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저감 농업 ‘주목’…품종·관리법 등 다양한 연구결과 속속
입력 : 2023-12-13 10:15
수정 : 2023-12-13 10:15
순환식수경재배_딸기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을 적용해 재배된 

반복되는 이상기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농업분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세계 최초로 메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그린라이스 벼 계통 ‘밀양360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린라이스는 무기질비료 사용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거나 메탄가스를 적게 발생시키는 신초형 벼를 뜻한다. 농진청에선 지난해부터 논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저탄소 그린라이스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조작 등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벼에 원래 있었던 ‘지에쓰쓰리(gs3)’ 유전자를 도입해 메탄을 획기적으로 감축한 결과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gs3는 원래 벼 씨알(종실)을 크게 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농진청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 유전자가 벼 뿌리에서 메탄을 발생시키는 고세균의 먹이 물질(삼출물)이 적게 분비되도록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농진청이 개발한 ‘밀양360호’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새일미’에 ‘신동진’이 갖고 있는 gs3 유전자를 도입해 육성한 중만생종 벼로, ‘새일미’ 재배 대비 메탄 발생을 16% 줄였다. 여기에 비료 사용량을 50% 줄이면 메탄 감소폭은 24%로 커진다.

일반적으로 비료 사용량을 50% 줄이면 수확량도 약 15~20% 감소하는데 ‘밀양360호’는 절반 수준인 7%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쳐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오기원 농진청 논이용작물과장은 “벼 식물체의 유전자를 이용한 전통 육종으로 메탄을 줄인 연구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이 연구 결과의 가장 큰 의의는 온실가스 감축 이행점검 비용이나 추가적인 노동력 없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설 분야에서도 탄소 감축 농업기술이 나왔다.

농진청은 수경재배에서 사용하는 물과 비료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해 농가 생산비를 절약하고 환경 부담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순환식 수경재배 품목별 배액 재사용 기술’을 개발해 최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수확량과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액 배출량(폐기량)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작물의 생육 특성을 반영해 배출되는 배액의 희석농도를 조절하고 2주 간격으로 양분 불균형을 보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딸기와 토마토 등 우리나라 주요 수경재배 작물 4품목인 딸기·토마토·파프리카·멜론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3년 동안 배액 희석, 양분 보정 등 정밀 양분관리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비순환식보다 비료 구매비는 21%, 탄소 배출량은 26% 줄었다. 토마토는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63%씩 줄었고, 파프리카도 비료 구매비 63%, 탄소 배출량은 61% 줄었다. 멜론 또한 1년 3회 재배 기준으로 개발 기술을 적용했을 때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34%씩 줄어들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딸기 등 4품목 수경재배 면적인 4386㏊의 10%를 순환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해마다 약 2만 2000t의 탄소를 줄여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부응할 것이라고 농진청을 발표했다. 이는 나무 216만그루가 한 해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설원예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제한된 자원의 재활용은 매우 중요한 화두”라며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 적용으로 버려지는 농업용수와 화학비료를 재사용해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생산비 절감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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