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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현장르포]제주, '해양과학' 바람맞다

  • 작성일 2016.06.26
  • 조회수 41967

 

[현장르포]제주, '해양과학' 바람맞다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센터 설립 1주년...해양 바이오소재 등 지역특화 연구 집중 
에너지연, 바닷물 염분 차이로 전기 생산…5년 내 20kW 파일롯플랜트 실증 목표
 


 

제주국제공항에서 성산일출봉 방향으로 30여km 떨어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바닷가. 1년 전까지만 해도 세찬 바람만 불었던 허허벌판에 새로운 해양과학의 꿈이 영글고 있다.

제주 바다빛을 닮은 푸른색 통유리들. 가지런히 정렬된 회색 건물들 사이 흰색 실험복을 입은 연구자들이 하나둘씩 오간다. 점심시간 체력단련실에서는 삼삼오오 탁구를 치는 연구원들의 웃음꽃이 새어나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국제해양과학연구·지원센터(이하 해양과기원 제주센터)가 둥지를 튼지 1년만에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막내격으로,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아서인지 열정으로 숨가쁜 분위기다. 지난해 6월 19일 문을 연 이후 1년 만에 연구비는 3배(54억 원)가 뛰었고, 2~3년 내 6~9배로 성장할 태세다. 59명의 연구인력이 총 11개 과제를 위해 다양한 실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추진중인 연구과제 내역을 살펴보면 해양과기원 제주센터가 기존 출연연과 중복성 있는 연구를 피하기 위해 얼마나 연구과제에 골몰했는지 흔적이 엿보인다.

해양과기원 제주센터가 어떤 연구를 펼쳐나가야 하는지 혼자서 고민하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이해관계 부처와의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자체의 법적 지원근거까지도 세세히 살핀 결과, 제주 특별조례 중 다른 지자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항노화산업 육성지원 조례'가 존재했다. 해양과기원 제주센터는 바로 이 조례를 파고들어 노화성 질병 대응 연구가 필요하다는 연구명분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강도형 해양과기원 제주센터 책임연구원은 "노화성 질병 대응연구와 관련해 해양 바이오 소재 연구가 거의 진행된 것이 없었다"며 "미세 남조류를 활용해 소태아혈청(세포 조직배양에서 많이 사용되는 혈청)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소재를 개발하는 등 제주에 특화된 다양한 해양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 랜드마크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센터'.<사진=한국해양과기원 제공>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 랜드마크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센터'.<사진=한국해양과기원 제공>


해양과기원 제주센터 연구동과 이웃해 있는 미세조류 실증 배양장에는 남조류를 배양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실내 온도가 32.6도로 후텁지근하다. 물레방아같은 수차가 돌면서 남조류 배양액을 기계로 원심분리시켜 지속적으로 순환시킨다. 짙은 녹색의 물이 돌고 또 돈다. 21일 동안 배양작업을 통해 기능성 천연물질 원료를 얻어내고, 이 원료를 천연화장품 소재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제품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해양과기원 제주센터는 남조류 연구 뿐만 아니라 최근 홍해삼을 기반으로 고기능성 바이오 제품화 공정 개발을 본격 가동했다. 제주의 청정 해양자원 홍해삼을 중국시장 수출전략 상품으로 자원화할 계획이다. 용암해수를 이용한 해양생물 복합배양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주해양 미생물 효소를 활용한 차세대 기능성 화장품 원료 생산에 관한 연구도 추진 중이다.

특히 해양과기원 제주센터는 기후변화로 인한 제주의 해양환경 변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오는 9월 완공할 계획이다. 일명 제주 트로피카(Jeju tropica)다. 열대환경 재현을 위한 실내 다환경 멀티인큐베이팅 시설로, 제주 바다의 수온상승으로 인해 제주 토착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강문수 해양과기원 제주센터 소장은 "최근 40년동안 해수가 1.3도 증가했으며 그 중에서도 제주의 해양 열대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며 "제주 트로피카는 마이크로네시아 태평양 해양과학기지와 같은 대기환경을 구현하는 시스템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추진될 것이다. 앞으로 최적의 해양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최적화 모델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짠' 바닷물로 전기 생산…"염분차 발전기술, 전세계 선도 노력"

 

바닷물 농도차이로 형광등에서 불빛이 '짠~'.<사진=김요셉 기자>

바닷물 농도차이로 형광등에서 불빛이 '짠~'.<사진=김요셉 기자>

 

해양과기원 제주센터에서 자동차를 타고 해안선을 10분여 달렸을까.
월정리 해수욕장 해안가 카페촌을 지나자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해상과 육지 곳곳에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사이 제주 해양에너지 연구의 메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이하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가 위치해 있다.

에너지연은 제주와 인연을 맺은지 20년이 넘었다. 1995년 제주 월령지역에서 소형 육상풍력 성능시험 평가단지를 시작으로, 2005년 월정지역으로 옮겨 중대형 풍력성능시험평가 및 육상 신재생에너지 실증단지를 구축 운영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2011년 현 김녕지역에 육·해상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원천기술개발 및 통합실증기지 구축을 목적으로 제대로 된 연구센터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는 풍력 중심의 연구 활성화를 추진해 오다가 최근 바닷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염분차 발전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육해상 에너지 융복합 발전 기술개발의 일환이다. 염분차 발전은 바닷물과 강물의 염분 농도 차이(바닷물의 질량비 약 3.5%, 강물 0.05%)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염분차 발전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어떤 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아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 발전기술로 꼽힌다. 또, 에너지원을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과 다르게 시간이나 날씨 조건과 같은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든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미래 인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할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염분차 발전 연구실험실에 들어서니 고무 튜브 속 바닷물이 얽히고 섥힌 각 부품장비들 사이를 비집고 일사천리로 이동한다. 장비를 가동하는 소리가 나자 곧바로 100W 정도의 흰 불빛이 공간을 환하게 비춘다. 염분차로 전기에너지를 실제 발생시키는 모습이다. 

염분차 발전의 실증현장의 바로 옆 실험실에는 해수 전처리용 미생물 전기분해셀 연구실이 함께 이웃해 있다. 바닷물을 염분차 발전에 사용하려면 사전에 처리 과정이 필요한데, 바로 이 연구실이 관련 연구를 하는 곳이다. 

해수 전처리용 미생물 전기분해셀 원천기술을 개발한 남주연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 연구원 설명에 따르면 미생물 전기분해셀은 이온교환막으로 분리된 산화전극부와 환원전극부로 구성돼 있다. 

전기분해셀에 약간의 전기에너지를 가해주면 환원전극부에 수소가스가 생성되고, 이 환원전극부에 바닷물을 주입하면 수소가스 생성 반응에 의해 칼슘과 마그네슘이 제거돼 해수 전처리가 되는 방식이다. 
 
산화전극부에서는 미생물이 전극에 부착해 성장하면서 다양한 오염물질을 처리하고, 전자를 생성하게 된다. 생성된 전자는 전기를 발생시키게 된다. 

 

남주연 연구원은 "해수 전처리용 미생물 전기분해셀은 폐수와 같은 오염물질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며 "해수 전처리 과정 중에 수소가스를 생성할 수 있어 에너지 생산형 해수 전처리 기술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는 최근 역전기투석 방식의 500W급 염분차 발전 스택을 개발해 kW급 모듈로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 연구센터는 앞으로 5년 후 20kW급 염분차 발전 파일롯 플랜트를 실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순철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 소장은 "염분차 발전은 제주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융복합 친환경 에너지시스템"이라며 "2020년 20kW급 염분차 발전 파일롯 플랜트 실현과 더불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염분차 발전기술을 선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해양에너지 연구메카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사진=김요셉 기자>

제주 해양에너지 연구메카 '에너지연 제주연구센터'.<사진=김요셉 기자>


- 원본기사 : http://www.hellodd.com/?md=news&mt=view&pid=58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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