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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동시에 잡는다

  • 작성일 2019.07.08
  • 조회수 6975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동시에 잡는다 국내 CCS 기술 최초, 녹색 기술인증 받은 KIERSOL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걱정거리는 당장 벌어먹고 사는 문제였습니다.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는 너무 먼 이야기였고, 환경보호는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라는 어두운 터널을 함께 통과 중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도모 하고 있습니다.
  • 그 중 하나가 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생산 시설, 석유 화학공장 등 화석 에너지 다소비 플랜트에 의해 대량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특히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경우, 지금 당장 이를 대체할 뾰족한 수단이 없어 고민은 더 깊어만 갑니다.

이산화탄소를 잡아서 기후변화를 막아라

다행히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공장 굴뚝으로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서 저장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빌게이츠가 올해의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뽑았을 만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죠.

현재 많은 선진국이 국가 주도로 우수한 CCS 기술, 특히 전체 CCS 기술 비용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포집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특히 일본 ‘미츠비시 중공업’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여일 연구원도 그 중 하나였죠. 하지만 기술 개발을 시작했던 2006년 당시엔 CCS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 비커로 테스트해 보던 게 연구의 시작이었으니까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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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배출원
    • 석탄화력발전소
    • 제철소
    • 시멘트공장
    • 석유화학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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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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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착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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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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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 외약품
    • 지중 저장
    • EOR, ECBMR

대한민국 이산화탄소 포집 대표기술 ‘KIERSOL’

다소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된 연구는 6년이 지난 2012년, 세상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이산화탄소 포집용 액상 흡수제 및 공정 ‘KIERSOL’이란 브랜드를 내걸고요. 얼핏 보면 그냥 물 같아 보이는 이 액상 흡수제는 신기하게도 연소배가스를 구성하고 있는 질소, 이산화탄소, 산소 등이 굴뚝으로 빠져나가기 전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잡아낸다고 합니다. 크게 가스 냉각, 흡수, 재생 과정을 거쳐서 말이죠.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연소배가스가 화력 발전소 굴뚝으로 빠져나갈 때 온도는 보통 80도 이상인데요. 이를 냉각탑에서 40도로 낮춘 뒤, 곧바로 흡수탑으로 보내 액상 흡수제와 반응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가스는 흡수탑 상단부를 통해 대기로 배출되고요. 이산화탄소만 잡은 흡수제를 재생탑으로 보내 130도, 2.5기압의 포화 수증기로 끓이면 이산화탄소만 99.9% 이상 분리됩니다. 또 재생된 흡수제는 다시 흡수탑으로 보내지죠. 흡수제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 아닌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하여, 이 과정을 경제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기술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소, 흡수탑, 액상흡수제, 재생탑, 이산화탄소
  • 냉각

    연소배가스 40도로 냉각해
    흡수탑으로 전달 

  • 흡수탑
    • 액상 흡수제로 이산화탄소만 포집
    • 이산화탄소 제거된 가스는 굴뚝으로 배출
  • 재생탑
    • 액상흡수제에서 이산화탄소 분리
    • 재생된 흡수제 다시 흡수탑으로 전달

7년 전 계획,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어

KIERSOL은 2012년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사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브랜드 ‘KS시리즈’보다 흡수제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를 20% 낮춰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더불어 이를 현대기아차에 기술이전하며 “KIERSOL은 이제 겨우 기술이전이라는 첫 단추를 맨 상황입니다, 앞으로 상용화 되는 2020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라고 윤여일 연구원은 포부를 밝혔었습니다. 아마 서른 중반의 패기 넘치는 연구원이 큰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액상 흡수제라는 ‘소재’를 개발하는 것만으로 상용화를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 01
    신소재 개발 단계
  • 02
    소형 공정 평가 단계
  • 03
    최적화 단계
  • 04
    파일럿 공정 설계 단계
  • 05
    기술 이전 단계

기술 상용화는 소재뿐만 아니라 공정까지 시스템화한 뒤 생산 시설에 바로 적용하여 가동함으로써 기업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액상 흡수제는 물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공정 검증을 해야 하죠. 이러한 시스템화 장벽 때문에 잠깐 홍보의 빛만 발하고는 상용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진 기술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KIERSOL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윤여일 연구원팀은 처음 KIERSOL을 내놓은 이후, 독자적으로 공정 설계를 수행해 기본 설계, 상세 설계, 엔지니어링 데이터, 운전 매뉴얼 등 현장에 당장 적용해도 좋을 정도의 ‘이산화탄소 포집 설계 패키지’를 구축해냈습니다.

녹색 기술인증,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동시에 잡는다

2012년 이후 KIERSOL 기술은 두 개 업체에 추가로 기술이전 되었습니다. 하나는 바이오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용도로, 다른 하나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합성가스 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한 흡수 공정 운영 업체에 이전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시멘트 생산시설에 KIERSOL을 적용해 이산화탄소를 잡는 테스트도 진행 중인데요. 이 과정 중 기쁜 소식이 전해져왔습니다. KIERSOL이 국내 CCS 기술 분야 최초로 녹색 기술인증을 받은 것이죠.

이산화탄소 포집 설계 패키지 KIERSOL

KIERSOL™ CO2 CAPTURE PROCESS DESIGN PACKAGE

녹색 기술인증은 정부에서 유망한 녹색기술과 사업을 인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주로 기업이 많이 신청하는 편입니다. 윤여일 연구원팀이 녹색 기술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KIERSOL이 기술의 우수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춰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쁜 소식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시멘트 생산시설에 KIERSOL을 적용하던 중, 미세먼지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냈는데요. 먼지 많은 날 물을 뿌리면 먼지가 가라앉듯이, 연소배가스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PM 10 미세먼지와 PM 2.5의 전구체인 SOx/NOx도 함께 잡은 것이죠. 미세먼지 배출을 막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도 포집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술인 셈입니다. 이를 석탄 화력 발전소에만 적용해도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의 14.8%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연구팀의 세 가지 소원

윤여일 연구원팀은 2030년 안에 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석유화학과 같은 대규모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원 현장에 KIERSOL을 설치하여 완전 상용화를 하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수출한 한국형 원자로처럼 외국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하고 싶어 하고요. 세 번째 꿈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경제적으로 수소를 만드는 기술까지 확보, 원유 중심의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꿈은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현재 미국 타렌(Talen) 에너지, 몬타나 주립대와 협력해 CCS 기술을 개발 중인데요. 미국 몬타나주는 미국 에너지의 약 24%를 공급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은 곳입니다. 윤여일 연구원팀이 KIERSOL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미국 연구팀은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죠. 이를 위해 2017년부터 국가 과제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올해 7월, 우리나라 삼천포 발전소에 KIERSOL 공정을 설치하고 테스트 한 뒤, 공정을 레고 블럭처럼 그대로 떼어내 미국 콜스트립 화력발전소로 가져갈 예정인데요. 미국 현지에서의 테스트 후, 한미 합작품인 CCS 기술을 개도국에 수출하여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감축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KIERSOL 공정, 한국에서 미국까지 어떻게 옮길까?

전세계 모두가 맑은 공기를 누릴 때까지

  •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완전 상용화
  •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수소 생산
맑은 공기를 위해 무려 16년 넘게 기술을 발전시켜 온 윤여일 연구원팀

충북 단양에 가면 하루에 이산화탄소를 10톤가량 포집하는 규모의 KIERSOL 공정을 견학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있던 4미터 높이의 자그마한 공정은 이제 그 몇 배로 규모가 커져 대형 공정이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 간 얼마나 피, 땀, 눈물을 쏟아냈을까요.

  • 2012년 대전 연구원 KIERSOL 공정
    2012년 대전 연구원 KIERSOL 공정
  • 2018년 충북 단양의 KIERSOL 공정
    2018년 충북 단양의 KIERSOL 공정

그 동안 일이 곧 삶이었던 노력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연구팀은 올해부터 미국 기업 리카본과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 또한 시작했습니다. 윤여일 연구팀의 세 가지 소원 중 마지막 소원이 이제 막 시작된 거죠. 미국 리카본사는 캔솔브(Cansolv)라는 다국적대기업 Shell사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사용하여 공급받은 이산화탄소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지만, 충북 단양의 KIERSOL 공정을 견학하고 난 뒤 결국 우리나라의 손을 잡았다고 하네요.연구팀의 세 가지 소원이 모두 이루어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맑은 공기, 안전한 지구 환경, 무한 수소 에너지를 누릴 수 있기를. 이것이 아마도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의 또 다른 소원이 되지않을까요.

윤여일 연구원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KIERSOL’ 개발을 주도하며, 2030년 대한민국 온실가스 37%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선정한 2025년 대한민국을 이끌 100대 기술과 주역에 이름을 올렸고요. 2016년에는 KIERSOL이 세계 혁신 기술들이 거래되는 ‘USA TechConnect World Innovation 2016’에서 상위 15% 이내 기술에 선정되어 ‘Global Innovation Award’을 수상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 어떤 어려운 고비를 맞더라도 절대 절망하지 않고 열정적인 팀원들과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하고자 합니다.

Q연구성과, 이렇게 나왔다

기술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과학기술적 자질이 중요하지만, 기술수준이 올라가며 상용화에 근접해갈수록 경영학이 필요합니다. 연구 규모가 커지며 다른 동료들, 기업들과 함께 일을 할 수 밖에 없으며, 타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할수록 경영학의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다행히 연구원에서 경영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 6개월 동안 KAIST 중간관리자 경영학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술경영에 대한 이론을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이를 연구개발 과정에 잘 융합했던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Q미래 에너지기술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세 가지 덕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열정입니다. 시작을 한다면 끝을 보겠다는 마음입니다. 둘째는 바른 목표입니다. 연구개발을 하면서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방향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초보시절엔 이를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 분야에서 성공한 분들, 특히 기술이전의 경험이 있거나 대가라고 칭송받는 진솔한 선배들을 멘토 삼아 연구자로서 목표를 정해간다면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에 도달해 있을 겁니다. 셋째는 사람입니다. 세상에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거나 작은 것을 과장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과 평생 파트너로 함께 한다면 원하는 일을 더 빠르게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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