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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30


몰입하는 순간의 기쁨. 온실가스 연구단 민병무 연구원. 10년 넘게 꾸준히 하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아니, 그 전에 5년, 아니 또 그 전에 1년 넘게 꾸준히 하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책을 보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무언가 하기도 하는데 다 순간으로 기억된다. 손에 잡힐 정도로 분명한 것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모두 적당히 해서 그런 것 같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기,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의 한계점을 계속해서 넘어가고자 한 사람이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의 산 증인이라 불리는 사람. 다음은 온실가스연구단 민병무 연구원의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민병무연구원 집무 사진

저는 강원도 태백 광산촌에서 태어났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쭉 광산촌에서 살다가 삼척으로 나와 5년제 공업전문고등학교 화학공학과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마치고 처음 부산 화학분석실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같이 일하는 선배가 너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못된다며 고향으로 쫓아내버렸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는데 갈 데가 없는거에요. 속이 상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촌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일을 했죠. 그러던 중 신문에 난 원자력연구소 광고를 통해 처음 연구소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을 안했기 때문에 기능직으로 일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제가 열심히 하다 보니 주위 분들이 연구원이 되는 길을 가르쳐줬고 그 덕분에 1979년 우리 연구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사, 석사, 박사까지 다 한 거죠. 연구원이 되기까지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제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힘들었겠다 해요. 하지만 그런 힘도 안 들고 인생을 어떻게 삽니까. 힘이 들어도 계속 할 만큼 연구자의 길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연구실 광경

연구원들이 좋게 말하면  세밀하고, 나쁘게 말하면 깐깐합니다. 
	사람으로 봤을 때 그렇게 좋은 성격들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주어진 일을 반복적으로 적당히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모든 것을 쏟으면서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연구자의 큰 매력이죠. 정열을 다 쏟아서 몰입 하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한번은 연구 보고서를 써야하는데 도무지 결과가 안 나오는 겁니다. 매일 밤 끙끙 앓았어요. 얼마나 연구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어느 날 꿈에 나왔습니다. 프로그램을 짜서 계산을 하는데 어느 라인에 가서 수치를 바꿔라 하고 생생하게요. 꿈을 꾼 후 그대로 바꿔봤더니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던 해답이 실제로 나왔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몰입을 하면 영감이란 걸 받을 수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보통은 몰입하는 순간까지 가지 못하고 힘들다 포기하기 때문에 안 되는 거죠. 에디슨의 말대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정말 맞습니다. 영감 받는 것은 순식간이거든요.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게 길고 힘듭니다.

에디슨의 말대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게 정말 맞습니다.

길고 힘든 시간을 참느냐 못 참느냐, 넘어 가냐 못 넘어 가냐는 사람마다 다르죠. 모든 연구에는 크리티컬 포인트, 즉 정점이 있습니다. 정점을 넘어가는 순간, 자신의 분야에 대해 훨씬 더 넓게 볼 수 있고, 그 다음 세계가 보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한 분야에서 적어도 10년 정도는 몰두해야 이 정점을 넘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나 자신을 위해 연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이것을 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연구한 결과를 활용하여 세상에 조금이라도 베풀 게 없겠느냐 하는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몇 년 전 연구원 연소배가스 총괄책임을 맡아 시운전할 때는 매일 새벽 두, 세 시가 넘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입원까지 했었죠. 그토록 뜨겁게 일한만큼 힘이 들 때면 기도를 합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 주위를 위해 일하기에 이 어려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말입니다. 그 기도로 지금까지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민병무 연구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