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선진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이 꿋꿋하게 실험활동을 펼치는 전국 방방곡곡의 연구 현장. 그 현장에는 저마다 과학자들의 혼과 정신이 깃들여져 있습니다.
대덕넷은 각 연구소별로 구성원들이 대표적으로 자랑할만한 특별한 연구현장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새로운 특별취재를 시작합니다. 시리즈 명은 '과학특공대'. '과학'현장의 '특'별한 '공'간을 '대'신 소개하는 기획연재물입니다.[편집자의 편지]
아파트 건물 3층 높이의 연구실. 흡수탑과 재생탑이라 불리는 두 개의 커다란 탑을 중심으로 복잡다단한 설계와 이름 모를 장비들이 빼곡하게 얽혀있다.
전 세계 화력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 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포집에 도전장을 내민 'KIERSOL' 연구실. 화력발전소 굴뚝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99% 이상 포집하는 목표를 위해 매일같이 'KIERSOL' 연구실의 형광빛이 환하게 밝혀진다.
대덕넷 과학특공대는 에너지효율화·신재생에너지·기후변화대응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찾았다. 과학특공대는 에너지연의 이산화탄소 포집실,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 CIGS 박막 태양전지 연구실을 차례로 방문했다.
◆ 굴뚝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 99% 포집
이산화탄소 포집 연구실에 들어서니 높이 3m 수준의 거대한 흡수탑·재생탑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 설치될 크기의 1/1000 수준으로 압축한 크기임에도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연구실 이름은 'KIERSOL'. 산업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수용액 흡수제와 공정 전체를 일컫는다.
KIERSOL 공정은 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석유화학 공정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제, 분리막 등으로 포집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압축 후 육상·해양 땅속 등에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한다.
연구실은 흡수탑과 재생탑을 중심으로 부품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공정 방법은 간단하다.
질소·이산화탄소·산소 등 굴뚝으로 배출되는 모든 가스를 흡수탑으로 보내고, 흡수탑에서 수용액과 가스의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가스는 흡수탑 상단부를 통해 굴뚝으로 배출된다.
이산화탄소가 녹아있는 수용액은 다시 재생탑으로 옮겨진다. 스팀을 이용해 수용액으로부터 99% 이상의 고농도 이산화탄소만 분리한다. 고농도 이산화탄소는 다시 80기압으로 압축해 액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포집된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지하 1000m 가량의 대염수층, 폐유전 등에 주입해 보관한다.
산업공정 배출가스 중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수용액은 탄산칼륨을 주 물질로 하는 액상 흡수제다. 연구팀은 수용액 개발 뿐만 아니라 공정 설계를 자체를 수행해 기본설계, 상세설계, 엔지니어링 데이터, 장비 리스트 등 제반 공정 설계 패키지 라이센스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0MW급 이하 국내 중소 규모 상용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에는 독자 설계·조달·시공이 가능한 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국산화된 공정설계 패키지가 없어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제작 시 외국 업체에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 왔지만, 이번 공정 설계 패키지의 구축으로 진정한 국산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윤여일 에너지연 그린에너지공정연구실장은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술 선진국에 우수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융합된 바이오 가스 정제시설을 수출하고, 향후 중국과 동남아 바이오 가스시장도 진출할 예정"이라며 "이산화탄소 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 분야에 폭넓게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폭염에도 서늘'···"주택 에너지 자립 80% 가능"
2017년 한여름. 주부 A씨는 일기예보로부터 폭염 주의보를 전해 듣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냉·난방비 걱정이 많았던 A씨는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해 냉·난방비,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이하 솔라하우스) 외관은 일반 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태양전지판이 건물 곳곳에 부착돼 있다. 자연 에너지를 이용해 기존대비 80% 수준의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자립형 주택이다.
솔라하우스 내부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에너지 절감 기술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까지 에너지 부하를 줄이기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설계됐다.
솔라하우스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액티브(Active) 기술로 구분된다. 패시브 기술은 슈퍼단열기술을 비롯해 자연형 태양열 기술, 배열회수기술 등이다. 액티브 기술은 태양열·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개념 기술이다.
액티브 기술은 태양열 등 외부 에너지를 끌어 쓰는 데 비해 패시브 기술은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지 못하도록 차단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택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주택 내부 열 부하의 손실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 보온병처럼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내부 열을 잘 유지하는 기밀성·단열성 기술이 접목됐다. 벽에는 폴리우레탄보드 같은 30cm 두께의 단열재를 사용했고, 창문과 창문 사이에 진공상태를 유지하는 3중창을 사용한다.
액티브 기술 중 하나인 벽면 일체형 태양열 집열 장치는 주택 외벽에 촘촘하게 부착돼 있다. 열 부하가 많은 겨울철에는 집열이 많이 되고 부하가 적은 여름철에는 집열이 적게 되도록 주택 남측 벽면에 수직으로 설치했다.
외장재 역할과 더불어 지붕에 주로 설치됐던 기존 태양열 집열기가 여름철에 과열되는 현상을 막고 설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태양에너지를 통해 건물 난방 부하를 줄이는 '자연형 태양열 기술'을 비롯해 겨울철 실내 따뜻한 공기와 외부의 찬 공기를 열교환 시켜 예열된 공기가 유입되도록 하는 '환기배열 회수기술', 버려지는 온수로 차가운 물을 예열시켜 공급하는 '온폐수 회수기술' 등이 적용됐다.
현재 전북 고창군에 29채의 제로에너지솔라하우스가 보급돼 있다.
솔라하우스에 이어 과학특공대가 찾은 곳은 'CIGS 박막태양전지' 연구실이다. 에너지 변환효율이 높은 CIGS 박막태양전지가 개발되면서 태양광 발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CIGS 박막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전지 두께의 1/100에 불과하다. 얇은 막 형태의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위에 구리와 인듐, 갈륨, 셀레늄 등을 증착해 만들었다. 유리 대신 금속필름을 기판으로 사용하면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해 휘어지는 태양전지도 구현할 수 있다.
곽지혜 에너지연 태양광연구실 책임연구원은 "CIGS 박막태양전지는 IoT, 무인기, 자동차, 이동형 전원 제품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면적 태양전지 원천기술을 활용한 파일럿급 플렉서블 모듈 구현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과학특공대에 참여한 김희영 독자는 "일반인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는 미래 에너지 기술들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에너지 감축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에너지의 활용·연구·사업 아이디어 도출에 복합적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