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에 한화큐셀이 10년 전인 2013년 준공한 5㎿급 태양광발전소 ‘칼레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전경 [한화그룹 제공] 가끔 초등학교에 에너지 관련 특강을 간다. 탄소중립을 화두로 강의를 시작하는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화석연료의 매장량을 먼저 논하곤 했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면 석유는 수십 년, 석탄은 백 몇 년 만에 다 없어지고 만답니다”라고 하면, 어떤 어린이는 “우리 아빠 어렸을 때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던데요”하고 또 다른 아이는 “셰일가스가 발견돼서 고갈시기가 늦춰 졌잖아요” 하면서 제법 똘똘한 대화들이 오간다. 사용기한은 더 남아 있을지 몰라도 화석연료는 쓸수록 기후위기가 심해진다는 얘기를 그즈음 해 준 후, 유한한 자원은 효율적으로 아껴 쓰면서 햇빛이나 바람처럼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이 있다고 소개하면 어린 학생들은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해 배우기 위해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눈빛을 반짝인다. 어른들은 좀 다르다. 십 여 년 전 꽤 자주 접하던 반응인데, "그렇게 태양광 기술이 좋다면 사우디 같은 나라는 왜 안하겠어요?” 라며 빈정대기 일쑤다. “아직 안한거죠” 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그때의 질문에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금 열렬히 화답 중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경제·산업협력에 기반한 양국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윤대통령 방문에 맞춰 23일 현지 왕립과학기술원(KACST)에서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했다. 양국의 관심과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서 과학기술·비즈니스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바이오, 청정에너지, 우주를 주제로 네 개의 세션이 열렸으며,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 및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우디는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 탈피를 위해 국가 장기 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 핵심사업이 서울 면적 44배 규모의 미래도시를 짓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네옴시티에 세계 최대의 그린수소 생산 및 시장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갖고 있어 수소경제사회를 준비하는 한국이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그 수소는 어디에서 올까. 사우디는 약 12.3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건설된 300메가와트(MW) 규모의 사카카(Sakaka) 태양광 발전소를 2021년 4월 개소했는데, 사우디가 에너지원 다각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총 3.67기가와트(GW) 규모 7개 태양광 프로젝트의 일부다. 지난 8일에는 중동 재생에너지기업 마스다르와 프랑스 전력공사 등으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 1.1GW 규모의 알헤나키야(Al Henakiyah)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에너지 공급의 51%를 가스, 49%를 석유에서 얻었는데, 59MW에 불과했던 태양광 설치용량을 2021년 389MW, 2022년 390MW로 늘렸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연간 5~7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에도 기회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달 말 사우디 친환경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관광 도시 아말라에 248MW의 태양광 발전을 공급한다.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의 청정에너지 세션에서는 양국이 공동협력하여 개발할 두 가지 기술을 우선 도출했다. 수소 전주기 기술과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 그것이다. 윤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사우디는 태양광 등 천혜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석유 강국에서 재생에너지 강국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 태양광 패널기술, 초저온 재료 저장기술 등에 우수한 에너지 개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션 좌장으로 참석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창근 원장도 “한국의 태양광 첨단기술로 무탄소 전기를 만들고 네옴시티 등 메가프로젝트 시범화를 통해 최저가 그린수소 생산을 입증하면, 미래 청정에너지 기술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보유한 건 태양광 자연 자원만이 아니다.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세대 기술개발도 활발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태양전지 변환효율을 자랑한다. 지난 6월 사우디 왕립과학기술대학이 달성한 탠덤 태양전지 변환효율 33.7%는, 1cm2 소면적 소자이긴 하나 독일 베를린 헬름홀츠연구소가 보유한 32.5%를 갱신한 것이다. 중국의 시장 독점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는 바야흐로 차세대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기술개발 무한경쟁을 넘어 전쟁 중이다. 세계 수준의 공정기술을 확보 중인 한국은, 한화솔루션이 웨이퍼 크기(16.2×16.2 cm2) 태양전지로 초기효율 26% 이상을 달성하고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탠덤 태양전지 파일럿 라인 구축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도 꾸준히 노력해 온 덕이나, 소수기업의 고군분투만으로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셀·모듈 초격차 기술 및 산업 공급망 확보가 가능한 국내 산업생태계 조성이 전략적 국제협력과 더불어 필요하다. 막대한 중요성과 기여도에 합당한, 태양광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기사원문링크 :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112000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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