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양방향 고온수전해-연료전지’ 셀‧스택 기술 확보 日 교세라와 같은 평관형…셀 끝단 막아 차별화 평판형 셀처럼 세로로 적층 가능, 확장에 유리 금속분리판 절반만 사용…제작비‧무게 크게 절감 에이프로에 기술이전, SOFC 상용화 추진
▲ 에너지연 수소에너지연구본부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 황효정 기술원이 양방향 평관형 셀을 들고 있다. [월간수소경제 성재경 기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이 ‘양방향 고온수전해-연료전지’의 셀, 스택 기술을 확보했다. 하나의 장치 안에 650~750℃의 고온에서 수증기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SOEC), 이 수소를 활용해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SOFC)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형 에너지저장 기술이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떠올린 것이 퓨얼셀에너지다. 퓨얼셀에너지는 미 에너지부로부터 800만 달러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아 원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reversible SOC’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퓨얼셀에너지 측은 지난 1월에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코네티컷주 댄버리의 한 시설에서 250kW급 고체산화물 수전해시스템(SOEC)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에는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에서 원자력과 수소생산을 통합하는 파일럿 설비를 설치해 실증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방향 rSOC 기술, 에이프로에 이전 대전에 있는 에너지연 수소에너지연구본부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을 찾아 서두원 책임기술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SOFC와 SOEC는 기술의 기반이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세라믹’이라 부르는 고체산화물(Solid Oxide) 셀을 활용해 700℃가 넘는 고온에서 운전이 되죠. 기존 200℃ 미만의 저온에서 작동하는 수전해-연료전지 기술과 달리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스택의 효율,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효율이 약 10% 이상 높아요.” 에너지연은 국내 최초로 100㎠ 활성면적의 평관형 고체산화물 셀 핵심부품 기술을 개발했다. 평관형 셀은 기존 평판형, 원통형 셀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납작한 평판 내부에 직사각형 모양의 좁은 관이 송송 뚫려 있다고 보면 된다.
▲ 에너지연에서 개발한 SOC 평관형 셀(앞)과 1kW급 양방향 스택 모형. “방앗간에서 가래떡 뽑는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반죽한 소재를 압출기에 넣어서 압으로 밀어내면 틀의 형상에 맞는 지지체를 얻게 되죠. 여기에 전해질과 공기극 등 다양한 세라믹 층을 입히고 열처리를 해서 셀을 제작합니다.열처리는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는 소성과정과 동일해요.” 서두원 책임연구원은 15년 넘게 SOFC 소재 분야 연구에 매진해왔다. 그는 도자기 애호가다. 책상과 면한 창가 자리에 청자와 백자, 분청사기가 놓여 있다. 직접 빚어서 구운 도자기는 한쪽에 따로 올려뒀다.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 서두원 책임기술원의 책상 옆에 놓인 도자기들.
“일본의 교세라가 평관형 SOFC 기술을 상용화해서 700W, 3kW급 SOFC 셀을 생산하고 있어요. 도요타의 자회사인아 이신정기가 이 셀 스택으로 시스템 모듈을 제작해서 연료전지 시장에 공급하고 있죠. 교세라는 셀을 연료(수소)극 매니폴드에 세로로 꽂아 쓰는 수직형 스택이라 확장에 한계가 있어요. 우리는 교세라와 달리 셀의 양 끝단을 막아서 적층하는 방식이죠. 평판형처럼 세로로 겹쳐 쌓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높아요.”
▲ 교세라의 SOFC 스택으로 연료극 매니폴드에 평관형 셀이 세로로 꽂혀 있다. 독일의 선파이어(Sunfire), 미국의 블룸에너지 같은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 평판형을 쓴다. 평판형 셀은 두께가 얇아 효율이 좋고,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의 셀을 쌓을 수 있다. 셀을 겹겹이 위로 쌓아 5kW, 10kW, 25kW 식으로 모듈의 용량을 키워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SOFC, 전기로 고온의 수증기(물)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SOEC 기술은 뿌리가 같아요. 운전 방향에 따라 연료전지가 되기도 하고, 전해조가 되기도 하죠. 우리는 알기 쉽게 ‘양방향’이란 단어를 썼지만, 해외에선 ‘리버서블(reversible, 가역)’이란 단어를 써요. SOFC, SOEC 기술을 하나로 묶어서 통상 ‘rSOC’로 부릅니다.” 평관형 셀은 평판형보다 세 배 정도 두껍다. 평판형보다 효율은 떨어지는 대신 내구성이나 안전성에 강점이 있다. 또 스택을 만들 때 금속분리판이 적게 들어간다. 스택 제조단가에서 금속분리판이나 밀봉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제작비 절감이나 경량화에 큰 이점이 있다. “세라믹 셀은 700℃ 이상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고온 밀봉기술이 매우 중요하죠. 가열, 냉각이 번갈아가며 일어 나는 조건에서 열 충격으로 기체가 샐 수 있거든요. 평판형은 셀 하나당 금속분리판이 위아래에 하나씩 해서 2개가 필요하지만, 평관형은 하나면 됩니다. 또 평판형에선 금속분리판을 셀보다 크게 만들지만, 우리는 셀 크기에 딱 맞춰 제작할 수 있죠.”
▲ 에너지연에서 개발한 SOC 평관형 셀로 끝단이 막혀 있다. 평판형은 기체가 새지 않도록 금속분리판에 셀프레임을 붙여서 밀봉한다. 평판 셀은 정확히 셀프레임 안쪽에 위치하게 된다. 에너지연에서 개발한 평관형 셀은 끝단이 닫혀 있는 밀봉형으로 셀프레임이 필요 없다. 셀 내부의 구멍이 수소와 수증기가 지나는 유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기극 유로가 포함된 금속분리판만 추가하면 된다. “스택 제작 원가에서 분리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큽니다. 제작비를 줄일 수 있고, 무게도 가볍게 가져갈 수 있죠.” 에너지연은 지난 2월 15일에 에이프로(A-PRO)와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다. 에이프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 차전지용 배터리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rSOC’는 SOFC와 SOEC에 모두 적용이 되는 만큼 고온연료전지나 고온수전해 중 한쪽으로 특화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로 보면 두산이 10kW, 미코파워가 8kW, 에이치앤파워가 3kW, STX에너지솔루션이 1kW 시스템을 개발했 다. 모두 SOFC 기술이다. 블룸SK퓨얼셀이 SOFC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시장의 수요도 확실하다. 에이프로는 우선 시장이 열려 있는 SOFC 시스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체 끝단 밀봉…금속분리판 사용 줄여 SOC 관련 연구는 에너지연 대전 본원에 있는 E2 에코동에서 진행된다. 서두원 책임기술원, 변세기 선임연구원, 황효정 기술원 외에도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에 속한 10여 명의 연구원이 팀을 이뤄 ‘양방향 고온수전해-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실 입구에 평관형 SOC 셀의 지지체를 만드는 압출기가 놓여 있다. 연구를 위해 개발한 장비로, 세라믹 반죽을 컨테이너에서 압축해 금형으로 밀어 넣게 된다. 에너지연은 지난 1995년부터 에너지소재연구실이 주축이 되어 관련 연구를 이어왔다.
▲ 평관형 셀의 전극 지지체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압출기. “틀 모양대로 지지체를 압출할 수 있는 장비죠. 원통형, 평관형을 비롯해 벌집 구조의 허니콤, 사각형이나 원형 허니콤을 제작한 바 있어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다부처 과제로 양방향 SOC 기술개발 과제를 진행하면서 1kW급 SOEC 기술을 확보했죠. 이번 기술은 여기서 한 발 나아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10개의 셀을 적층해 250시간 운전한 결과 750℃ 작동온도에서 215W 출력의 전기를 생산했고, 시간당 160리터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료전지 모드에서는 48%의 스택 효율을 보였고, 수전해 모드에서는 40암페어 기준(평균 전압 11.5V) 100%의 수전해 스택 효율을 보였다. 변세기 선임연구원이 양방향 스택의 핵심부품인 셀을 보여준다. 압출공정의 특성상 한쪽이 긴 직사각형 모양에 최적화되어 있다. 가로 35㎝, 세로 7㎝ 크기의 대면적 셀로 협업 관계에 있는 케이세라셀에서 제조했다. 소재는 녹색의 산화니켈(NiO), 흰색의 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YSZ; Yttria Stabilized Zirconia)를 주로 쓴다. 두 소재의 혼합 비율은 6대 4로, 산화니켈의 양이 많아 전체적으로 카키에 가까운 녹색을 띤다. 마지막 환원공정을 거치면 회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밀봉된 지지체 끝단 앞에 상하로 뚫은 구멍은 수증기나 수소가 이동하는 통로다. 이렇게 만든 평관형 셀을 세로로 쌓는 과정에 금속분리판을 하나씩 추가해 셀과 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면서 공기극 유로로 활용하게 된다. 기존 판형에 비해 금속분리판을 절반만 쓰고, 밀봉재 사용도 10분의 1로 줄어 제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 구멍이 뚫린 평관형 지지체의 끝단을 막아 밀봉한다. 수증기가 지나는 통로를 가공한 후 전해질을 코팅하고 전극을 바르게 된다.
“효율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더 값싼 비용으로 안정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쪽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죠. 현재 열 장의 셀을 써서 연료전지 기준 200W급 스택을 개발한 상태예요. 향후 대용량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kW급 스택으로 용량을 올리는 스케일업 기술이 꼭 필요하죠.” 변세기 선임연구원은 “셀을 사십 장 정도 쌓으면 1kW급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스택의 용량을 단계별로 올려 25kW 정도로 늘려야 블룸에너지처럼 MW 단위의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 가능해진다. “평관형 쪽으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교세라의 셀크기가 50㎠예요. 셀이 작으면 가스의 이동 경로가 짧 아 효율은 좋지만, 확장성은 크게 부족하죠. 워낙 고온에서 작동하다 보니 금속부품의 내구성이나 장기 구동에 따른 신뢰성 확보가 아주 중요해요. 단기적으로 1kW, 4kW, 7kW 식으로 시스템 용량을 늘려가는 개발 목표를 잡아놓고 있죠.” ▲ 전극 지지체는 세라믹이라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다. 세라믹은 크기를 키우면 내구성이 약해진다. 도자기처럼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다는 뜻이다. 셀 하나에 손상이 생기면 스택 전체를 못 쓰게 될 확률이 높다. 상업용 SOFC 발전설비에 모듈화를 적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스템을 작게 가져가면서 일정한 효율을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전기’와 ‘수소’라는 두 마리 토끼 평관형 셀의 전극 지지체에 전해질을 코팅하는 장비가 한 쪽에 놓여 있다. 황효정 기술원이 박막 코팅에 필요한 딥코팅(Dip-coating) 장비의 작동법을 알려준다. 집게로 걸어둔 지지체가 아래쪽 통에 들어갔다 나오며 코팅이 이뤄진다. ▲ 황효정 기술원이 박막 코팅에 필요한 딥코팅 장비의 작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맞은편에는 전극 인쇄를 위한 스크린 프린터가 놓여 있다. 지지체가 프린터 안으로 들어가면 원하는 크기로 전극을 얇게 펴 바르게 된다. ▲ 변세기 선임연구원이 전극 인쇄를 마친 스크린 프린터 앞에 서 있다. 변세기 선임연구원이 완성된 셀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힘들게 만든 셀이다. 압출한 성형 지지체를 정밀하게 가공한 후 전해질을 코팅해 이를 도자기 굽듯 소결한 다음 전극을 발라 완성하게 된다. “수소가 뜨면서 연료전지가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사업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죠. 폐열을 활용해 100℃ 이상의 스팀을 얻을 수 있는 곳에 SOEC를 설치하고,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로 구동해 수소를 생산하면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또 이렇게 생산한 수소로 전기를 만들거나 수소모빌리티 충전에 활용할 수 있죠.” 변세기 선임의 말대로 양방향 SOC라면 가능하다. 다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택의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 끝단을 밀봉한 평관형 셀은 이런 고민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또 따른 고민거리는 효율이다. 전기생산에 특화된 SOFC, 수소생산에 특화된 SOEC에 비해 양방향 SOC의 효율 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SOEC 기술의 글로벌 리더로 통하는 독일의 선파이어는 지난해 5월 225kW급 SOEC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전해조는 1,800개의 셀이 들어 있는 60개 스택으로 구성된다. 선파이어는 재생 가능한 전기와 수증기를 활용해 시간당 63Nm²(5.7kg)의 수소를 생산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SOEC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선파이어의 최근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선파이어는 지난해 초 스위스의 알칼라인 전해조 회사를 인수하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3년까지 독일에 연간 500MW 용량의 대규모 알칼라인 전해조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세라믹은 고온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다양한 연료를 그대로 쓸 수 있어요. 천연가스를 개질하지 않고 바로 쓰는 것도 가능하죠. PEM(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는 CO(일산화탄소)가 전극에 붙어 문제를 일으키지만 SOFC는 그럴 염려가 없거든요. 암모니아를 연료로 바로 쓰는 ‘암모니아 직접연료전지’ 개발도 가능합니다.”
▲ (왼쪽부터) 수소에너지연구본부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의 서두원 책임기술원, 황효정 기술원, 변세기 선임연구원. 수소에너지본부 고온에너지전환연구실에선 정부 과제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또 수소연구단, 연료전지연구실, 연료전지실증연구센터 등이 수소에너지본부로 통합되면서 소재, 시스템, 성능평가, 인증 등 전주기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수전해, 암모니아 쪽은 해외 선진기술에 비해 출발이 늦지 않았어요. 기업들이 속속 수소 시장에 뛰어들고 있 는 만큼 기술의 상업화에도 속도가 붙을 겁니다. 일본의 교세라처럼 우리도 평관형 셀의 상업화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서두원 책임연구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바람을 전한다. 최근 서울시는 미코파워에서 개발한 8kW SOFC에 7.68의 원별 보정계수를 새롭게 적용했다. PEM 연료전지의 보정계수(2.84)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건물용 SOFC 시스템의 제조단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지난 2010년에 가정용 1kW PEM 연료전지 가격은 무려 5,000만 원을 넘었다. 이후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기 업들의 상용화 노력으로 2019년에는 2,6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금은 천만 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에너지연의 평관형 셀은 향후 개발 방향에 따라 SOFC나 SOEC로 발전할 수도 있다. 아니, ‘전기’와 ‘수소’라 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말란 법도 없다. 양방향 SOC의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 가능성을 보고 기술개발을 이어가야 한다. 청자투각 칠보무늬 향로나 청화매죽문 백자 항아리 같은 국보급 도자기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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