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데, 이걸 사용해도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염려는 전혀 없는 건가요? [인터뷰] 네,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질소와 수소로만 분리되는데 질소와 수소는 인체에 무해한 가스입니다. 그리고 미처 분해되지 못한 미량의 암모니아는 배출하지 않고 회수하여 연소시키기 때문에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료인 암모니아 자체가 독성 물질이라서 저장과 운송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요. 암모니아는 화학비료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취급과 관련된 안전 기준이 이미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께서는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해하는 소재 기술을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촉매 반응기라는 걸 만드셨다고 들었는데, 이건 수소를 생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물질인가요? [인터뷰] 네, 우선 암모니아가 분해되기 위해서는 600도 이상의 고온을 가해야 하는데, 이때 열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가 바로 촉매 반응기입니다. 촉매는 암모니아가 분해되는 반응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해 주는 물질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종류도 많고 모양도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촉매의 모양은 사탕과 같은 모양입니다. 사탕을 보면 겉에 설탕 가루들이 묻혀 있는데, 촉매도 비슷하게 동그란 알갱이 모양의 세라믹 지지체와 지지체 겉에 금속 입자의 가루들이 달라붙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루들은 암모니아를 분해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루테늄, 니켈과 같은 금속을 아주 작은 입자 형태로 만들어 붙이게 됩니다. 이러한 사탕 같은 알갱이 촉매들은 기다란 원통 모양의 반응기에 가득 채워 넣게 되는데 촉매를 채워 넣은 후 암모니아를 공급하면 암모니아가 촉매 알갱이 표면의 금속에 부딪쳐 99% 이상 분해가 일어나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박사님이 개발하신 촉매가 기존에 개발된 촉매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린 고온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촉매가 알갱이 형태로 되어 있고 촉매를 잡아주는 지지체의 재질은 세라믹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라믹 재질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온에서 변형이 없고 다양한 화합물과 반응하지 않는 안정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라믹 재질은 열 전달 속도가 매우 낮은 단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암모니아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6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계속해서 열을 공급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응기 안에 채워 넣은 촉매는 열을 그리 잘 전달하지 못하다 보니 반응기 가장 안쪽에 위치한 촉매는 열을 잘 공급받지 못해서 암모니아를 분해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에서는 세라믹 촉매보다 좀 더 열을 잘 전달하는 촉매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고 열 전달 효과가 좋은 금속 재질의 스펀지 형태 지지체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펀지라고 하면 물을 잘 흡수하는 것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금속 스펀지는 물 대신 열을 잘 흡수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금속 스펀지로 만든 촉매를 반응기 안에 채워 넣으면 기존 세라믹 촉매보다 열을 훨씬 빨리 흡수하게 되고 반응기 안쪽에 위치한 촉매도 암모니아를 잘 분해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에는 금속스펀지 위에 촉매를 코팅하면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한 금속스펀지 촉매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여 100시간 이상의 테스트에도 동일한 성능을 계속 유지하는 안정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앵커] 개발하신 기술을 활용하면 하루 동안 어느 정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현재 개발된 촉매 반응기를 사용하면 하루에 고순도수소 43kg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루에 수소전기차 7대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매우 적은 실험실 규모의 장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촉매 반응기의 크기를 크게 키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를 대량 생산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여러 기관들과 협력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존에 개발했던 반응기보다 50배 정도 더 큰 반응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개발이 완료된다면 하루에 수소를 2톤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하루에 수소차 350대 이상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개발하신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려면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한가요? [인터뷰] 암모니아를 분해해 대량의 수소를 만드는 기술은 플랜트 기술에 해당되는데요. 암모니아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기술,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기술, 암모니아를 연소하는 기술, 그리고 수소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정제 기술 등 많은 기술들이 조화롭게 연결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플랜트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현재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의 실증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2,000시간 이상의 실증을 마치게 되면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암모니아를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 된 적이 없는 기술개발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수소충전소, 발전, 철강업계를 비롯하여 산업전반에서 그린수소를 사용하기 위한 기반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오는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3%를 수소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는데요. 수소 연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말씀하신 계획은 수소 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우리나라가 청정 수소 경제를 선도하게 되면 전체 에너지 소비의 33%를 수소로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 가정· 상업, 수송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소가 사용되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해외의 값싼 수소가 많이 도입되어야 하는데. 2050년에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수소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액체 수소와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은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수소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데에 앞으로도 많은 역할 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운호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사원문링크 :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gram_view.php?s_mcd=0082&s_hcd=0031&key=202205121614493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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