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앞당기는 '복합막 형태의 팔라듐 분리막 기반 수소 생산·정제 핵심 기술'
안정적인 수소 생산과 활용을 위한 고민그래서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 이렇게 전 세계에서 수소를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손꼽기 훨씬 전부터 말이죠. 수전해기술, 메탄 수증기 변환기술, 분리막 등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아쉽게도 기존 방식들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석유화학 부산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 가장 싸게 수소를 만드는 방법이지만 원료가 한정되고, 지역별 편차가 심합니다. 현재 석유화학 부산물 추출방법 다음으로 저렴하게 수소를 만드는 방법이 바로 천연가스(메탄) 수증기 변환기술인데요. 세계 수소시장의 48%를 담당하고 있는 천연가스(메탄) 수증기 변환기술의 경우, 700~900℃ 고온을 유지해야 하는 건 물론 분리·정제 공정을 따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죠. 그리고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 중에 이산화탄소까지 대량 방출해, ‘친환경’이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천연가스(메탄) 수증기 변환기술 단점 해결이때 많은 연구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팔라듐 분리막’입니다. 최근 에너지와 환경 촉매로써 그 가치가 높아져 백금보다 비싸졌을 정도로 ‘대세’인 귀금속인데요. 팔라듐은 수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능력이 워낙 탁월해, 일찍이 1860년대부터 ‘일당백’으로 통할만큼 유명한 소재입니다.
천연가스(메탄) 수증기 변환방식의 수소 생산 공정에 팔라듐계 분리막을 사용할 경우, 500~550℃의 낮은 온도만 유지해도 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레 고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도 억제할 수 있죠. 또 반응과 동시에 수소정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제 공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소규모 시스템과 효율적인 비용으로 충분히 고순도 수소를 얻을 수 있답니다. 팔라듐, 더 얇게 더 균일하게 코팅하는 것이 핵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 이신근 연구원은 2013년부터 이 팔라듐 분리막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시작은 포일형태의 분리막이었는데, 10~20㎛ 이하의 두께로 제작할 수가 없어 높은 단가와 낮은 수소투과도라는 단점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표면적이 넓은 튜브형 지지체 위에 아주 얇게 팔라듐을 코팅하는, 이른바 ‘복합막 기술’에 눈을 뜬 거죠. 복합막은 두께의 한계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고, 기존 공정에 적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 중인 분야거든요. 그런데 지난 8월, 우리가 해냈습니다. 에너지소재연구실 이신근 연구원 팀이 팔라듐 분리막 코팅 공정의 핵심인 ‘무전해도금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겁니다. 실제로 네덜란드 ECN, 중국 대련과학물리연구소, 미국 Colorado School of Mine 등에서 국내보다 훨씬 먼저 복합막 분리막 기술을 다루기 시작했는데요. 중요한 건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연구기관이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통괘한 역전의 명수가 또 어디 있을까요? 그만큼 미세구멍 없이 얇고 균일하게 팔라듐을 코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핵심기술인지 느껴집니다. 필라듐 분리막의 구조수소경제 앞당길 수 있는 고순도 수소기존 무전해도금방식으로는 팔라듐 사용율이 80%를 넘지 못해 아깝게 버려진 팔라듐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요. 이젠 99.5% 이상의 팔라듐을 한번에 사용할 수 있어 수고와 비용을 한층 아낄 수 있게 됐고요. 기존 포일형태의 분리막보다 무려 3~5배나 얇은 5㎛ 이하의 두께로 팔라듐을 코팅해도 고순도 수소 정제가 가능해졌답니다. 또 금속지지체를 사용하는 복합막 핵심기술 중 하나가 바로 세라믹을 매우 얇게 코팅하는 건데요. ‘블로윙코팅기술’이라는 원통형 금속 표면에 세라믹을 얇게 코팅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국내 특허등록까지 마쳤습니다. 원통형 금속 표면에 머리카락 1/1000 두께보다 얇은 세라믹 막을 깔끔하게 코팅해내는 이 기술 덕분에 안정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죠. 독자적인 국내 신기술의 상용화에 한발짝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직경 1인치, 길이 45㎝의 팔라듐 분리막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 분리막을 적용해 고순도 수소를 뽑아내는 수소정제기도 개발해냈습니다. 분리막 전문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멤브레인 사이언스’지에 이 내용이 게재되면서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죠. 기쁜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연구 개발에 있어 ‘실제 양산이 가능한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는 이신근 연구원의 말처럼, 연구팀은 최근 팔라듐 분리막 제조관련 기술을 ㈜금강CNT에 이전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 수소정제기를 제작해 이미 판매까지 성공했는데요. 독자적인 국내 신기술의 상용화, 그렇게 멀지는 않아 보입니다. 에너지효율소재연구본부 에너지소재연구실에서 팔라듐 분리막 연구를 주도하며 ‘무전해도금법’과 ‘블로윙코팅기술’을 개발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개질기, Non-CO2 가스 처리, Redox flow battery 전해액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팔라듐 분리막 성능 향상과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에너지소재연구에 있어 “비싸더라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가 있고, 무조건 저렴하게 만들어야 하는 에너지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특정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기술 개발과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Q연구성과, 이렇게 나왔다
초창기 분리막은 워낙 불완전해서 벗겨지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도금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생각한 만큼 치밀한 막이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때마다 저는 “내가 이긴다, 나는 이길 때까지 할거니까”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팀원들에게도 항상 말했어요. ‘이길 때까지 하자’고. 불안하고 답답할 때마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끊임없이 확신했기 때문에 그 많던 시행착오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구상에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극지방에도, 사막에서도 인간은 적응하고 살아가니까요. 연구원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어느 순간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 고등학교는 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에선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솔직히 수학과 과학이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하지만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면 누구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고 계속 도전해왔습니다. ‘지구상에 제가 적응 못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여러분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