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기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획기사

[헤럴드경제] 산유국도 태양광에 주목한다

  • 작성일 2023.11.20
  • 조회수 137246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에 한화큐셀이 10년 전인 2013년 준공한 5㎿급 태양광발전소 ‘칼레루아 재생에너지 파크’ 전경 [한화그룹 제공]


가끔 초등학교에 에너지 관련 특강을 간다. 탄소중립을 화두로 강의를 시작하는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화석연료의 매장량을 먼저 논하곤 했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낭비하면 석유는 수십 년, 석탄은 백 몇 년 만에 다 없어지고 만답니다”라고 하면, 어떤 어린이는 “우리 아빠 어렸을 때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던데요”하고 또 다른 아이는 “셰일가스가 발견돼서 고갈시기가 늦춰 졌잖아요” 하면서 제법 똘똘한 대화들이 오간다. 사용기한은 더 남아 있을지 몰라도 화석연료는 쓸수록 기후위기가 심해진다는 얘기를 그즈음 해 준 후, 유한한 자원은 효율적으로 아껴 쓰면서 햇빛이나 바람처럼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이 있다고 소개하면 어린 학생들은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해 배우기 위해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눈빛을 반짝인다.


어른들은 좀 다르다. 십 여 년 전 꽤 자주 접하던 반응인데, "그렇게 태양광 기술이 좋다면 사우디 같은 나라는 왜 안하겠어요?” 라며 빈정대기 일쑤다. “아직 안한거죠” 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그때의 질문에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금 열렬히 화답 중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경제·산업협력에 기반한 양국 발전 방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윤대통령 방문에 맞춰 23일 현지 왕립과학기술원(KACST)에서 ‘한-사우디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을 개최했다. 양국의 관심과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서 과학기술·비즈니스 연대·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디지털, 바이오, 청정에너지, 우주를 주제로 네 개의 세션이 열렸으며,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 및 재생에너지 기술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사우디는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 탈피를 위해 국가 장기 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그 핵심사업이 서울 면적 44배 규모의 미래도시를 짓는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네옴시티에 세계 최대의 그린수소 생산 및 시장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갖고 있어 수소경제사회를 준비하는 한국이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그 수소는 어디에서 올까. 사우디는 약 12.3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건설된 300메가와트(MW) 규모의 사카카(Sakaka) 태양광 발전소를 2021년 4월 개소했는데, 사우디가 에너지원 다각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총 3.67기가와트(GW) 규모 7개 태양광 프로젝트의 일부다. 지난 8일에는 중동 재생에너지기업 마스다르와 프랑스 전력공사 등으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 1.1GW 규모의 알헤나키야(Al Henakiyah)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사우디는 2020년 에너지 공급의 51%를 가스, 49%를 석유에서 얻었는데, 59MW에 불과했던 태양광 설치용량을 2021년 389MW, 2022년 390MW로 늘렸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연간 5~7G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에도 기회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달 말 사우디 친환경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는데, 관광 도시 아말라에 248MW의 태양광 발전을 공급한다.


미래기술 파트너십 포럼의 청정에너지 세션에서는 양국이 공동협력하여 개발할 두 가지 기술을 우선 도출했다. 수소 전주기 기술과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 그것이다. 윤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사우디는 태양광 등 천혜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석유 강국에서 재생에너지 강국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국은 반도체, 태양광 패널기술, 초저온 재료 저장기술 등에 우수한 에너지 개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션 좌장으로 참석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창근 원장도 “한국의 태양광 첨단기술로 무탄소 전기를 만들고 네옴시티 등 메가프로젝트 시범화를 통해 최저가 그린수소 생산을 입증하면, 미래 청정에너지 기술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가 보유한 건 태양광 자연 자원만이 아니다.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하는 차세대 기술개발도 활발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태양전지 변환효율을 자랑한다. 지난 6월 사우디 왕립과학기술대학이 달성한 탠덤 태양전지 변환효율 33.7%는, 1cm2 소면적 소자이긴 하나 독일 베를린 헬름홀츠연구소가 보유한 32.5%를 갱신한 것이다. 중국의 시장 독점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는 바야흐로 차세대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기술개발 무한경쟁을 넘어 전쟁 중이다. 세계 수준의 공정기술을 확보 중인 한국은, 한화솔루션이 웨이퍼 크기(16.2×16.2 cm2) 태양전지로 초기효율 26% 이상을 달성하고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탠덤 태양전지 파일럿 라인 구축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의 척박한 환경에도 꾸준히 노력해 온 덕이나, 소수기업의 고군분투만으로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셀·모듈 초격차 기술 및 산업 공급망 확보가 가능한 국내 산업생태계 조성이 전략적 국제협력과 더불어 필요하다. 막대한 중요성과 기여도에 합당한, 태양광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기사원문링크 :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1120000428

프린트 돌아가기

페이지 1/14

전체 269건의 게시물이 조회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2024.12.03 977
2024.10.22 58,005
2024.09.20 99,124
2024.08.30 126,490
2024.08.21 137,595
2024.06.17 223,047
2024.04.29 233,701
2024.03.25 239,641
2024.03.04 240,744
2024.02.27 237,214
2024.02.19 162,726
2024.01.25 132,242
2024.01.08 108,490
2023.12.05 126,015
2023.11.20 137,247
2023.10.16 172,821
2023.08.30 201,105
2023.07.24 228,559
2023.07.17 190,429
2023.07.13 176,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