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레볼루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상상속 에너지 웹툰공간

안전하고 오래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 작성일 2018.05.29
  • 조회수 9256

안전하고 오래가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리튬이온전지용 산화규소(SiOx) 나노분말 제조 기술 개발

  • 프랑스 파리의 여성들 사이에서 전기차가 큰 인기입니다.
    특히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마담 차’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전역에서는 3만 여대 이상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요.
    얼마 전 출시된 전기차 ‘콜롬비아 런어바웃’은
    미국 베스트셀러 자동차가 되었습니다.

  • 그런데 이 모든 일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일까요? 아니면 곧 다가올 미래에 일어날 일일까요?
    둘 모두 아닙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120년도 전에 벌어졌던 일들이죠.
    차세대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차는 사실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나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하지만 값싼 동력원을 확보한 가솔린 자동차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테슬라 폭발 사고의 원인?

영영 사라지고 말 줄 알았던 전기차의 부활을 알린 건 테슬라였습니다. 테슬라는 2015년 전기차 모델 S를 발표하며 전기차 대박의 신화를 써나가기 시작했죠. 이 후 BMW, 벤츠, 아우디 같은 독일 전통 브랜드 업체부터 포르쉐, 재규어 같은 슈퍼카 브랜드까지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을 정도로 테슬라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테슬라 모델 X가 충돌사고 직후 폭발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장보윤 박사는 전기차의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사고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리튬이온배터리 저장 용량을 무리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배터리에 많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극 물질, 즉 전극 소재를 넣어야 합니다. 전극 소재의 양이 전기 충전량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처럼 한정된 크기 내에 많은 전극 소재를 넣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배터리의 다른 구성요소의 희생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겨나는데요. 이로 인해 안전의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계속 충전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
  1. 전기가 들어오면

    이곳에서 충전과 방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

  2. 장점

    무게가 가볍다, 에너지 밀도가 크다,
    전압 세기가 크다

  3. 적용처

    스마트폰, 노트북,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될 때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배터리 셀을 수백~수천개 결합해 제작

제품별 배터리 셀 수 비교
  • 휴대전화

    01

  • 노트북

    07

  • 하이브리드차

    400

  • 순수전기차

    7000

리튬이온배터리를 잡아라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전자가 두 개의 전극 소재인 양극와 음극 사이를 왕복하며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양극은 주로 리튬과 코발트·망간 등을 섞어서, 음극은 흑연으로 만들죠. 즉, 코발트나 흑연 같은 물질이 전극 소재입니다.

만약 전극 소재를 조금만 넣어도 에너지 저장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테슬라와 같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짧은 주행거리와 비싼 가격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죠. 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극 물질의 경우, 에너지 저장 용량을 확장하는 데 한계에 이른 상황입니다.

    • 전기 사용
    • 1회 충전시 평균 200km 운행
    • 급속충전 시 약 30분 소요
    • 연간 1.5만km 주행했을 때 24~29만원
    • 국내 급속 충전 인프라 부족
    • 공해가 발생되지 않음
    • 일반자동차에 비해 차량 가격이 비쌈
    • 소음이 없고 조용함
    • 휘발유/경유 사용
    • 1회 주유 시 평균 300km 이상 운행
    • 주유 시 5분 이내 소요
    • 연간 1.5만km 주행했을 때 195~244만원
    • 국내 주요 인프라 풍부
    • 배기가스 발생
    • 전기자동차에 비해 차량 가격이 쌈
    • 엔진이 작동하는 데 큰 소리가 남
새로운 전극 소재가 필요한 시점

결국 전기차 가격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가격을 절감하고, 에너지 용량을 상승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소재의 개발이 꼭 필요한 시점인데요. 이에 장보윤 박사 연구팀은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리튬이온전지 음극물질인 산화규소(SiOx) 나노분말 제조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산화규소 나노분말에는 리튬과의 반응성이 높은 실리콘이 포함돼있어, 현재 주로 사용하고 있는 흑연 음극재에 비해 배터리 에너지 용량을 4배가량 높일 수 있는데요. 이 물질을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면, 한번 충전으로 500km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처럼 획기적인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기술은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장보윤 박사는 원래 태양전지용 실리콘 소재를 연구했었는데요. 실리콘은 모래의 주성분으로, 내구성이 뛰어 나고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의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폴리실리콘

    모래에서 뽑아낸
    태양광 기초소재

  • 잉곳

    폴리실리콘을 녹여
    기둥형태로 만듦

  • 웨이퍼

    잉곳을 얇은 슬라이스
    형태로 자름

  • 태양전지

    웨이퍼를 삽입해
    솔라셀 생산

하지만 실리콘을 녹여 순수한 결정형태로 얻기 위해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제조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죠. 이에 그는 실리콘을 전기로 녹일 수 있는 유도용융장치를 이용해 제조가격을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기술

이 과정에서 장보윤 박사는 녹인 실리콘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소량의 산소를 공급했는데요. 갑자기 예상치 못한 분말들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분말이 안 나오는 공정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연구를 진행할수록 그 양은 오히려 증가했죠. 이에 그는 발상을 전환해 이 분말이 무엇인지 확인해보았다고 합니다.

확인 결과, 그 분말은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로 사용되는 산화규소(SiOx)였습니다. 그것이 장보윤 박사와 산화규소 나노분말의 첫 만남이었는데요. 이 후 장보윤 박사는 본격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새로운 음극 소재인 산화규소(SiOx) 나노분말 제조기술을 개발해나갔습니다.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 과정

  • 산화규소 나노분말
    제조 장치

  • 장치에 원료
    (금속급 실리콘) 투입

  • 원료 용융(약 1400도)

  • 산화가스 투입 후
    분말 생성

  • 산화규소 나노분말
    포집 및 제조

생산단가 절감으로 기술이전 체결

특히, 장보윤 박사 연구팀은 전기차 상용화의 큰 걸림돌이었던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규소(SiOx) 나노분말 제조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었습니다. 규소는 상압 조건에서 산화 반응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 합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제조가격도 비싼 편인데요. 이번에 개발한 제조 기술은 합성반응영역을 진공 상태와 흡사하게 만들어 상압 조건에서도 합성할 수 있게끔 설계됐습니다. 또 제조 시 킬로그램 당 2~3달러 정도의 저가 규소원료만을 사용함으로써 유일하게 상용화된 일본 제품 대비 30~50%의 생산단가 절감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배터리 저장 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생산단가까지 절감한 이번 기술은 2017년 11월, 국내 중소기업에 기술이전 되었는데요. 장보윤 박사 연구팀과 이전받은 기업은 함께 제품생산 및 판매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2019년 1월부터 제품을 양산화해 테슬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및 리튬이온전지 생산업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패러다임의 교체를 위해
  • 전기차 500km 주행거리 확보 가능성
  • 전기차 가격 저하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자 하는 장보윤 박사 연구팀

현재 400km이상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는 아직 일반인들이 타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또한, 배터리 소재의 변환 없이 기존 소재를 활용했을 경우 안전 등의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 있죠. 따라서 전기차가 대세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장보윤 박사의 생각입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2025년이 그 전환기라는 이야기도 있죠.

내연기관 자동차의 패러다임은 지난 100년 이상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패러다임은 속성 상 그 패러다임을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하죠. 패러다임의 교체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과학기술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그 교체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탈 것에 대한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고, 크게는 세계 에너지 산업의 형태를 바꾸며, 깨끗한 공기까지 우리에게 선물하는 전기차의 대중화. 이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장보윤 박사는?

대학에서 재료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나 IMF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박사과정을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장학금을 주는 기업에 입사하고, IT 벤처회사를 설립해 개발자로 일하는 등 경제적 활동과 박사학위 과정을 병행해야만 했습니다. 그 후 2006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입사하여 10년 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재미있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IT 개발자로 일했던 경험이 연구에도 반영되어 실험이 잘 되었을 경우와 잘 되지 않았을 경우 모두 대비하는데요. 덕분에, 이번 연구 성과처럼 실패로 보였던 연구가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Q연구성과, 이렇게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 전극 소재는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안전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배터리의 전극은 크게 양극과 음극으로 나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양극 소재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개발한 음극 소재는 본격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의 신에츠(Shin-etu)사가 유일하게 산화규소 나노분말을 휴대폰 배터리에 적용한 사례를 가지고 있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가 개발한 산화규소 나노분말은 기존 일본 제품 대비 제조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었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개발하는 기술이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 덕분에 기술이전까지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Q미래 에너지기술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선은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저는 국내에서 학위를 했으며, 해외 경력이 전무했었습니다. 그 당시, 국내 박사학위자로 출연연 연구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단 말을 듣곤 했었죠. 하지만 비록 돌아가는 경우는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일반회사 근무와 벤처경영으로 3년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여 배운 것들은 현재까지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과학과 수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공부하라는 점입니다. 왜 모든 교과서 과학책은 ‘힘과 운동’으로 시작하는지, 왜 우리는 좌표에 그래프를 그리며 미적분을 배워야 하는지 그 의미를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주입식 교육은 더 이상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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