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기반의 노후 건축물 에너지 성능 진단 플랫폼 개발
현장의 경험이 연구로 이어지기까지그 때부터였습니다. 정학근 책임연구원이 본인이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들을 활용해 노후 주택을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싶어졌던 것은요. 당시만 해도 노후 주택을 개·보수 할 때,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벽체를 직접 뚫어 보거나 예상 취약지점마다 고가의 개별장비를 사용해 벽체나 창호의 단열상태, 외풍의 실내 유입정도 등을 부분적으로 살펴야 했죠. 신축 건물의 경우 도면을 바탕으로 에너지성능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노후 건축물의 경우 에너지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도면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학근 책임연구원은 간편하게 에너지 성능을 진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건물에너지 연구 담당자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바로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분석 및 향상기술 연구를 담당하고 있던 김종훈 책임연구원이었습니다. 두 연구원은 노후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일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했다고 해요. 할머니 같이 낙후된 환경에 살고계신 분들을 위해서, 그리고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 부문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말이죠. 그렇게 2014년부터 노후 주택의 에너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건물 부문 에너지효율 관리 필요
노후 주택도 간편하게 에너지 성능을 진단할 수 없을까?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에너지 성능 진단5년 동안의 연구 끝에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에너지효율을 진단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개발되었습니다. 노후 주택의 벽체나 창호 내외부에 공기의 온·습도, 벽체 및 유리의 표면온도, 실내공기질 등을 측정하는 장비를 붙여두면 앱을 통해 에너지 취약지점, 에너지 이용현황 및 비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볼까요? 우선 노후 주택의 동서남북 벽체에 측정 장비를 붙여둡니다. 벽체의 열손실데이터는 바로 모니터링 장비로 보내지고요. 이 데이터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에너지 스코프’ 앱에 쌓이게 됩니다. 그 후 ‘에코 하우스 플러스’ 앱은 가장 열손실이 큰 지점을 한 눈에 보여주는 동시에 단열재 보강 등의 시공방법을 추천해줍니다. 또한 단열재 시공을 했을 경우 에너지 사용량과 에너지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도 수치화하여 보여주죠
서울시 노후 주택 진단과 보수에 활용
이번에 개발된 진단 플랫폼은 작년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현장에 투입되어 활용되었습니다. 서울 서계지역 열아홉 가구의 에너지 성능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여덟 가구의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600만 가구 이상이 노후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이 중 에너지취약계층인 3만 가구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매년 진행 중인데요. 정학근 책임연구원과 김종훈 책임연구원은 이번 플랫폼을 개발하는 동안, 현장에 직접 다니며 기술의 성능을 확인하고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 플랫폼은 앞으로도 에너지 절감이 시급한 취약계층의 주택 개·보수에 지속적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에너지 취약계층 넘어 보편적으로 적용되길사는 집이 낡거나 이사를 갈 경우, 우리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집을 리모델링합니다. 특히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리모델링에 쓰는 돈도 점점 커지고 있죠. 정학근 책임연구원은 겉모습을 깔끔하게 리모델링하는 것도 좋지만 에너지효율도 함께 리모델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에너지 성능 진단 플랫폼 활용
이번 진단 기기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오래된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도 적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밑 빠진 항아리를 막는 두꺼비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에너지효율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두 연구원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이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월급을 200만원 받는 사람, 1000만원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둘 모두 돈을 모으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럼 누가 돈을 모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끼는 사람이 모으죠.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 공급량을 늘려도 사용자가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소용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디에서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어디가 제일 열악한지 계속해서 탐색하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밑 빠진 항아리의 밑을 막는 두꺼비, 그게 저희 역할이죠.” 이번 에너지 성능 진단 플랫폼을 개발한 에너지 ICT·ESS연구실은 크게 ICT 연구그룹, 건물 에너지 연구그룹, ESS 연구그룹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정학근 책임연구원은 주로 에너지와 ICT를 결합한 연구를 진행하고요. 김종훈 책임연구원은 건물에너지 분야를 연구합니다. 대표 연구로는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 연구, 건물 에너지의 수요관리를 위한 진단 및 최적화 연구, 빅데이터 기반의 에너지 절감 솔루션 연구, 에너지저장기술 개발 등이 있는데요. 건축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물리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업무 과정에서 더 시너지가 난다고 해요.
Q연구성과, 이렇게 나왔다
저희 연구실은 현재 국가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축 건물의 경우, 효율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예측하기 위해 에너지 성능 해석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건물 도면을 바탕으로 평면정보, 단열정보, 기기설비의 용량 및 효율 등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해당 건물이 1년 동안 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에서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쓰는지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단위면적당 에너지 소요량에 따른 결과를 도출하고 이 양에 따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알 수 있죠. 이처럼 신축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을 평가하고, 관련 로직을 개발했던 경험, 실제 저소득층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 현장에 참여해서 느낀 사회적 동기가 합쳐져 이번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부 시절 건축공학을 전공하였고, 박사과정 때는 실내공기질 분야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실내공기질의 수준을 정량화하고,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주는 각종 화학물질들을 제거할 수 있는 환기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였죠. 그런데 환기기술 관련 연구를 하다보니 결국에는 에너지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한 환기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환기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동기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하게 되었고, 입사 후에는 건물 에너지효율 진단시스템 개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인증 등 다양한 업무를 하며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저같이 건축공학을 비롯해 생물, 화학, 물리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있을 텐데요. 에너지는 모든 학문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에너지기술 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